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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우리 서로를 놓아주면 안 될까요?

  •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소윤천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본 유이는 모든 것을 알아챘고 웃었다.
  •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지 마세요. 답이 무엇인지 저도 아니까요. 그래서, 우리 서로를 놓아주면 안 될까요?”
  • 유이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 허리를 구부리고 물건들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이 빨갛게 되었다.
  • 그녀는 조금 기대를 했었다. 소윤천의 눈에서 조금의 당황함을 보았거나 혹은 자신에 대한 미련을 보았다면 그녀는 아마 마음이 약해져 그가 두 마디만 설득하면 이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이 남자는 너무 냉정했고 그녀는 그의 눈에서 아무것도 보아 내지 못 했으니, 더 바랄 것도 없었다.
  • 그녀는 심지어 그와 배설주가 무슨 관계인지 따질 용기도 나지 않았다.
  • 유이는 아주 평온했다. 물건들을 들고 아파트에 들어갔지만 이에 당황한 소윤천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재빨리 걸어가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
  • 결혼을 한 지난 3년 동안 유이가 가끔 심술을 부리고 화를 내는 건 그는 참을 수 있었지만 그녀가 이혼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자 마음이 불편했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싶지 않았다.
  • “혹시 아버지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 소윤천은 물었다.
  • “이미 사람을 찾아 도움을......”
  •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해결할 거예요!”
  • 유이는 그의 말을 잘랐다.
  • “우리가 이혼하는 것도 그 일과 상관없어요.”
  • “어떻게 해결할 건데? 3억이 작은 금액은 아닌데.”
  • 예리한 소윤천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 하지만 유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기 싫었다.
  • 소윤천은 그녀 쪽으로 다가가면서 차갑게 말했다.
  • “유이야, 결혼 네가 원하는 대로 했잖아. 그런데 네가 이혼한다고 싶다면 이혼해? 넌 날 낡은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전 그 뜻이 아니에요......”
  • 유이가 뭐라 해명하고 싶었지만 소윤천은 바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 이 키스는 전에 그들이 스킨십을 할 때보다 더 찐했는데 마치 일부러 그녀한테 벌을 주는 것 같았다.
  • 유이는 온몸이 더워졌고 머리가 멍했다.
  • 이것은 그들이 섹스를 할 때 외에 소윤천이 한 두 번째 키스였다.
  • 소윤천은 아주 찐한 키스를 했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계속 시끄럽게 울리자 그제서야 그는 입을 떼고는 굳은 얼굴로 성가시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올라갈까 봐 손은 유이를 꼭 잡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 “싱가포르? 알겠어. 티켓 끊어. 내일 아침에 갈 거야.”
  • 모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소윤천은 3분도 되지 않아 전화 통화를 끝냈다.
  • 유이와 마주한 소윤천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 일주일 동안 가있어야 해. 이혼은 내가 돌아오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 유이는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 “이혼인데요 뭐. 제가 사인을 했으니까 당신도 사인하면 되죠.”
  • 소윤천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이혼 합의서를 찢었다. 그러고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 “이혼은 네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야. 이 일, 나도 생각해 봐야 되니까. 유이야, 애처럼 심술부리지 마.”
  • 유이는 그가 생각을 해보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한테 시집을 간 사람은 그녀고 그녀도 이 3년이란 청춘을 헛되게 보냈다.
  • 유이는 자신의 입장을 굳히려고 했지만 소윤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자연스레 그녀 손에 든 비닐봉지 몇 개를 받아들며 말했다.
  • “어머니를 뵌 지 시간이 꽤 됐네. 같이 어머니를 뵈러 가자.”
  • 그의 몇 마디에 유이는 마음이 약해져 말없이 그를 데리고 올라갔다.
  • 유이의 어머니는 소윤천을 보자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소윤천의 안부 인사에 머리를 끄덕이고 계속 TV를 보았다.
  • 소윤천은 유이와 함께 주방에서 재료들을 손질했는데 유이가 채소를 볶고 그는 옆에서 보조 역할을 했다. 마치 그들이 지낸 곳에서 요리하듯이 두 사람은 말이 많지 않았다. 허나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도 이혼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 유이가 어머니에게 찾아드린 셋집에는 거실 하나와 방 하나가 있었다. 그녀가 이사 오고 난 뒤 둘이 살기에도 조금 좁았기에 소윤천은 당연히 여기서 잘 수 없었고 그녀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
  • 저녁을 먹고 소윤천은 유이의 곁에서 함께 TV를 보았다. 시간이 늦은 걸 보고 몸을 일으켜 갈려고 했다.
  • “유이야, 날 바래다줘.”
  • “당신이 다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혼자 못 가요?”
  • 유이는 소파에서 일어나기 싫었다. 결국 그녀가 일어나지 않자 소윤천도 서있기만 하고 가지 않았다. 유이의 어머니가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줘서야 그녀는 꾸물거리며 바래다주러 나갔다.
  •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소윤천은 내려와서 또다시 한 마디 중복했다.
  • “이혼은 내가 출장 끝나고 와서 다시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