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선배

  • 곧 상대측의 대표가 도착하였다.
  • 대표는 프랑스 사람이지만 함께 온 비서와 다른 보스 두 명은 아니었다. 유이는 그중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가 눈에 익었지만 어디서 본 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 남자는 그녀를 알아보고 웃으면서 불렀다.
  • “유이 후배.”
  • 그의 웃음기 들어간 촉촉한 눈을 보자 유이는 기억났다.
  • 성동남, 전에 아버지의 학생이었고 법원에서도 일한적이 있는 그는 그녀의 선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에 성동남은 가족 사업 때문에 스위스로 이사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선배.”
  • 유이도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 상업 협상이기에 아는 사람이라 해도 회포를 푸는 건 아니었고 시간 나면 사적으로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유이는 진 사장의 아래쪽에 앉아 상대방 대표의 말을 귀담아들은 후 통역하여 진 사장에게 전달했고 진 사장의 화답을 들으면 또 그것을 통역하여 불어로 상대방 대표한테 전했다.
  • 이것은 높은 수준의 듣기 능력을 필요로 했고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기에 다른 언어로 통역하면 많거나 적게는 꼭 차이가 있게 된다. 유이는 가장 간결한 내용으로 통역하여 쌍방이 모두 알아들을 수 있도록 했다.
  • 협상이 절반 진행되자 감흥이 일어난 그들은 술잔을 부딪혔고 유이는 진 사장을 대신해 마셨다. 생리가 끝나지 않았고 찬 것만 마시다 보니 그녀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 성동남이 유이를 힐끗 보더니 대표의 귀에 대고 몇 마디 했고 그 후 잔을 부딪히는 회수가 줄고 대부분 음식을 먹었기에 유이는 편안해져 숨을 돌렸다.
  • 1시간 반이 되지 않아 협상은 거의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었고 쌍방은 계약서에 사인했다.
  •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없자 유이는 진 사장과 말하고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갔다. 이 틈을 타 담배를 피우려고 했지만 가방을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손을 씻고 나갔다.
  •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침 성동남을 마주쳤다.
  • 유이는 주동적으로 인사했다.
  • “선배, 아까는 고마웠어요.”
  • 만약 성동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그녀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변기를 끌어안고 토했을 것이다.
  • “괜찮아.”
  • 성동남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이 젖어있는 것을 보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주었다.
  • “손에 물 묻히지 마. 감기 걸리기 쉬워.”
  • 유이도 사양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손수건을 가져 손을 닦으며 놀리듯 말했다.
  • “전에도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선배는 이 습관이 아직도 있으시네요.”
  • “습관이 된 거지. 그리고 손수건이 위생적이야.”
  • 성동남은 그녀와 함께 나란히 룸을 향해 걸었다.
  • “돌아올 때 선생님에 관한 소식을 들었어. 근데 네 번호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네.”
  • “자업자득이죠 뭐.”
  • 말하고 있는 유이의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 “선배는 그를 동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는 자신의 위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 성동남은 한숨을 쉬고는 명함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 “선생님께서 아직 판결을 받지 않았다며. 선생님을 몇 년 따랐으니까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 유이는 망설이다가 명함을 건네받았다.
  • 성동남을 만났을 때 그녀는 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할까 생각은 했지만 3억이 작은 금액은 아니기에 그녀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선생님이기에 너무 창피했다.
  • “네, 도움이 필요하면 선배한테 말할게요.”
  • 유이는 돈을 빌리겠다는 생각을 접고 화제를 돌렸다.
  • “스위스에 간지 얼마 안 돼서 결혼을 했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고 있어요?”
  • “아니.”
  • 성동남의 차가운 얼굴에 냉소가 번졌다.
  • “아내가 너무 놀기 좋아해, 말도 듣지 않고. 많기는 하루에 남자 세 명이 그녀를 찾아왔고 나도 견딜 수 없어서 이혼을 제기했어.”
  • “......”
  • 그의 생활이 이럴 줄은 생각도 못 한 유이는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
  • “애가 있었잖아요. 이혼하면 애는 어떡해요?”
  • “그 여자 성격에 우리 딸 잘못 키울까 봐 재산을 절반 나눠주고 딸의 부양권을 가져왔어. 이번에도 딸이랑 함께 돌아왔어, 한동안 국내에서 지내려고.”
  • 성동남은 유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미안해하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 “물어본 거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마. 큰일도 아니야, 부부가 맞지 않으면 이혼해야지.”
  • 유이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