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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유건우의 증언과 망신당한 학교퀸

  • 윤수아는 유건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건우야, 천가연은 농촌 출신이고 전에 다른 학교에서도 소문이 별로 안 좋았어. 지금 성문 고등학교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벌써 싸움이나 하고...”
  •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 “난 너보다 천가연을 더 잘 알아.”
  • 유건우는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끊더니 이어서 말했다.
  • “교장 선생님, 저는 윤수아가 먼저 때리는 모습을 봤어요.”
  • 천가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구경하던 아이들은 더욱 놀랐다.
  • “알고 보니 유 도련님이 윤수아를 위해 나서주는 것이 아니었네!”
  • 윤수아도 유건우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천가연을 위해 나서다니! 그녀의 안색이 몹시 나빠졌다.
  • “교장 선생님, 저는...”
  • 유건우는 싸늘하게 그녀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윤수아가 우리 반에 와서 천가연을 데려가는 것을 봤어요! 워낙 그녀를 괴롭히려 했는데 오히려 당한 거죠!”
  • 비록 사실은 유건우가 말한 그대로였지만 그는 직접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스타가 한 말을 누가 감히 믿지 않을까!
  • 교장 선생님은 낮게 기침하더니 물었다.
  • “윤수아 학생, 다른 문제 있어요?”
  • 윤수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고개를 젓더니 사무실을 떠났다.
  • “저 궁금한 게 있어요.”
  • 천가연의 목소리가 쥐 죽은 듯 고요한 공기 속에서 울려 퍼졌다.
  • “사람을 때리면 교풍에 영향 주고 모함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되잖아요. 지금은 저 아이들이 저에게 배상하고 퇴학 사인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너...”
  • 윤수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는데 조금 전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 학부모들은 더 흥분해서 얘기했다.
  • “가연 학생, 전부 다 오해야... 오해!”
  • “미안해. 아이가 철이 없어서 그러니 신경 쓰지 말아 줘!”
  • “미안해...”
  • 몇 명의 학부모가 연신 그녀를 향해 사과했는데 문밖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은 놀라서 턱이 떨어질 것 같았다.
  • 사과를 마치자 한 학부모가 가방에서 지폐를 꺼내며 말했다.
  • “가연 학생, 정말 미안해. 이건 내 작은 성의라고 봐줘.”
  • 천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거절했다. 덕분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 정말 아이들에게 퇴학 협의서에 서명하게 할 생각인 건가?
  • 이때 교장이 나서서 얘기했다.
  • “우선 돌아가세요.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일단 일주일간 휴학하세요.”
  • 학부모들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네네, 아이가 정말 철이 없어요. 언제 거짓말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나 몰라요.”
  • “돌아가서 꼭 잘 교육할 겁니다.”
  • 윤씨 가문은 쫄딱 망신당하더니 윤수아를 끌고 축 늘어져서 그곳을 떠났다.
  •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서준의 부하는 괜히 놀랐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에 들린 명함을 바라봤다.
  • ‘서준 도련님께서 마음에 드신 분은 과연 보통이 아니야.’
  • 구경하던 친구들도 사건에 반전이 없자 옆에서 서로 얼굴만 마주 봤다.
  • 교장은 주위에 모인 사람을 향해 꾸중하듯 말했다.
  • “다들 돌아가요. 수업 시작했으니까!”
  • 교장의 말에 다들 빠르게 흩어졌다.
  • 천가연이 고개를 들어 교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 “저도 먼저 교실에 돌아갈게요.”
  • “그래, 가봐.”
  • 곧이어 유건우도 따라 나갔다.
  • 사무실을 나서자 소녀의 싸늘한 눈 속에 드디어 감정이 내비쳤다. 그녀의 짙은 속눈썹 아래에 숨겨진 눈동자에 재밌다는 듯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유건우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 “유명하니까 좋네. 거짓말해도 다들 믿잖아.”
  • 유건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 “가연 누나, 누나를 위해 거짓말한 거야. 나 놀리면 안 돼!”
