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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입학

  • 한 남자였다.
  • 천가연은 순식간에 그에게 매료되었다.
  • 그 사람은 철로 된 우리의 한편에 기대어 있었는데 조명이 그의 옆얼굴을 비췄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얼굴은 자연스러운 요염함과 섹시함을 풍겼으며 알게 모르게 사람을 유혹했다.
  •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얼굴이었다!
  • “젠장! 누나, 저 사람 남자예요? 아니면 여자예요?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 있죠?”
  • 소우진이 천가연의 어깨를 슬쩍 밀쳤다.
  • 천가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 속의 남자를 바라봤다.
  • 그 속의 남자는 마치 백 명이 넘는 사람 중에서 천가연을 주목한 듯 이쪽을 바라봤는데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말했다.
  • “나를 사!”
  • 천가연은 그 신호를 받고 아무런 표정 없이 입 모양으로 말했다.
  • “이유는?”
  • 남자가 섹시한 입술을 다시금 움직였다.
  • “나가게 되면 두 배의 가격을 줄게.”
  • ‘두 배의 가격?’
  • 꽤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되면 마침 오늘 청동 소머리를 사는 것에 쓴 돈을 메꿀 수 있었다.
  • 책임자 진 회장이 입을 열어 제의하기 시작했다.
  • “여러분, 오늘의 물건에 흥미가 있으신 분이 있나요?”
  • 아래에 있던 경매 참여자들은 흥미가 대폭 증가했다. 남자든 여자든 사면 이득이었다. 여자라면 남겨서 자기가 즐기고 남자라면 팔아서 제비로 만들면 되었다.
  •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진회장이 입을 열었다.
  • “2억부터 시작합니다.”
  • ‘2억?’
  • 우리 안에서 듣고 있던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있으니 화가 치밀었다. 자기가 청동 소머리보다도 값이 낮다니!
  • “3억.”
  • 첫 주자는 술배가 커다랗게 나온 영감이었는데 팻말을 들고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 “4억.”
  • “6억.”
  • 거칠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천가연이 바라보니 대머리 아저씨였다.
  • “...”
  • ‘남자도 남색을 좋아하나?’
  • “10억.”
  • 천 가연이 팻말을 들고 요염하게 웃었다.
  • 소우진이 눈썹을 치켜세웠는데 입꼬리에는 알릴 듯 말 듯 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누나도 미색에 관심이 있나?’
  • “12억.”
  • 진 회장이 침묵했다.
  • 세상에!
  • 천가연과 소우진은 눈을 마주치더니 씩 웃었다.
  • “13억.”
  • 사실 그녀는 손이 커서 꼭 이 남자를 낙찰받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 남자를 낙찰받아서 꺼내주면 두 배의 값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술배가 나온 영감이 팻말을 들며 말했다.
  • “14억.”
  • 그러나 이내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화를 내며 중얼거렸다.
  • “젠장, 진작 알았더라면 값을 안 불렀을 거야!”
  • 소우진은 약간 버티기 어려운 듯 천가연의 귓가에 다가가 물었다.
  • “누나, 지금 카드에 얼마나 남아있어요?”
  • 천가연은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 “20억이 안 돼.”
  • 소우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럼 어떡하죠. 만약 20억을 넘으면 이 남자를 데려갈 수 없을 거예요.”
  • 천가연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저 술배 나온 영감은 정말 색욕에 찌들었어. 남자를 두고 나와 뺏으려 들다니!”
  • “이 남자는 내가 찜했어.”
  • 소우진은 그저 웃으며 답했다.
  • “알겠어요.”
  • 천가연이 팻말을 들고 곧 16억을 호가하려는 순간 갑자기 맑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디서 들려온 소리일까?
  • 곧이어 한 무리의 검은색 옷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쳐들어오더니 신속하게 책임자 진회장을 제압했다.
  • “무슨 일이지?”
  • 진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검은 옷 남자들은 우선 철 우리를 뜯어냈다. 그러더니 한 검은 옷의 남자가 그 앞에 꿇어앉아 얘기했다.
  • “서준 도련님, 제가 부하로서 제대로 보호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도련님께서 제게 벌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 검은 옷 사내가 입을 열자 책임자인 진회장은 놀라서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 서준 도련님이 누구던가?
  • 그가 바로 S 시 최고의 가문, 최고 재단의 최고 실권자, 하서준이었다!
