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소연준의 아이큐가 높다고 해도 소연준 역시 어린애였기에 엄마가 화를 내면 무서워했다.
눈치 빠른 소연준은 소은정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낮고 단호해지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들지 못했다.
원민아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소연준이 갑자기 몸을 옹송그리고 무서움에 떨자 아이를 그러안으며 두 눈 부릅뜨고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은정아, 갑자기 애한테 왜 그래? 연준이가 깜짝 놀라잖아! 연준아, 이모 봐.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소연준은 원민아가 소은정에게 쓴소리하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고개를 들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원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모, 이건 제가 잘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소연준은 이내 다시 소은정을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소은정은 팔짱을 끼고 단호한 눈빛으로 소연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뭘 잘못했는데?”
소연준은 고개를 들어 소은정을 잠깐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입은 댓 발 나왔는데 어쩐지 잘못을 인정하기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소은정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소연준을 바라보았다.
‘참자, 연준이는 아직 4살이야. 고잘 4살밖에 안 되는 아이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소은정, 인내심을 가져!’
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4살밖에 안 되는 아이가 다른 사람 계정을 해킹했어. 이러다 크면 더 엄청난 일을 벌이지 않을까? 연준이는 머리가 많이 비상하지만, 아직 너무 어려.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제대로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소은정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소연준을 안아 자기 무릎에 앉혔다.
엄마의 무릎에 앉게 된 소연준은 본능적으로 엄마의 목을 그러안으며 입을 삐죽 내밀고 서러움을 토했다.
소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소연준의 볼을 어루만졌다.
“연준이가 엄마를 위해 복수해주려고 다른 사람 계정을 해킹해 동영상 올린 거 다 알아. 연준이의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다른 사람 계정을 해킹하는 건 나쁜 짓이야. 우리 연준이 착하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로 엄마 걱정시키면 안 돼, 알겠지?”
소연준은 코를 찡긋거리며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앞으로 다시는 다른 사람 계정 해킹하지 않을게요.”
소연준은 대답은 고분고분 잘했지만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엄마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엄마는 담이 작아서 이런 일을 알면 오늘처럼 또 걱정하실 거야.’
하지만 소연준의 진짜 속마음을 알 일 없는 소은정은 소연준이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다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이마에 뽀뽀했다.
“그래! 그래야 엄마 아들이지!”
맞은쪽에 앉아 두 모자의 대화를 들은 원민아는 그제야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은정아, 그러니까 네 말은 그 트위터, 연준이가 계정을 해킹해서 올렸다는 거야? 맞아? 세상에! 네 아들 이제 갓 4살이야!”
깜짝 놀란 원민아는 꽤 큰 목소리로 말해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자 소은정은 민망한 듯 손으로 쉿 하는 제스쳐를 하며 말했다.
“민아야, 쉿. 조용히 얘기해.”
원민아는 소은정의 입에서 소연준이 또래보다 총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4살짜리 아이가 다른 사람의 계정을 해킹했다니,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소연준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우며 말했다.
“연준아, 이모는 네 행동에 찬성이야! 아주 자랑스러워, 우리 똥강아지! 연준이가 남자니까 엄마를 지키는 게 맞아!”
그러자 소은정은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눈빛으로 원민아를 노려보고는 소연준을 향해 말했다.
“연준아, 이모 말 듣지 마! 아까 엄마가 연준이한테 했던 말들만 꼭 기억해야 해, 알겠지?”
소은정은 다시 원민아를 보며 말했다.
“원민아, 연준이 나쁜 거 가르치지 마!”
원민아는 소은정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휴대폰 속 화면에는 검색어 순위에 오른 ‘과즙여신 짝퉁’이란 여섯 글자가 나와 있었다.
하지만 원민아는 소은정의 눈치가 보였던지 이내 다시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제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면 더 웃고 싶은 것처럼 웃음을 참기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잠시 후, 소은정이 화장실에 가자, 원민아가 소연준의 곁에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다.
“연준아, 그 트위터 정말 네가 올린 거야? 4살짜리 꼬마가 어떻게 제목을 그렇게 기가 막히게 달았대?”
소연준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크하게 대답했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요. 빅데이터를 통해 요즘 트위터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골라 제목으로 단 거예요.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