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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입생이 얻어맞는 다고?

  • 천씨 가문의 별장
  • 천가연은 돌아와서 정서아를 향해 인사를 하더니 바로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 정서아는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자꾸 2층의 방을 흘끗거렸다.
  • 작은 별장은 아주 조용했고 그녀 자신의 후회와 원망이 섞인 한숨만 들려왔다.
  • 다른 한 아이가 나타나자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폈다.
  • “엄마, 저 돌아왔어요.”
  • 정서아는 천은서를 보자 얼굴에 관심 어린 미소를 띠었다.
  • “딸, 왔어? 배고파? 집사에게 먹을 것 좀 해달라고 할까?”
  • 천은서가 고개를 저었다.
  • “저 배 안 고파요. 엄마 힘들지 않아요? 제가 어깨 주물러줄게요.”
  • 정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낳지 않은 이 딸 뿐이었다. 자신의 친딸은 마치 원수처럼 자신을 대했다.
  • 학교 다닌 지 며칠이 됐다고 사고나 치다니. 오늘 성문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특별히 집에 전화했다. 그녀가 수업시간에 집중은 안 하고 남학생이랑 얘기를 나눴다는 소식이었다.
  • ‘휴, 정말 내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나와 내 남편의 명성이 천가연의 손에 전부 망가지게 생겼어.’
  • “엄마, 언니는 돌아왔어?”
  • 정서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2층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 “위에 있어. 은서야. 네가 나를 도와서 좀 얘기해봐.”
  • 천은서가 정서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가 학교에서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도 제가 지켜보고 독촉할게요.”
  • 정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으면 또 무슨 수가 있을까. 그녀의 이 딸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다.
  • 천은서가 위층에 올라가 문을 두드리기 전 일부러 창문을 몰래 열어 안의 상황을 확인했다.
  • 그녀는 천가연이 최신 경매 잡지를 들고 이따금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발견했다.
  • 천은서는 웃긴다고 생각했다.
  • ‘경매 잡지? 헤세 부리긴!’
  • 천가연은 천은서가 몰래 지켜보는 행위를 진작 발견했으나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열중했다.
  • 김희정: “가연 언니, 지난번 UN 경매에서 낙찰받은 청동 소머리는 이미 국가에 바쳤어요.”
  • 천가연: “그래, 일을 네게 맡기면 마음이 놓여.”
  • 김희정: “가연 언니, S 시의 신문기자가 문화재를 바친 소감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해요. 시장님도 만나고 싶어 하고요.”
  • 천가연: “시간 없어. 거절해.”
  • 김희정: “이렇게 중요한 만남을 거절해요? 요즘 무슨 일로 그렇게 바빠요?”
  • 천가연은 간단하게 “시험.” 이라고 대답한 후 로그아웃했다.
  • 임무를 수행 중에 겨우 짬을 낸 김희정은 어안이 벙벙했다.
  • ‘그녀가 무슨 시험을 치지? 차면 차, 잠수면 잠수... 없는 증서가 없을 텐데?’
  • 핸드폰을 거두자 천은서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 “언니, 저 들어가도 돼요?’
  • 그녀의 가련한 말투를 듣고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 “왜?”
  • “엄마가 많이 걱정하셔요. 저에게 가보라고 하셔서요.”
  • “괜찮아. 다른 일은 없지?”
  • 그녀는 마지막 어조를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 천은서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곧 울음을 터트릴 기세로 말했다.
  • “언니, 저 아주 싫어하는 거 아녜요? 제가 엄마의 사랑을 빼앗아가고 집에 남아서 떠나지도 않는 것이 미운 거죠?”
  • 그녀는 말하며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 “하지만 저도 잘못이 없어요! 언니, 저한테 이렇게 싸늘하게 대하지 않을 수는 없나요?”
  • 천은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가련한 표정으로 천가연을 바라봤다.
  • 그러나 천가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싸늘하게 그녀의 연기를 지켜봤다.
  • “울지 마!”
  • 천가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를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침실을 걸어 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한마디 했다.
