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이혼 진행곡[제1부]

이혼 진행곡[제1부]

크롬그롬

Last update: 2021-11-11

제1화 왜 갑자기 왔어요?

  • 제1화 왜 갑자기 왔어요?
  • 한밤중, 유이는 꿈을 꾸고 있는듯했다.
  • 무거운 눈꺼풀을 뜬 그녀는 순간 깜짝 놀랐다.
  • 일주일에 한 번밖에 집에 오지 않는 남자가 현재 이 시각 그녀의 옆에 누워있었다. 침대 머리맡의 노란 불빛이 비쳐 근육으로 다져진 그의 상체와 긴 팔을 볼 수가 있었는데 아주 아름다웠다.
  • 유이는 오늘은 분명 토요일인데 왜 집에 돌아왔지라는 의문이 들어 멍해졌다.
  • 이튿날, 집 밑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유이는 잠에서 깼다.
  • 그녀는 이불을 안고 일어나 앉았고 십초 동안 멍해있다가 주방에서 소리가 들려 급히 내려와 방에서 나오니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홈웨어를 입고 있는 남자는 허리는 가늘고 다리는 길고 전체적으로 늘씬하였다.
  • 소윤천은 아침을 다 만들고는 주방에서 나왔다. 유이가 잠옷 치마를 입고 서있는 것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 “옷 갈아입어.”
  • “아, 네.”
  • 유이는 자신이 입고 있는 것이 실크 잠옷인 것을 보고 얼굴과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고 급히 침실로 달려갔다.
  • 드디어 씻고 나와 테이블 앞에 앉아 먼저 아침을 먹고 있는 소윤천을 본 유이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 남자는 샌드위치와 계란 후라이를 만들었는데 보기도 좋고 냄새도 좋아 유이는 야금야금 계란을 먹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기에 테이블위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 유이는 이미 이런 생활이 습관되었다.
  • 다 먹고 난 후 유이는 그릇들을 들고 주방에 갔다. 나오는 길에 조심하지 않아 문짝을 찼는데 그녀는 아파서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 그것을 본 소윤천은 서랍에서 일회용 밴드를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 “고마워요.”
  • 유이는 그가 항상 차갑게 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슴이 조금 아파났다.
  • 다른 사람들은 아내가 다치면 남편이 괜찮냐고 걱정하면서 바로 몸을 숙여 어떤 상태인지 볼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소윤천은 예외였는데 마치 한 지붕 아래서 생활하는 남남 같았다.
  • 소윤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슈트를 걸쳤다.
  • 남자는 천성적으로 슈트가 어울렸는데 특히 소윤천과 같이 몸매가 훌륭한 남자는 슈트를 입으면 유난히 멋있어서 서있기만 해도 포스가 넘쳤다.
  • “다 먹었으면 설거지해. 싱크대에 놔두기만 하지 말고.”
  • 말하면서 소윤천은 이미 가죽 구두를 신었다.
  • 유이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 유이는 그대로 계속 쭈그리고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방금 소윤천의 행동에 그녀가 마음이 아팠다면 지금 그녀는 한기가 뼈를 파고드는 것 같았고 온몸이 추워났다.
  • 그녀는 소윤천이 자신과 결혼한 것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핍박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심지어 결혼할 당시 소윤천은 그녀와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결혼 전과 결혼 후 둘 다 포함되어 있었다.
  • 생활비는 쌍방이 절반씩 부담하고 4년 동안 아이를 가져서는 안되며 4년이 되면 이혼한다 등 내용이 있었다.
  • 유이는 모든 계약을 다 체결했다. 천진난만한 그녀는 소윤천의 차디찬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3년이 지나도 그의 태도는 쌀쌀했고 그녀가 한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갔다.
  •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그가 한 말은 모두 딱 네 마디뿐이었고 그런 일에서조차 매우 조심스러웠다.
  • 결혼 생활을 이렇게 지내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