  •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확실히 직접 본 것이 아니라 한선미에게서 들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 천가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 “네가 없어도 나 혼자 해결할 수 있거든?”
  • “어떻게?”
  • 천가연이 머리 위에 있는 CCTV를 가리키며 말했다.
  • “이봐, 지금이 어떤 시대지? 학교에 CCTV가 없을 수 있겠어?”
  • 말하며 그녀는 상쾌한 기분으로 앞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 그녀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 유건우의 잘생긴 얼굴에 존경하는 표정이 그려졌다. 그는 빠르게 소녀를 쫓아갔다.
  • “가연 누나, 기다려!”
  • ...
  • A반
  • 천가연과 윤수아가 싸웠다는 일은 방과 후 가십거리가 되었다.
  • “있잖아, 천가연 완전 카리스마 대박!”
  • “나 학교퀸의 그 초라한 꼴을 보고 웃음 참느라 혼났다니까.”
  • “맞아,맞아. 드디어 임자 만난 거야.”
  • 그와 동시에 교실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천은서였다.
  • 그녀는 자기 자리가 가시방석 같았다. 유건우가 어떻게 천가연을 위해 증언해 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워낙 그녀가 창피당하는 꼴을 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녀가 다른 친구들의 호감을 사게 된 것이다!
  • 이때 마침 수업 종이 울렸고 영어 선생님 유영이 들어왔다.
  • 학생들이 여전히 떠들어대자 짜증이 난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 “조용!”
  • “너희들 성문 고등학교에 들어왔다고 아무도 내쫓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마! 일부 아이들은 부끄러운 줄도 몰라! 첫날부터 학교에서 소란을 피워 학교가 그 뒷수습을 하게 만들다니.”
  •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일제히 천가연을 바라봤다.
  • 천가연은 책상에 엎드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옆에 있던 몇몇 남학생들은 더 보고 있기가 힘든지 반박하기 시작했다.
  • “선생님, 이번 사건은 선생님께서 제대로 이해하시지 못한 거예요. 학교퀸이 먼저 우리 반 학생을 때렸어요.”
  • “맞아요!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말해요? 우리 반 아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 “이 선생님은 정말 권력에 눈이 멀었어. 농촌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유씨 가문이라면 빌붙으려고 하잖아.”
  • “온종일 남 괴롭힐 줄밖에 몰라. 지난번에도 천가연이 문제를 풀 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켰어.”
  •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 유영은 화가 나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A반을 가르친 지 2년이 되어갔는데 아무도 감히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생각밖에 천가연이 오자 학생들이 그녀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 그녀는 불쾌함을 억지로 참으며 천가연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 “무시당하고 싶지 않으면 시험으로 자신을 증명해.”
  • “성적이 90점보다 낮다면 A반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지. 오늘 수업도 들을 맘이 없는 것 같으니 자기 주제를 잘 파악했으면 좋겠어!”
  • 말을 마치고 유영은 책을 내려놓더니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 시험문제를 내고 있던 반주임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 “유 선생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
  • 그녀의 말에 유영은 화가 더 치솟았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 “당신 반의 학생들이 너무 말을 안 들어요. 그 신입생 천가연을 위해 내 말에 토를 달다니!”
  • 반주임도 모를 리가 없었다. 전에 교장 선생님께 성적이 나쁜 아이를 억지로 좋은 반에 넣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교장 선생님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늘 또 싸우는 일까지 일어나 더 머리가 아프게 되었다.
  • 교장이 천가연을 편입시켰기에 반주임도 별수가 없었다.
  • “천가연은 확실히 좀 다루기 어려워요. 우선 참아보세요! 성적이 나오면 제가 교장 선생님께 그 아이를 다른 반에 보내라고 할게요.”
  • 어차피 결국 천가연이 꼴찌를 하게 될 것이니 그때가 되면 다른 반에 보낼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 “선생님, 그럼 이번 국어는 꼭 문제를 어렵게 내서 천가연 이 아이를 보내야 해요. 우리 A반의 영예를 되찾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