  • “난 너를 싫어하는 것도 귀찮아.”
  • 천은서는 그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천가연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닦더니 뚫어지라 노려봤다.
  • 이때, 집안의 가정부가 음식 준비를 마치고 식사하라고 불렀다.
  • “큰 아씨, 둘째 아씨, 내려와서 식사하세요.”
  • 식사 자리.
  • 워낙 천교진과 정서아는 학교의 일에 관해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뜻밖에 천은서가 입을 열었다.
  • “참! 아빠, 엄마, 금요일은 우리 학교 중간고사 시험이 있는 날이에요.”
  • 정서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은서야, 화이팅! 난 네가 꼭 해낼 거라 믿어.”
  • 그녀의 딸은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공부든 생활이든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 천가연이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던 행동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다시 어쩔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먹기 시작했다.
  • 이런 가족 간의 정은 그녀가 한평생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 천교진은 의미심장하게 천가연을 바라보더니 헛기침을 지으며 말했다.
  • “은서야, 네 언니의 공부는 네가 많이 도와줘야 해!”
  • 천은서는 우아하게 입을 닦더니 무심한 척 얘기했다.
  • “아빠, 저도 알아요. 오늘 언니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제가 대신해서 답했어요.”
  • 그녀의 말에 천교진은 더 난처해졌는데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그래.”
  • 다음 날, 천가연은 온 오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뒤쪽에 앉으면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선생님께서 그녀가 뭘 하는 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주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농촌에서 온 학생이라 그런지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점심시간이 되자 유건우가 쫄래쫄래 천가연을 따라오며 밥을 사 오겠다고 했다.
  • 유건우가 떠나자 한선미가 갑자기 걸어왔다.
  • “가연아, 누가 너 찾아.”
  • 천가연이 문밖을 흘끗 보았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붉은 입술로 냉소를 지었다.
  • ‘흥, 이곳에 온 지 고작 이틀인데 벌써 찾아왔군.’
  • “너... 너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 한선미가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천가연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어깨를 두드리더니 말했다.
  • “괜찮아.”
  • 말하며 그녀는 교실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 천가연의 뒷모습을 보며 천은서는 기분이 좋았는데 이 촌닭이 드디어 ‘교육’을 받는구나 싶었다.
  • 그녀는 교실에서 처참하게 당한 천가연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 ...
  • 천가연이 교실에서 나가자 한무리 사람이 모여들었다.
  • 그녀를 둘러싼 사람은 바로 학교퀸 윤수아였는데 그녀는 짙은 화장에 눈에 띄며 과장된 귀고리와 반지를 하고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삐딱했다.
  • “어머! 나왔어?”
  • 천가연이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
  • “누구?”
  • 윤수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속엔 혐오로 가득찼고 악독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나는 B반의 윤수아야. 너한테 볼 일이 좀 있어. 따라와.”
  • 반의 친구들은 서로 수군덕거렸다.
  • “신입생이 곧 얻어맞게 생겼어. 불쌍해.”
  • “쟤 어제 줄곧 유 도련님과 얘기를 하고 있었어. 그러니 얻어맞는 것도 당연하지!”
  • “그만 말하고 우리 가서 구경하자!”
  • 윤수아는 천가연을 복도 구석쪽으로 몰아세웠다. 그녀는 눈앞의 촌닭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비록 그녀의 피부가 희고 얼굴이 작고 아름다웠지만 그래도 그녀 몸에 가득한 가난의 악취는 속이 메슥거릴 지경이었다.
  • 윤수아는 점점더 혐오스러운 듯한 눈빛을 뿜어냈으며 천가연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 “빌어먹을 촌X아, 너 똑똑히 기억해. 앞으로 유 도련님과 한 마디라도 더 하면...”
  • “풉!”
  • 천가연이 가볍게 웃으며 예쁜 눈으로 느긋하게 눈앞의 이 일진소녀를 바라보더니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 “더 하면 뭐?”
  • 윤수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더 하면 너에게 내 주먹 맛을 보여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