  • 사람들은 그를 서준 도련님이라 불렀다. 나이는 고작 스물다섯인데 몇백 조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영역의 산업들을 포괄하고 있었다. 그 산업들은 전 지구에 널리 분포되어있었는데 거의 전 세계의 경제적인 명줄을 손에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 그가 몸을 일으키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느긋하게 책임자 진회장을 훑어보며 물었다.
  • “진 회장님? 내가 보기 좋았어?”
  •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 소우진이 막 천가연에게 물음을 던지려는 순간 천가연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입술을 꾹 눌렀는데 입을 열지 말라는 뜻이었다.
  • “오해입니다, 오해! 저희는 도련님인 줄 몰랐어요. 만약 도련님인 줄 알았더라면 간이 백 개라도 감히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이건 저희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 그도 다른 사람에게서 사서 다시 경매를 진행했다!
  • “하하!”
  • 하서준은 통쾌하게 웃었는데 그 웃음에는 서늘함이 묻어났다!
  • “그럼 경찰서로 보내서 누구의 손에서 나를 샀는지 알아내!”
  • “네.”
  • 천가연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서야 사건의 연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미 그를 구한 사람이 있으니 이제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정교한 눈에 웃음기를 살짝 담은 채 선글라스를 꼈다. 그리고 소우진을 끌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 하씨 가문의 저택
  • 하서준은 샤워를 마치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느긋하고도 사악하게 검은 옷의 사람이 보고하는 것을 들었다.
  • “하 도련님, 조사를 마쳤습니다. 천우 각하께서 한 짓입니다.”
  • 남자는 손에 핸드폰을 들고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을 빛내며 답했다.
  • “그럼 남길 필요 없겠네. 제거해.”
  • “네.”
  • 검은 옷 남자가 이어서 말했다.
  • “서준 도련님, 저에게 조사하라고 시킨 그 여자는 천씨 가문에서 금방 데려온 친딸입니다.”
  • “그게 끝이야?”
  • 검은 옷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찾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습니다.”
  • 하서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 “그래.”
  • 월요일 아침 일곱 시.
  • 천교진은 천가연을 데리고 학교에 가서 입학 절차를 밟았다.
  • “교진 씨, 당신도 아시다시피 학교의 고등학교 삼학년은 신입생을 받지 않아요. 이렇게 하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진학률도 떨어지게 되거든요.”
  • 교장은 손에 들린 천가연의 자료를 보더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 천가연: 황일 중학교
  • 촌에서 온 데다 고등학교 일, 이 학년은 다니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성문 고등학교의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 그녀는 다시 천가연을 흘끗 쳐다봤다. 눈은 까맣고 총명해 보였는데 한눈에 봐도 모범생은 아니었다.
  • 만약 그녀를 받아들이면 학교에서 한바탕 큰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 천교진은 교장의 말을 듣자 몹시 화가 났다.
  • “무슨 뜻이지? 우리 천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건가?”
  • 교장은 다급하게 말을 바꾸며 말했다.
  • “아뇨, 아닙니다. 제가 바로 그녀를 교실로 데려가죠.”
  • 비록 그는 천가연이 어떤 인물인지 몰랐으나 천교진은 S 시에서 명망이 높은 인물이었기에 감히 미움을 살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아무 반에다 넣는 수밖에 없었다.
  • “...”
  • 고3 A반
  • 학생들은 아직도 휴일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교실 안이 떠들썩했다.
  • “너희 그거 알아? 우리 반에 이번 학기에 신입생이 온대.”
  • 순간 모든 사람이 이 화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 “신입생? 고3인데? 수능 치러 오는 거야?”
  • “그래, 아마 수능 치고 졸업장이나 받으려는 거겠지?”
  • “내가 듣기로는 농촌에서 온 촌닭이라던데.”
  • “뭐? 촌닭이 우리 반에 온다고?”
  • 교실은 삽시에 왈칵 뒤집혔다.
  • “난 촌닭이랑 같은 반 하기 싫어.”
  • 천은서는 이때 이미 교실에 들어와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 그들이 토론하는 소리를 듣자 속으로 몰래 기뻐했다. 그녀는 얼른 천가연이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 비록 천가연이야말로 진정한 천씨 가문의 아씨였지만 반의 친구들은 다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외모로보다 품격으로 보나 천은서가 더 나았다.
  • ‘그러니까 무서워할 것 없어!’
  • 아이들이 한창 열띤 토론을 할 때 문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