5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에게 푸대접받으니 소은정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곁에 소연준이 있었기에 하루가 지나자 다시 기운을 회복했다.
소은정은 아침 7시 전부터 잠에서 채 깨지 못한 소연준을 번쩍 들어 화장실로 가 세수를 시켰다. 그러고는 다시 소연준을 안아 식탁에 앉혔다.
그녀는 잠에서 깨지 못해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는 소연준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소연준의 앞에 빵과 우유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아들의 볼에 힘주어 뽀뽀하며 말했다.
“연준아, 우리 아들! 인제 그만 정신 차려! 오늘 유치원 가는 날이야, 그러니까 늦으면 안 돼.”
유치원에 갈 거라는 말에 반쯤 감겨있던 소연준의 눈이 번쩍 떠졌다.
“저는 유치원 안 갈래요! 유치에는 죄다 침 흘리고 우는 아이들뿐이에요!”
사실 소연준은 세 살 때 프랑스에서 유치원에 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딱 하루 가고는 유치원의 어린이들은 침도 많이 흘리고 계속 울어 머리가 아프다며 이튿날부터 가기를 거부했다. 소연준이 자신을 방안에 가두는 것으로 시위했기에 소은정은 그때 하루 보내고는 줄곧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었다.
소은정은 소연준의 빵에 잼을 바르고 빵을 먹기 좋게 잘라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준아, 엄마 내일부터 출근해야 해. 그러면 너 혼자 집에 있어야 하잖아. 여기에는 고모할머니도 없단 말이야. 연준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엄마 불안해서 어떻게 출근해?”
소은정이 말하는 고모할머니란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원민아의 고모였다. 전에 소은정이 프랑스에서 출근할 때면 항상 고모할머니가 집으로 와서 소연준을 봐주고는 했다. 하지만 귀국한 지금, 집에는 달랑 소은정과 소연준 두 사람뿐이었으므로 소연준을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소은정은 소연준을 다시 유치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소은정은 소연준이 또래 아이들답지 않게 성숙한 생각을 하는 게 반갑지 않았다. 계속 그런 식이면 친구도 없이 혼자 외롭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소연준을 유치원에 보내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기도 했다.
“저 혼자 잘 지낼 수 있어요!”
소연준은 빵을 입에도 대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렇게 걱정되면 집에 감시카메라 설치해요. 그러면 엄마가 출근해서도 항상 저를 지켜볼 수 있잖아요.”
소은정의 소연준의 입에 빵을 넣어주고는 그가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연준아, 엄마도 연준이가 혼자서 잘 지낼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 이제 고작 4살이야. 만약 너 혼자 있을 때, 나쁜 아저씨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치면 어떡해? 엄마는 너 혼자 집에 있는 게 너무 불안해.”
소은정은 소연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소연준은 엄마의 눈빛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읽었다.
소연준은 하는 수 없이 엄마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소연준은 입을 크게 벌려 엄마가 주는 빵을 받아먹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러면 오늘은 갈게요. 하지만 엄마도 약속해요. 만약 유치원에 저번처럼 온통 침 흘리는 아이들과 우는 아이들만 있다는 저는 내일부터 가지 않을 거예요!”
소은정은 소연준이 유치원에 가겠다고 하자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밥을 먹은 후, 소은정은 소연준에게 파란색 체크무늬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히고 검은색 구두를 신겼다.
그렇게 입히면 조금 더 얌전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입은 당사자인 소연준은 줄곧 웃지도 않고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어딘가 도도하면서도 귀해 보였다.
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아들의 볼에 또다시 뽀뽀했다.
그러자 소연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침이 묻은 볼을 쓱 닦았다.
소은정은 오렌지색의 드레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풀어헤쳤는데 자연스럽게 예뻤다.
두 사람이 햇빛유치원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 선생님은 엄마 곁에 얌전히 서 있는 소연준을 보며 아이가 얌전하고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소은정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햇빛유치원은 집 부근에서 알아주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유치원이었다. 유치원 내부로 들어가자 안에는 아이들이 그림이 곳곳에 붙여져 있었고 내부 환경은 역시 아주 깨끗했다.
한번 쭉 둘러본 소은정은 햇빛유치원이 퍼그나 마음에 들었다.
첫날인지라 소은정은 점심까지 소연준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유치원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기로 했다. 점심이 되자 그녀는 소연준과 함께 유치원에서 식사했는데 고기며, 나물이며 균형 잡힌 반찬들이 나와 다시 한번 안심했다.
소연준도 그럭저럭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소은정은 아들을 이곳에 보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편, 소은정의 뒤를 따라다니며 유치원에서 지내본 결과 소연준도 유치원이 마냥 싫지 않았다.
‘여기에는 끝없이 우는 아이들도 적고, 코흘리개 아이들도 적어.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소은정과 소연준은 유치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함께 손을 잡고 유치원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