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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하필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 유이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 결혼할 당시 소윤천은 극도로 꺼려 하며 많은 부가 조건을 내세웠지만 막상 그녀가 이혼하려 하자 또 그는 내키지 않아 했으니, 그녀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었다.
  • 이튿날 아침 일찍이 유이는 은행에 가서 돈을 꺼냈다.
  • 현금 4억을 두 봉지에 빼곡히 담았다. 이윽고 이 무거운 두 봉지를 들고 바로 변호사 사무소로 갔다.
  • “송 변호사님, 여기 이 4억이면 충분하겠죠. 저희 아버지 일은 잘 부탁드릴게요.”
  • 송 변호사는 세어보고는 한숨을 돌렸다.
  • “뇌물로 받은 돈을 다 보태면 되니까 충분해요. 이제 제가 최대한 당신 아버지를 변호해드릴게요.”
  • “감사드려요.”
  • 유이는 뭐라 말할지 몰라 그저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 그녀는 아버지가 이렇게 좋은 변호사를 알고 지내서 이런 사건도 맡아주신 것에 대하여 고마울 따름이다. 아니면 변호사를 찾는 일만 해도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 “유 팀장님, 계 사장님께서 그의 사무실로 오시랍니다.”
  • 유이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와 회사에 도착하자 사장님 사무실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물건을 놓고 급히 계 사장님 사무실에 갔고 가서야 협업에 관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 그녀의 회사는 일찍이 투자업계의 거두인 용등 그룹과 협업하는 일이 있었고 다음 주 수요일에 협상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대표로 협상에 참석하는 임원이 자궁 외 임신이라 계 사장님은 유이가 대신 출석했으면 했다.
  • “제가요? 계 사장님, 저 못 해요!”
  • 유이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
  • “저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인데 저더러 협상을 하라뇨, 이런 일을 접촉해 본 적도 없어요. 이건 절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예요.”
  • “괜찮아. 다른 사람도 함께 보낼 테니 가서 계약서대로 말하면 돼.”
  • 계 사장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나도 방법이 없어. 회사에 유 팀장보다 말주변이 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도 이렇게 하진 않지.”
  • 유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계 사장님은 돈을 미끼로 유혹했다.
  • “가면 재무팀 더러 추가로 수고비 300만 원을 보내라고 할게. 그리고 교통 비용도 회사에서 부담할 거야.”
  • 바로 돈 얘기를 꺼내다니, 너무 독했다.
  • 하지만 하필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 “계 사장님, 담당 직원 더러 비행기 티켓 예약하라고 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 유이는 계 사장님의 손에서 계약서를 받았다. 전에 통역을 하면서 들은 것이 있었고 상업적인 용어들도 조금 알고 있기에 그녀는 협상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 300만 원이면 어머니와 그녀의 3개월 생활비로 충분했다.
  •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유이는 대략 협업에 관한 내용을 훑어보았고 직업 습관상 네이버에 들어가 용등 투자 회사를 검색했다.
  • 4년 전 진성에서 발전한 투자 화사였는데 2년도 되지 않아 해외에서 상장을 하였고 지금은 시가 몇 천억에 달하는 화태 빌딩을 사들였다.
  • 유이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 4년 만에 이렇게 발전시켰으니 아주 대단히 총명한 인물이 아니면 재벌 2세일 것이다!
  • 유이는 마우스를 아래로 당기며 어떤 레벨의 대단한 인물인지 보려고 하는 순간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탁자 위를 더듬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 “선배, 저도 마침 선배 찾으려고 했는데. 저녁에 선배와 단단이한테 밥 살게요.”
  • 전화기 너머의 성동남은 웃으며 말했다.
  • “네가 전화를 마침 잘 걸었네. 그래, 너 몇 시에 퇴근이야? 내가 데리러 갈게.”
  • “다섯시 반에 퇴근해요.”
  • 통화를 마친 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컴퓨터 화면을 보고 유이는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아 중얼거렸다.
  • “아까 뭐하려고 했더라? 나이 먹어서 그런지 기억력이 나빠지네.”
  • 생각이 나지 않은 유이는 아예 생각하지 않고 다른 일들을 처리했다.
  • 퇴근 후, 성동남은 유이를 데리러 왔고 레스토랑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가는 길에 단단이가 핸드폰만 놀고 성동남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을 보고 유이는 궁금했다.
  • “선배, 단단이 왜 말을 안 하는 거죠?”
  • 성동남은 단단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 “단단이가 자폐증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