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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트위터 소동

  • 아무리 소연준의 아이큐가 높다고 해도 소연준 역시 어린애였기에 엄마가 화를 내면 무서워했다.
  • 눈치 빠른 소연준은 소은정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낮고 단호해지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들지 못했다.
  • 원민아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소연준이 갑자기 몸을 옹송그리고 무서움에 떨자 아이를 그러안으며 두 눈 부릅뜨고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 “은정아, 갑자기 애한테 왜 그래? 연준이가 깜짝 놀라잖아! 연준아, 이모 봐. 괜찮아, 괜찮아.”
  • 하지만 소연준은 원민아가 소은정에게 쓴소리하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고개를 들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원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모, 이건 제가 잘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 소연준은 이내 다시 소은정을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 소은정은 팔짱을 끼고 단호한 눈빛으로 소연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 “뭘 잘못했는데?”
  • 소연준은 고개를 들어 소은정을 잠깐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입은 댓 발 나왔는데 어쩐지 잘못을 인정하기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 소은정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소연준을 바라보았다.
  • ‘참자, 연준이는 아직 4살이야. 고잘 4살밖에 안 되는 아이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소은정, 인내심을 가져!’
  • 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 ‘하지만 4살밖에 안 되는 아이가 다른 사람 계정을 해킹했어. 이러다 크면 더 엄청난 일을 벌이지 않을까? 연준이는 머리가 많이 비상하지만, 아직 너무 어려.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제대로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 소은정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소연준을 안아 자기 무릎에 앉혔다.
  • 엄마의 무릎에 앉게 된 소연준은 본능적으로 엄마의 목을 그러안으며 입을 삐죽 내밀고 서러움을 토했다.
  • 소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소연준의 볼을 어루만졌다.
  • “연준이가 엄마를 위해 복수해주려고 다른 사람 계정을 해킹해 동영상 올린 거 다 알아. 연준이의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다른 사람 계정을 해킹하는 건 나쁜 짓이야. 우리 연준이 착하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로 엄마 걱정시키면 안 돼, 알겠지?”
  • 소연준은 코를 찡긋거리며 대답했다.
  • “네, 알겠어요. 앞으로 다시는 다른 사람 계정 해킹하지 않을게요.”
  • 소연준은 대답은 고분고분 잘했지만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 ‘앞으로 이런 일은 엄마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엄마는 담이 작아서 이런 일을 알면 오늘처럼 또 걱정하실 거야.’
  • 하지만 소연준의 진짜 속마음을 알 일 없는 소은정은 소연준이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다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이마에 뽀뽀했다.
  • “그래! 그래야 엄마 아들이지!”
  • 맞은쪽에 앉아 두 모자의 대화를 들은 원민아는 그제야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 “은정아, 그러니까 네 말은 그 트위터, 연준이가 계정을 해킹해서 올렸다는 거야? 맞아? 세상에! 네 아들 이제 갓 4살이야!”
  • 깜짝 놀란 원민아는 꽤 큰 목소리로 말해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 그러자 소은정은 민망한 듯 손으로 쉿 하는 제스쳐를 하며 말했다.
  • “민아야, 쉿. 조용히 얘기해.”
  • 원민아는 소은정의 입에서 소연준이 또래보다 총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4살짜리 아이가 다른 사람의 계정을 해킹했다니,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 하지만 그녀는 곧 소연준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우며 말했다.
  • “연준아, 이모는 네 행동에 찬성이야! 아주 자랑스러워, 우리 똥강아지! 연준이가 남자니까 엄마를 지키는 게 맞아!”
  • 그러자 소은정은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눈빛으로 원민아를 노려보고는 소연준을 향해 말했다.
  • “연준아, 이모 말 듣지 마! 아까 엄마가 연준이한테 했던 말들만 꼭 기억해야 해, 알겠지?”
  • 소은정은 다시 원민아를 보며 말했다.
  • “원민아, 연준이 나쁜 거 가르치지 마!”
  • 원민아는 소은정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휴대폰 속 화면에는 검색어 순위에 오른 ‘과즙여신 짝퉁’이란 여섯 글자가 나와 있었다.
  • 하지만 원민아는 소은정의 눈치가 보였던지 이내 다시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제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면 더 웃고 싶은 것처럼 웃음을 참기가 아주 죽을 맛이었다.
  • 잠시 후, 소은정이 화장실에 가자, 원민아가 소연준의 곁에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다.
  • “연준아, 그 트위터 정말 네가 올린 거야? 4살짜리 꼬마가 어떻게 제목을 그렇게 기가 막히게 달았대?”
  • 소연준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크하게 대답했다.
  • “그게 뭐가 어렵다고요. 빅데이터를 통해 요즘 트위터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골라 제목으로 단 거예요.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