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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천가연이 급제하면 내가 물구나무서서 똥을 먹겠어!

  • 하서준은 소파에서 담요 하나를 꺼내 가볍게 그녀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 “가서 씻어.”
  • 몸이 축축하게 젖어서 굉장히 불편했다. 결국 그녀는 남자의 위험한 시선 속에서 욕실로 향했다.
  • 천가연이 씻고 나오니 하서준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에는 생강차가 들려져 있었다.
  • “마셔!”
  • 그녀는 살짝 머뭇거렸다.
  •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 워낙 거절하려 했으나 말이 나오기도 전에 마침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 결국 그녀는 그 거뭇거뭇한 생강차를 한 입 마실 수밖에 없었다.
  • 마시고 나서 그녀는 얼른 떠날 생각이었는데 이 남자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남자 배후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집에 갈래. 옷 좀 빌려줄 수 있어?”
  • 하서준은 그녀의 하얀 손이 샤워 가운을 꽉 잡은 것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는데 손바닥에서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 “사람을 시켜서 가져오라고 할게.”
  • “고마워.”
  • 얼마 후 가정부가 하얀색 드레스를 가지고 왔는데 그녀의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 천가연은 욕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자기 물건을 챙겨서 떠났다.
  • ...
  • 성문 고등학교의 관습에 따르면 매번 시험이 끝나면 학년의 모든 선생님이 함께 모여서 시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이번 시험도 예외는 아니었고 몇몇 반주임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 “우리 반 평균 성적이 몇 등일까요?”
  • “말도 마세요, B 반은 만족하셔야죠. 우리 F반 좀 봐요. 매번 꼴찌잖아요.”
  • “휴, 결국 A 반이 매번 1등이잖아요. 너무 부러워요.”
  •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A반 이 선생님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 하지만 이 선생님은 살짝 불안했다.
  • “휴,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희 반에 신입생이 왔어요. 만약 그 아이가 학년 꼴찌를 하게 된다면 제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될 거예요!”
  • 사무실의 선생님들은 다들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이 이 농촌에서 온 신입생을 자기 반에 넣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 A반 이 선생님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 “정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며칠 전엔 B반의 윤수아와 싸움이 붙어서 교장 선생님께 한참이나 혼났어요.”
  • 사실 선생님은 이미 이번 성적이 나오면 그것을 빌미로 교장더러 천가연을 F반으로 보내게 할 생각이었다.
  • 농촌에서 온 촌닭일 뿐이니 다들 한두 마디 얘기한 후 더 얘기하지 않았다.
  • “참, 이번에 국어 시험 채점할 때 객관식 문제를 전부 맞히고 주관식까지 정답에 가깝게 나온 시험지를 봤어요. 누군지 모르겠는데 정말 대단하던데요? 이번 국어 시험은 지금까지 본 시험 중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어요.”
  • 한 국어 선생님이 얘기했다.
  • 시험지는 여러 반에서 같이 채점했다. 그리고 전부 봉인 용지가 붙여졌기에 반 급이나 이름은 볼 수 없었다.
  •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선생님들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 “더 말할 필요가 있나요? 당연히 A반의 천은서겠죠. 걔 국어 엄청나게 잘해요.”
  • “그건 확신할 수 없죠. A반의 유건우는 비록 신입생이지만 고2 때 성적은 3개 과목이 거의 만점에 가까웠으니까요.”
  • 선생님들이 얘기하는 와중에 학생 주임이 걸어들어왔다.
  • “선생님들, 성적이 나왔어요. 시스템에서 성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이 선생님은 부랴부랴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그녀는 이번에 누가 1등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 그녀는 익숙하게 컴퓨터를 켜더니 점수 확인 시스템에 로그인했다. 반의 평균점수:
  • 국어 평균점수: 126점 (만 점 150점)
  • 수학 평균점수: 119점 (만 점 150점)
  • 수학 평균점수: 101점 (만 점 150점)
  • 이 점수는 성문 고등학교 중점반의 성적으로 봤을 때 확실히 높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중간시험이 유난히 어려웠다는 것이 더 두드러졌다.
