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뽀뽀를 받은 소연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싫은 티를 내며 원민아를 흘겨보았다. 원민아는 그 모습마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1년 못 본 사이 우리 연준이 더 멋진 형아 됐네? 자, 이리 와. 다시 한번 뽀뽀하게!”
원민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연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소연준은 혼비백산하며 소은정의 품에 몸을 숨긴 채 머리도 들지 못했다.
소은정은 품을 파고드는 소연준을 보며 다급히 손을 저어 원민아를 말렸다.
“됐어, 이제 그만해. 자꾸 그렇게 짓궂게 놀리다 연준이가 정말 너 아는 척도 안 하는 수가 있어.”
소연준은 나이가 어리지만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일전에 원민아는 소연준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그에게 뽀뽀해 소연준은 반년 남짓 원민아와 말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소은정의 조언대로 제자리에 앉은 원민아는 소연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터질 듯한 볼살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서 이 세상에 대해 알 만큼 안다는 애늙은이 표정이 나오는 거지?’
원민아는 소연준이 너무 귀여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고 나서야 원민아는 소은정과 제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오면 다시 안 갈 거지?”
소은정은 소연준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
“연준아, 조금 있다가 이거 마셔봐. 응, 한동안은 안 갈 것 같아. 엄마도 여기 계시고 하니까.”
원민아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조지훈이랑 유인영 말이야... 두 사람 인터넷으로 옷을 파는데, 장사가 꽤 잘 되나 봐. 연간 수익이 몇백억은 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너도 지금 이쪽 업계에 들어왔으니까 괜히 그 두 사람이랑 마주칠까 봐 나는 그게 걱정이 돼. 괜히 너한테 피해줄지도 모르잖아.”
소은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조금 전에도 유인영 만났어. 걔한테 밀리지 않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뭐라고? 언제 어쩌다가 만났는데? 너 정말 괜찮아?”
원민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5년 전, 조지훈과 유인영에게 배신당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프랑스에서 소은정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곁에 있던 원민아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녀는 소은정이 걱정되었다.
‘은정이는 성격이 세지 않고 순한 편인데... 이러다 또 당할까 봐 걱정이야.’
원민아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자 소은정은 감개무량한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민아야, 나 정말로 괜찮아. 지금의 나는 예전의 소은정이 아니라 연준이 엄마야. 나랑 우리 연준이는 나 스스로 잘 지킬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하잖아. 예전의 나는 모든 희망을 조지훈 그 쓰레기 자식한테 걸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없고 나약했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달라. 지금은 연준이 엄마니까 우리 연준이 상처받지 않도록 잘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강해질 거야.’
소연준의 생각도 소은정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소연준은 볼살 통통한 아기 얼굴로 어른같이 말했다.
“이모, 연준이가 엄마 지켜줄 거예요.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지 않도록 연준이가 지킬 거예요. 이것 봐요!”
휴대폰 속 화면에는 500만 명의 팔로워 수를 가진 유명인 V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 동영상이 보였다.
[충격! 유명 인플루언서 ‘과즙여신’ 2천 4백만 원 주고 짝퉁 가방을?]
시선을 끄는 제목과 함께 밑에는 유인영이 백화점에서 난동을 부릴 때 찍혔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동영상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무려 2만 번 이상 공유되었고 댓글 수도 만개를 넘었다.
[크, 2천 4백만 원짜리 짝퉁 가방이라니. 역시 있는 사람들은 달라~]
[그 정도면 제일 비싼 짝퉁 아니냐? ㅋㅋㅋ]
[과즙여신, 별장도 있고 아무튼 잘 산다고 그러지 않았었나? 그런 사람이 왜 짝퉁을 사는 거지?]
그리고 그 밑으로는 유인영 팬들의 댓글도 더러 보였다.
[그게 어떻게 우리 언니 잘못이에요? 파는 사람이 나쁜 거죠! 다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원민아는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며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하하하. 2천 4백만 원에 짝퉁 가방이라니. 이거 너무 웃기잖아. 앞으로 우울한 일 있을 때면 이걸 생각해야겠어. 유인영, 옷 팔아 돈도 잘 번다면서 왜 짝퉁을 사고 난리야? 과즙 여신이 아니라 짝퉁 여신이네. 혼자 있는 척은 다 하더니, 이번 일로 팔로워 수가 많이 떨어질 거야, 아마.”
그런데 조금 전까지 있었던 트위터 글이 갑자기 삭제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계정을 해킹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