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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오랜만이네요

  • 유이는 놀라서 멍해졌다.
  • 성동남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이는 전에 성동남이 출장을 갔을 때 단단이가 자신의 어머니가 다른 남자를 집에 데려온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말하기 싫어했다는 것을 알았고 또 이것이 성동남은 아이의 부양권을 가지겠다고 고집한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
  •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유이는 단단이가 더욱 안쓰러웠다.
  • 마침 요즘 일이 바쁘지 않기에 성동남한테 단단이를 회사로 데리고 온다고 말하고는 짬짬이 글을 가르쳤고 저녁에 성동남이 데려갔다.
  • 단단이는 처음에는 소심했지만 유이한테 칭찬을 많이 받고는 점점 대범해져 다른 사람한테 웃기도 하고 글도 예쁘게 썼다. 아빠 이 두 글자를 쓴 종이를 성동남이 받자 그는 감동을 받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유이가 단단이를 회사에 데려온 뒤 동료의 일깨움에 오늘 진성에 가서 계약을 협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하지만 성동남은 해외 출장이 있어서 반 시간 전에 공항에 갔고 유이는 언제 돌아올지 몰랐기에 동료한테 맡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여 데리고 함께 출장을 갔다.
  • 남성부터 진성은 아주 빨랐다. 비행기 한 시간 반을 타면 되는 거리였다.
  • 용등 그룹에서 사람을 불러 유이를 데려오러 왔는데 차를 몰고 바로 용등 그룹으로 모셨다.
  • “유이 씨, 소 사장님의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언제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오시지 못 하면 죄송하지만 호텔에 하룻밤 묵으셔야 할 것 같네요.”
  • “괜찮아요.”
  • 유이는 미소를 지었다.
  • 투자 업계의 거물로서 사무 빌딩은 당연히 진성의 금싸라기 땅인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 있었다. 주위의 건물들은 마치 화태 빌딩의 그림자 안에 있는 듯 모두 침침하고 색갈이 없었다.
  • 유이를 모시고 온 사람은 중도에 전화를 받더니 급한 일이 생겼는지 그녀를 프런트에 대신 맡기고 급히 떠났다.
  • 유이는 단단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 홀에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녀는 검은색 슈트를 입은 소윤천을 본 것 같았다. 시시각각 엄숙한 느낌을 주었지만 얼굴은 온화했다.
  • 그의 약지에는 백금 반지가 있었는데 창밖의 햇볕이 내리쬐며 그것을 비춰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지만 유이는 아직 멍해있었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
  • 결혼할 당시 그녀는 반지를 골랐지만 소윤천은 이런 것들을 싫어한다고 하였다. 결국 유이도 방법이 없어 그더러 스스로 자신한테 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골라서 사달라고 했으며 그녀는 그것을 보배처럼 아꼈다.
  • 그 시각, 유이는 자신의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녀의 피부를 델만큼 열이 나는 것 같았다.
  • 유이는 입을 열고 낮게 물었다.
  • “저기 죄송한데요. 혹시 사장님 성함이 소윤천인가요?”
  • “모르셨어요?”
  • 프런트의 직원은 조금 의아해했다.
  • “전 오실 때 우리 회사의 자료를 찾아 보신 줄 알았어요.”
  • 유이는 엘리베이터의 거울 면을 통해 자신을 보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프런트의 직원은 유이를 데리고 사장님 사무실 측으로 가며 말했다.
  • “소 사장님은 돌아오시지 않으셨지만 배 비서님께서 계시니 그녀와 얘기를 나누시면 돼요.”
  • 사장님 사무실 측에 도착하자 프런트 직원은 문을 열어주었다.
  • 유이는 또각또각 걸어들어갔고 늘씬한 여자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며 사무실 책상에 기대어 손가락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그 반지는 소윤천이 낀 반지와 같은 디자인인 것 같았다.
  • 프런트의 직원은 배설주가 이미 사장님 사무실에 온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얼른 허리를 숙였다.
  • “배 비서님, 계신 줄 몰랐어요. 이분은 영신 테크에서 오신 유이 씨에요.”
  • “구면이에요.”
  • 배설주는 유이를 보고도 조금도 놀라워하는 기색이 없이 몸을 일으켜 걸어왔다.
  • “유이 씨, 오랜만이네요.”
  • 유이는 아주 침착하게 손을 내밀어 그녀와 악수를 했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 “소윤천이 선물한 거예요? 이쁘네요, 배설주 씨의 손을 아주 돋보이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