  • 그는 이번에 총점이 400점 정도면 아주 완벽히 잘한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뜻밖에 한 사람이 바로 440점을 맞았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평균적으로 한 과목이 147점을 달성했다는 뜻이다!
  • 이 선생님은 갑자기 흥분하며 그 아이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 이름: 유건우
  • 국어: 120
  • 수학: 128
  • 영어: 133
  • 총점: 381
  • ‘좋아, 이 아이는 얼굴도 잘생기고 성적까지 좋아. 국민 아이돌다워. 하지만 일등이 유건우가 아니네? 그럼 무조건 천은서지.’
  • 다음 순서는 천가연이었다.
  • 그는 천가연의 성적을 보면 혈압이 오를 것 같아서 그냥 건너뛸 생각이었다.
  • ‘됐어, 휴, 못하면 못하라지. 뭘 어쩌겠어!’
  •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억지로 천가연의 성적표를 클릭했다. 속으로는 이미 어떻게 그녀를 A반에서 내보낼지 궁리하고 있었다.
  • 그는 바짝 마른 입술을 살짝 핥으며 성적표를 바라봤다.
  •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 ...
  • 월요일 오전 학교에서 성적이 나오게 된다.
  • 전체 성문 고등학교는 굉장히 떠들썩했는데 반의 학생들은 이번 시험의 성적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 A반
  • “은서야, 너 이번에 분명 전교 일 등일 거야.”
  • 짝꿍 이미연이 부러운 듯 얘기했다.
  • 천은서는 가볍게 웃으며 겸손한 척 대답했다.
  • “뭘, 우리 반 친구들은 다들 뛰어나.”
  • 곧이어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저기 새로 온 나랑 같은 성을 가진 아이도 성적이 좋을 수 있잖아.”
  • 천은서는 가식적인 얼굴로 일부러 천가연을 띄워주었다.
  • 이미연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 “저 천가연이? 은서야, 농담하지 마. 쟨 농촌에서 왔어. 휴, 게다가 고등학교 1, 2학년도 다니지 않았어! 쟤가 이번에 합격하면 내가 물구나무서서 똥을 먹을 거야.”
  • 전체 성문 고등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은 A반의 천은서가 우수하기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하지만 같은 성의 천가연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천은서는 그 말을 듣고 약간 화가 난 듯 말했다.
  • “우리는 서로 보살펴줘야 해. 너 앞으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안 그럼 나 화낼 거야.”
  • 이미연이 웃더니 말했다.
  • “우리 은서 완전 착해. 알았어, 안 그럴게.”
  • 천가연은 말할 가치도 없었다.
  • 성적을 기다리며 유건우는 천가연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러자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던 천가연이 눈을 떴는데 눈동자에 서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 “죽고 싶어?”
  • “...”
  • ‘가연 누나 성질머리 하곤...’
  • 그가 물었다.
  • “너 성적 몇 등일 것 같아?”
  • 적지 않은 학생들이 유건우의 목소리를 듣고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천가연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 “몇 등?”
  • 그녀가 가볍게 웃더니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5등 안.”
  • “...”
  • 학생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만약 거꾸로 세는 등수라면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 천가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서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서린 미소는 어딘가 사악하게 번져갔다.
  • ‘기다려 봐.’
  • “성적이 나왔대! 빨리 나와 봐!”
  • 한 남학생이 헐레벌떡 달려와 기뻐하며 소리 질렀다.
  • 유건우도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더니 천가연 앞에 가서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 “가연 누나, 가요!”
  • 이때, 학교의 벽보주위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 “젠장, 고작 이 정도밖에 못 받았어.”
  • “나 수학 너무 못해! 아, 또 돌아가서 욕먹게 생겼어!”
  • “와, 유건우가 전교 5등 안이야! 대단해, 유 도련님이 우리 집에 와서 과외 좀 해줬으면 좋겠어!”
  • “와, A반에 천은서가 3등이야. 역시 대단해... 아니, 이상한데? 왜 일등이 아니야? 왜 일등 자리는 비어있지?”
  • 그 말을 듣고 천가연이 천천히 실눈을 떴다. 유건우는 벽보주위에 몰린 사람을 뚫고 나오더니 보기 드물게 욕을 하며 말했다.
  • “젠장, 가연 누나, 왜 저기에 이름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