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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의심의 씨앗

  • 소은정이 계정해킹 사건으로 소연준을 한바탕 꾸중하고 있을 때 집에서 트위터 내용을 확인한 유인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혼자 노발대발이었다.
  • 그녀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깨부수고 내던지며 화를 삭였다.
  • 그러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가방을 팔았던 사람을 찾아 나섰다.
  • ‘돈 조금 아끼겠다고 그 여자한테서 사는 게 아니었어! ‘
  • 당시, 유인영은 백화점에서 3천3백 60만 원에 정가로 판매하는 가방을 해외에 있는 구매대행을 통하여 2천 4백만 원에 샀다고 좋아했었다.
  • ‘2천 4백만 원씩이나 하는 게 가짜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 하지만 유인영이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녀에게 가방을 팔았던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켕기는 게 있어 미리 손을 쓴 모양이었다.
  • 사람을 찾아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상황에 또다시 부아가 치민 유인영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휴대폰을 내던졌다.
  • 그런데 마침 방 안으로 들어오던 조지훈이 하필이면 유인영이 던진 휴대폰에 정통으로 얼굴을 맞고 말았다.
  • 조지훈은 맞아 시큰거리는 코를 부여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 조지훈은 회사에서 트위터 내용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위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 그런데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유인영이 던지는 휴대폰에 얼굴을 맞자 트위터 사건과 함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말았다.
  • 그는 유인영을 있는 힘껏 뒤로 밀쳤다. 그러자 유인영은 침대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 “당신 미쳤어? 하나밖에 없는 남편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된 여자가, 남편이 밖에서 죽어라 벌어다 준 돈으로 2천 4백만 원짜리 짝퉁 가방을 사? 제정신 박힌 사람 맞아? 내가 어쩌다 당신 같은 여자랑 결혼해서! 돈 많이 들어, 5년 동안 애도 하나 못 낳아,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뭐야?
  • 가뜩이나 화가 나 있던 유인영은 조지훈의 말을 듣자 더 펄쩍 뛰며 말했다.
  • “그렇게 내가 싫으면 지금이라도 소은정한테 가! 소은정은 대단하더라, 당신이랑 이혼하고 바로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던데? 지금 애가 말도 하고 막 걸어 다녀! 그러니까 소은정한테 어디 한번 가봐! 가서 다시 받아달라고 싹싹 빌어보시라고!”
  • 유인영의 말을 들은 조지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 “뭐라고? 은정이가 돌아왔어? 당신이 그 사람 봤어? 언제, 어디서!”
  • 유인영은 소은정의 얘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조지훈을 보자 더욱더 화가 났다. 그녀는 베개로 조지훈을 마구 때리며 말했다.
  • “꺼져! 당장 꺼져버려! 은정이한테나 콱 가버려! 우리 이혼해!”
  • 두 사람의 싸움은 조지훈이 문을 박차고 나오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 유인영은 아수라장이 된 거실에 홀로 앉아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는 다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혼자 부들거리며 중얼거렸다.
  • “오 년 전, 너를 해운시에서 떠나게 했던 사람이 나야. 그리고 이번에도 반드시 그러고야 말겠어.”
  • 유인영은 서둘러 눈물을 닦더니 자기의 인맥과 힘을 동원해 지금의 소은정에 대하여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싸움에서 이긴댔어.’
  • 한편, 집을 나간 조지훈은 차에 앉아 담배만 뻑뻑 피우며 유인영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 ‘나랑 이혼하고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그 아이가 지금은 말도 하고 걸어도 다닌다는 거면 몇 살 됐다는 소리인데...’
  • 조지훈은 손으로 핸들을 툭툭 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 ‘내가 아는 소은정답지 않아. 바보 같고 단순하던 은정이가 나랑 이혼하고 바로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애를 낳았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그 아이, 내 아이가 아닐까?’
  • 조지훈의 마음속에 의심이 씨앗이 심어졌다. 그는 이혼하기 전 피임 도구 없이 소은정과 잠자리를 가졌던 것 같은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 사실, 유인영과 결혼한 뒤로 5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이 내내 조지훈의 마음에 걸렸다. 조지훈은 어쩌면 문제는 자기 쪽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매번 문제를 유인영의 쪽으로 돌렸다.
  • 어쩌면 자기 아이일 수도 있는 아이가 해운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지훈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 ‘은정이랑 아이를 한 번 만나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