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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천가연이 춤을 출 줄 안다고?

  • 중간고사가 끝나고 성문 고등학교는 개교기념일을 맞이했다.
  • 이번 개교기념일은 매 반에서 공연을 준비해야 했는데 많이 할수록 좋았다.
  • 반주임이 분부를 내렸다.
  • “은서야, 네가 반장이니 이번 공연 리스트는 너와 오락부장이 등록하고 선별해. 그리고 수요일 나에게 리스트를 전해줘.”
  • 반은 금세 떠들썩해졌다. 아이들은 학교의 이벤트를 가장 좋아했다. 왜냐하면 이벤트가 있게 되면 온종일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었고 또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 수업이 끝나고 천은서는 책을 들고 쫄래쫄래 유건우를 따라갔다.
  • “건우야, 이번 활동에 신청할래? 내 기억에 넌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쳤는데 네가 참여하게 되면 우리 반은 무조건 일등일 거야.”
  • 천은서는 사실 따로 품은 사심이 있는데 유건우는 학교의 킹카인데 노래, 기타, 랩, 피아노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만약 기념일 날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유건우가 피아노를 친다면 모든 사람은 두 사람이 하늘이 맺어준 한 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 유건우는 이런 일들에 습관 되었던 터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 갑자기 천은서는 천가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벽에 기댄 채 주위의 모든 것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천은서는 일부러 유건우 앞에서 얘기했다.
  • “가연아, 너도 공연에 참여하지 않을래?”
  • 반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천가연을 바라봤다.
  • 이번에 중간고사를 통해 그녀는 위신이 크게 올랐는데 천은서는 얼른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 천가연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 “너 피아노 잘 치잖아. 넌 안 해?”
  • “맞아, 은서야, 너 공연에서 피아노 쳐~”
  • “그래, 우리 은서가 이렇게 예쁜데 어디에 참여해도 무조건 상 받을 거야.”
  • 친구들이 연달아 부추겼다.
  • 천은서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 “어머, 다들 진짜 그만해. 나 실력 그냥 보통이야.”
  • “...”
  • 친구들에게 칭찬받자 은서는 순간 기분이 업되어서 드물게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했다.
  • “지금 확정된 공연은 두 개가 있어. 너희들은 또 하고 싶은 공연이나 재능이 있어?”
  • “은서야, 난 서예 하고 싶어.”
  • “반장, 난 힙합댄스 신청할래.”
  • 이번 개교기념일을 준비하며 다들 엄청 열정이 넘쳤다.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았는데 천은서와 오락부장 원영은 공연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 나중에 천은서와 원영이 리스트를 바칠 때, 원영은 갑자기 뭔가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 원영은 리스트를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 “은서야, 너 왜 신입생 천가연의 이름을 여기에 올렸어?”
  • 천은서는 워낙 몰래 천가연을 넣고 나중에 리스트가 공표되면 그때 원영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밖에 원영이 먼저 천가연에 관해 얘기했다.
  • “원영아, 방금 천가연이 스스로 공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어. 춤을 배운 적도 있다던데?”
  • 원영이 머리를 긁적이며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
  • “정말? 춤까지 출 줄 안대?”
  • 천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계속해서 얘기했다.
  • “그럼. 나도 방금 알았어. 됐어, 그만 얘기하고 얼른 리스트를 선생님께 바치자.”
  • “좋아.”
  • ...
  • 이때, S 시에서 가장 큰 프라이빗 병원 문 앞에 한 대의 고급스럽지만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세단이 멈춰 섰고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 병원 안. 응급실에서 나온 의사가 몇 마디 당부했다.
  • “서준 도련님,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십니다. 이번엔 아마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하서준은 싸늘하게 의사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 “며칠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늘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야?”
  • 의사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서준 도련님, 저희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 하서준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