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집안일을 해야 하기에 당시 그녀는 앞치마를 한 사이즈 큰 걸로 샀었다. 키가 큰 그가 이것을 매니 조금 우스워 보였다.
유이도 나가지 않고 주방의 문에 기대 바삐 돌아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교양이 있는 남자는 이런 일을 해도 보는 사람들을 눈 호강시켰다.
“저, 오늘 당신 왜 온 거예요?”
비록 결혼 당시 그들은 소윤천이 외지로 출장을 가지 않는 이상 일요일에는 반드시 집에 온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유이는 어제 그가 왔으니 오늘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윤천은 야채를 씻느라 머리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오늘 일요일이잖아.”
“아.”
유이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역시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 아니면 그의 아파트여도 오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소윤천이 물었고 이어서 한마디 해석했다.
“비서가 전화를 받았는데 누가 날 찾는다고 해서 핸드폰을 뒤지다가 네가 건 전화라는 걸 발견했어.”
‘비서? 어느 비서가 자신의 보스를 윤천 오빠라는 친밀한 호칭으로 불러?’
“그냥 오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유이는 결국 왜 자신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지 못하였다. 그가 앞에 한 말만 들어도 그녀는 마음이 불편하였기에 그녀는 뒤돌아 거실로 갔다.
유이는 심심해서 인스타그램을 보았지만 한참 보다 보니 짜증이 나서 저도 모르게 네이버로 들어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네이버에 온통 “남편이 왜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 거죠”혹은 “남편의 비서가 남편한테 친밀한 호칭을 써요” 등에 관한 검색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무수히 많은 대답들을 보았다. 남편이 바람피웠으니 조심해요, 남편 핸드폰을 검사해서 증거를 찾아 이혼할 준비하세요, 그래야 이혼할 때 돈을 더 많이 나눠 받을 수 있어요...... 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은 아파났다.
이때, 소윤천이 음식을 담은 접시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고 그녀를 불렀다.
“와서 밥 먹어.”
“네.”
유이는 급히 화면을 껐다.
그들은 밥을 먹을 때 항상 조용했다. 유이는 복잡한 눈길로 빈번히 소윤천을 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 먹은 후 소윤천은 그릇을 씻고 침실로 들어갔다.
요즘 일이 아주 바쁜지 샤워를 한 후 바로 침대에 올라갔다. 유이가 팩을 하고 돌아왔을 때에 소윤천은 이미 잠들어있었는데 그녀를 등지고 누운 모습에 유이는 그와 산 하나를 사이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유이는 침대 머리맡에 놓은 그의 핸드폰을 보며 한참을 그곳에 서있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가만히 가져왔다.
전에 사진을 찍을 때 소윤천의 핸드폰을 쓴 적이 있기에 그녀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들어간 유이는 이것저것 뒤져보았지만 별거 없었다. 이메일은 대부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메시지를 확인 한 그녀는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것은 이미 읽은 메시지였는데 내용은 길지 않았다:【윤천 오빠, 오늘 고마워요. 시간 나면 제가 꼭 한 끼 맛있는 거 쏠게요.】
‘배설주? 그 비서라는 여잔가? 아니면 다른 여자?’
유이도 이 메시지를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만약 중요하지 않는 메시지라면 소윤천은 진작에 삭제했을 것이다.
그녀는 화면을 끄고 다시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았다.
그의 넓은 어깨를 보던 유이는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고 그의 허리를 안았다.
1초도 되지 않아 그녀의 두 손은 그의 손에 의하여 풀렸고 심지어 그는 옆으로 조금 더 움직였는데 마치 일부러 그녀한테서 조금 더 떨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유이는 그의 행동에 마음이 아파졌다.
어제저녁만 해도 그녀와 함께 쉬지 않고 계속 뜨겁게 사랑을 나눴는데 오늘은 그녀가 그저 안으려고 하는데도 거절을 하다니. 그들 사이에는 종이 한 장과 그의 성욕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건가라고 생각한 유이는 아버지에 관한 일을 다 해결하고 나서 이혼을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4년은 너무 길었고 그녀도 힘들어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