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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성문고등학교에 대스타가 오다

  • 다음날, 성문 고등학교는 S 시의 대스타 유건우를 맞이했다.
  • 천가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내가 들었어! 유씨 가문의 도련님께서 우리 학교에 온대!”
  • “뭐? 그 가수 유건우?”
  • “그럴 리가? 가수가 어떻게 우리 학교에 와?”
  • “왜 그럴 리가 없어? 황성과 경북대학교에서 도련님께 입학해 달라고 전화를 걸었는데 전부 완곡하게 거절했대.”
  • “대박! 진짜? 유 도련님 너무 멋있어. 도련님이랑 연애하고 싶어~”
  • 천가연은 워낙 책상에 엎드려 잠시 휴식하고 싶었으나 여학생들의 수다 소리는 너무 시끄러워서 어쩔 수 없이 귀에 들렸다.
  • 익숙한 이름을 듣자 그녀는 멈칫하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유건우?”
  • 짝꿍 한선미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흘끗 쳐다봤다.
  • “가연아, 너 유건우도 몰라?”
  • 비록 천가연이 농촌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그래도 설명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유건우는 15살에 데뷔했어. 이제 데뷔한 지 3년이지. 영화나 드라마도 찍었어. 가장!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문 아이돌 가수라는 거야. 전에 ‘별 하늘’이라는 노래로 소년 금곡장을 받았어. 이 노래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된 거지.”
  • 자신의 남신을 얘기하자 한선미는 헤헤 웃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 “...”
  • 유건우, 설마 정말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일까?
  • 천가연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 한선미는 바로 그녀를 내버려 두고 달려가며 소리 질렀다.
  • “유 도련님, 멋있어!!”
  • 들어온 남학생은 키가 크고 말랐다. 그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소년미가 물씬 풍겼다.
  •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교실에 걸어들어왔다.
  • 천은서는 타이밍을 잘 노려 그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 “유건우, 환영해. 난 반장이야.”
  • 유건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천은서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 “안녕.”
  • 그 모습을 보자 옆에 있던 여학생도 따라서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 “꺅! 유 도련님 완전 시크해. 너무 좋아!”
  • 천은서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하게 웃었다.
  • “흥, 얼마나 시크한 사람이든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은 없어.’
  • “건우야, 내 옆에 빈자리가 있어. 나와 함께 앉아도 돼.”
  • 천은서가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 유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 “아니, 내 자리는 내가 찾을게.”
  • 그는 말하며 뒤에 있는 자리를 훑어봤다. 그러다 구석에 있는 여학생에게 시선이 향하자 깜짝 놀라 멍해졌다.
  • 젠장!
  • 이게 무슨 상황이지?
  • 골든 편곡자도 여기에 있다니?
  • 유건우는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떴는데 그 구석에 앉아있던 여학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 정말 그녀였다!
  • 천은서는 유건우가 움직이지 않자 의아한 듯 물었다.
  • “건우야, 너 왜 그래?”
  • 곧이어 건우는 천은서를 신경 쓰지도 않고 바로 맨 뒷줄로 달려가 앉았다.
  • 순간 모든 학생이 깜짝 놀랐다.
  • 왜 유 도련님은 천가연 뒤에 앉으려는 걸까! 분명 빈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 천은서의 웃는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녀는 유건우가 자기 옆자리를 마다하고 오히려 촌닭 천가연 뒤에 앉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그녀는 마음속의 불쾌함을 꾹꾹 눌러 참고 얘기했다.
  • “건우야, 나랑 같이 앉는 것이 나을 거야. 뒷줄에 있는 학생은 성적이 별로 안 좋거든. 너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 거야.”
  • 유건우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 “괜찮아.”
  • “하지만...”
  • 천은서가 계속 뭐라 하려 했지만 수업 종이 따라서 울렸다.
  • 영어 선생님은 교과서를 안고 교단에 올랐다.
  • “여러분! 수업 종 쳤으니까 자리에 앉으세요.”
