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이 계정해킹 사건으로 소연준을 한바탕 꾸중하고 있을 때 집에서 트위터 내용을 확인한 유인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혼자 노발대발이었다.
그녀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깨부수고 내던지며 화를 삭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가방을 팔았던 사람을 찾아 나섰다.
‘돈 조금 아끼겠다고 그 여자한테서 사는 게 아니었어! ‘
당시, 유인영은 백화점에서 3천3백 60만 원에 정가로 판매하는 가방을 해외에 있는 구매대행을 통하여 2천 4백만 원에 샀다고 좋아했었다.
‘2천 4백만 원씩이나 하는 게 가짜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하지만 유인영이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녀에게 가방을 팔았던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켕기는 게 있어 미리 손을 쓴 모양이었다.
사람을 찾아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상황에 또다시 부아가 치민 유인영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휴대폰을 내던졌다.
그런데 마침 방 안으로 들어오던 조지훈이 하필이면 유인영이 던진 휴대폰에 정통으로 얼굴을 맞고 말았다.
조지훈은 맞아 시큰거리는 코를 부여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조지훈은 회사에서 트위터 내용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위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유인영이 던지는 휴대폰에 얼굴을 맞자 트위터 사건과 함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유인영을 있는 힘껏 뒤로 밀쳤다. 그러자 유인영은 침대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당신 미쳤어? 하나밖에 없는 남편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된 여자가, 남편이 밖에서 죽어라 벌어다 준 돈으로 2천 4백만 원짜리 짝퉁 가방을 사? 제정신 박힌 사람 맞아? 내가 어쩌다 당신 같은 여자랑 결혼해서! 돈 많이 들어, 5년 동안 애도 하나 못 낳아,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뭐야?
가뜩이나 화가 나 있던 유인영은 조지훈의 말을 듣자 더 펄쩍 뛰며 말했다.
“그렇게 내가 싫으면 지금이라도 소은정한테 가! 소은정은 대단하더라, 당신이랑 이혼하고 바로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던데? 지금 애가 말도 하고 막 걸어 다녀! 그러니까 소은정한테 어디 한번 가봐! 가서 다시 받아달라고 싹싹 빌어보시라고!”
유인영의 말을 들은 조지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라고? 은정이가 돌아왔어? 당신이 그 사람 봤어? 언제, 어디서!”
유인영은 소은정의 얘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조지훈을 보자 더욱더 화가 났다. 그녀는 베개로 조지훈을 마구 때리며 말했다.
“꺼져! 당장 꺼져버려! 은정이한테나 콱 가버려! 우리 이혼해!”
두 사람의 싸움은 조지훈이 문을 박차고 나오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유인영은 아수라장이 된 거실에 홀로 앉아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는 다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혼자 부들거리며 중얼거렸다.
“오 년 전, 너를 해운시에서 떠나게 했던 사람이 나야. 그리고 이번에도 반드시 그러고야 말겠어.”
유인영은 서둘러 눈물을 닦더니 자기의 인맥과 힘을 동원해 지금의 소은정에 대하여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싸움에서 이긴댔어.’
한편, 집을 나간 조지훈은 차에 앉아 담배만 뻑뻑 피우며 유인영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나랑 이혼하고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그 아이가 지금은 말도 하고 걸어도 다닌다는 거면 몇 살 됐다는 소리인데...’
조지훈은 손으로 핸들을 툭툭 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아는 소은정답지 않아. 바보 같고 단순하던 은정이가 나랑 이혼하고 바로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애를 낳았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그 아이, 내 아이가 아닐까?’
조지훈의 마음속에 의심이 씨앗이 심어졌다. 그는 이혼하기 전 피임 도구 없이 소은정과 잠자리를 가졌던 것 같은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사실, 유인영과 결혼한 뒤로 5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이 내내 조지훈의 마음에 걸렸다. 조지훈은 어쩌면 문제는 자기 쪽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매번 문제를 유인영의 쪽으로 돌렸다.
어쩌면 자기 아이일 수도 있는 아이가 해운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지훈은 마음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