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일등?
- 천가연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유건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 “가자, 재미없어.”
- “...”
- ‘자기 성적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거야?’
- 수업 종이 울렸으나 학생들은 여전히 성적 얘기에 정신이 없었다.
- 짝꿍 한선미가 천가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묻기 부끄러운 듯 얘기했다.
- “가연아, 왜 벽보에 네 성적이 없어?”
- 한선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천가연의 여린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낼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천가연은 그녀의 그런 조심스러운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 그녀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한 손으로 턱을 받쳐 들고 말했다.
- “귀엽네, 이번에 성적 잘 나왔던데? 화이팅!”
- 한선미는 창피함에 고개를 숙였다. 뭔가 조련당한 기분이었다.
- 그들이 한창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반주임 이 선생님이 입구에서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천가연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 “천가연 학생, 사무실로 와봐.”
- 그 말을 듣자 천가연은 이어폰을 빼고 교실을 나갔다. 학생들의 시선도 일제히 그녀를 향했으며 의문이 생겼다.
- “신입생이 설마 0점 맞은 건 아니지? 벽보에 걔 이름도 없었어...”
- “아마 사적으로 성적을 알릴 것 같아. 아니면 꽤 자존심 상하잖아.”
- “쟤가 무슨 자존심이 있어? 시험 전에도 낯 두껍게 5등 안에 들 거라고 했잖아. 이제 봐, 망신당할 일만 남았지.”
- 천은서는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입가에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띠었다.
- ‘네가? 낯도 두껍지. 자존심이 사할 게 두려운 거야?’
- 천가연은 반주임 이 선생님을 따라 사무실까지 오게 되었다.
- 이 선생님은 그녀의 자존심을 보호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사람이 없을 때 자신의 목적을 얘기했다.
- “가연아, 너 이번에 성적이 어떤 것 같아?”
- 천가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최소한 400점 이상이겠죠.”
- 그녀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두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선생님은 하마터면 그녀의 헛소리를 믿을 뻔했다.
- “가연아, 난 너를 망신 시키지 않으려는 거야. 만약 네가 정말 성적에 대해 당당하다면 지금 바로 네 성적을 발표할 거야.”
- 천가연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 “발표하세요. 왜 안 하시는 거죠?”
- 이 선생님은 천가연의 이런 모습을 본 적 없었다. 줄곧 순종적인 모습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어딘가 더 매력적이었다.
- “좋아, 그럼 모든 결과는 네가 알아서 책임져.”
- 이 선생님도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기 반의 학생이기에 만약 커닝했다는 소문이 돌면 자신의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 커닝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등까지 했다. 이런 일은 직접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천가연이 A반에 돌아오자 학생들은 일제히 그녀를 바라봤다.
- 한선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가연아, 선생님이 무슨 일로 찾으셔?”
- 유건우도 다가와 그녀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 천가연이 붉은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고 느긋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 “조금 있으면 알게 돼.”
- 이때, 반주임이 교단으로 올라왔다.
- “이번 시험 성적이 이미 나왔어. 다들 자기 성적은 이미 확인했겠지? 하지만 일등은 비어있어...”
- 말하며 그는 무의식적으로 천가연을 흘끗 바라봤다. 그리고 손에 있는 성적표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 “일등은 우리 천가연 학생이야. 세 개 과목에서 총 440점을 받았어. 국어 144, 영어 150, 수학 146.”
- 그 말을 듣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멍해졌다.
- 유건우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릴 뻔했다.
- “미친!”
- 다들 자신이 들은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 저런 촌에서 올라온 촌닭이 우리 반 1등이라니?
- 아니, 전교 1등이라니?
- 반주임은 다들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계속해서 얘기했다.
- “가연아, 올라와서 성적표를 가져가.”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은서가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 “이건 말도 안 돼요!”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