  • 천은서는 천가연을 쏘아보더니 내키지 않는 듯 걸음을 옮겼다.
  • 그녀가 떠나자마자 유건우가 천가연의 등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 “골든 편곡자도 이곳 학교에 다녀?”
  • 천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놀던 터에 유건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 “죽고 싶어?!”
  • 이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다니, 반의 모든 아이가 그녀의 신분을 알게 할 생각인가?
  • 그녀의 작은 얼굴이 화내며 험악하게 변했으나 그 모습마저 귀여웠다.
  • “알았어, 알았어. 목소리 낮출게.”
  • 유건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멋쩍어했다.
  • “내 말은, 네가 왜 이 학교에 다니냔 말이야.”
  • 천가연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 “집안에서 보낸 거야. 내 학력이 낮아서 내놓기 부끄럽다나 뭐라나.”
  • ‘세상에, 골든 천이 어떻게 내놓기 부끄러울 수 있을까. 음악 학원은 원하는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지 않은가?’
  • 게다가 유건우가 유명세를 떨치게 만든 ‘별 하늘’은 천가연이 편곡한 것이었다.
  • 한선미는 천가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만 얘기하라고 일깨워줬다. 영어 선생님은 무섭기로 소문난 호랑이 선생이었다.
  • 하지만 이때 영어 선생님은 책을 책상 위에 던지며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 “저기 뒤에 여학생들 지금 뭐 하는 거지?”
  • “구석 자리의 새로 온 학생, 나와서 이 문제에 답해봐.”
  • 유영이 천가연을 가리키며 가늘고 귀청을 울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 그녀는 진작 이 반에 농촌에서 온 새 학생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 강의를 하고 보니 과연 촌에서 온 사람답게 수업시간에 한눈팔고 예의도 없었다.
  • 천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에 적힌 제목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갔다.
  • 학생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천은서는 더욱 기뻤다.
  • ‘고작 쟤가? 쟤가 어떻게 고3의 영어를 할 줄 알겠어. 몇 마디 영어로 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잖아?’
  • 그렇게 천가연 멍하니 칠판 앞에 몇 분 서 있다가 유영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 “선생님, 전 고등학교 영어를 배운 적이 없어요.”
  • 유건우는 절대 믿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의 앨범 속 영어 노래는 전부 천가연이 직접 만든 것이니까.
  • 어쩌면 그녀는 선생님이 내준 제목이 가소롭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유영은 농촌에서 온 아이가 영어를 어찌 알겠나 싶었다. 모르면 그만인데 유 도련님과 얘기를 하는 모습이 마치 그를 유혹하려는 여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몰라? 천가연 학생이 이 문제를 할 줄 모른다고 했어. 누가 나와서 해결할래?”
  • 천은서는 기회를 찾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말했다.
  • “선생님, 저 알아요.”
  • 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은서 네가 와서 풀어봐.”
  • 그녀는 은서에게 자신이 있었다. 천은서는 칠판에 쓰인 제목으로 문제를 풀어냈다.
  • 유영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은서야, 넌 역시 한결같이 우수하구나.”
  • 곧이어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천가연을 향해 말했다.
  • “가 봐. 수업에 집중해.”
  • 천가연은 그녀의 말에 따라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하지만 이 영어 선생님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교육으로 위장한 조롱을 하기 시작했다.
  • “난 너희들이 무슨 수법으로 우리 학교에 들어왔는지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내 수업은 반드시 열심히 들어야 해! 어린 나이에 남학생을 유혹하지 말고.”
  • 아래에 있던 친구들은 농담하듯 말했다.
  • “쯧쯧쯧! 같은 천씨인데 차이가 왜 이렇게 커?”
  • 천가연이 책장을 넘기던 손이 멈칫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유영의 야박한 얼굴을 향했는데 그 속에 싸늘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
  • 한선미는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는 와중에 주변의 공기가 점점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손을 마주 비비더니 중얼거렸다.
  • “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