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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제가 남은 아니죠

  • 어떤 젊은 여자가 그녀의 남편 소윤천의 어머니의 팔짱을 낀 채 화기애애하게 같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유이가 아는 여자였는데 바로 어제저녁 소윤천의 곁에 있었던 여자였다.
  • 소윤천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유이를 마주치리라고 생각도 못 한 것 같았다.
  • 눈이 마주치자 소윤천의 어머니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쳤다. 그녀는 유이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웃으며 말했다.
  • “요즘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윤천이가 설주더러 같이 병원에 오라고 한 거니까 달리 생각하지 마.”
  • “알아요, 윤천 씨의 비서잖아요.”
  • 유이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의 팔짱을 낀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
  • “근데 어머니, 다음번엔 저를 부르세요. 이런 일에 남을 부르시지 말고요.”
  • 소윤천의 어머니는 어색하게 웃었다.
  • 하지만 오만한 배설주는 유이가 자신을 비꼬자 바로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 “유이 씨, 전 소 사장님의 비서에요. 소 사장님의 어머님을 챙기는 것도 저의 일이고 또 제가 남은 아니죠.”
  • 내연녀가 이렇게 오만하게 구는 것을 보자 유이의 어머니는 기분이 나빠서 딸을 대신하여 나서려고 했다.
  • 하지만 유이는 막았고 담담하게 말했다.
  • “당신의 보스는 소 사장님이고 난 그의 아내이니. 당신은 날 유이 씨가 아니라 소 부인님이라고 불러야죠. 이런 상식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참 이해가 안 되네요.”
  • 배설주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 유이는 그저 힐끗 보고는 웃으면서 소윤천의 어머니한테 말했다.
  • “어머니 죄송해요. 전 일이 있어서, 설주 씨와 함게 돌아가시죠. 그럼 전 이만 갈게요.”
  • “그래.”
  • 소윤천의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이고 빈말을 하지 않았다.
  • 유이도 소윤천의 어머니가 자신을 보는 경멸하는 눈길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못 본 척 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지만 속은 아주 무거웠다.
  • 결혼 전에 그녀는 소윤천의 가족들을 아주 챙겼고 자주 선물들을 들고 소 씨네를 방문했지만 소 씨네 누구도 그녀를 반기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녀를 잘 대해준 소윤천의 어머니도 아마 그녀 집에 돈이 많아서 이기 때문일 것이다.
  • 소윤천의 어머니께서 신장 결석에 걸려 입원을 했을 때 유이는 보름 동안 병원에서 보살펴주었다. 하루 세 끼 모두 손수 만들어 병원으로 가져와서 소윤천의 어머니한테 드렸고 퇴원할 때까지 챙겼다.
  • 시간이 지나면서 친어머니처럼 모셨지만 상대방은 아예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기에 그녀는 힘들었다.
  • 정말 힘들었다.
  • 그녀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윤천은 눈에 새겨 두지 않을 것이다.
  • 병원에서 나온 유이는 그제서야 약을 두 봉지 적게 가진 것을 발견하고 어머니한테 기다리라고 하고는 돌아가 약을 가지러 갔다.
  • 복도에서 또 배설주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소윤천의 어머니가 그녀의 옆에 있지 않았다.
  • 배설주는 유이를 보자 또각또각 걸어와 그녀를 막았다.
  • “유이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 그 모습은 아주 건방졌다.
  • 유이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몇 번이고 돌아 나가려고 하였지만 배설주는 계속 막아섰고 그녀도 할 수 없이 걸음을 멈췄다.
  • “뭔 얘기요?”
  • “전 배설주고 어떤 집안인지 찾아보세요.”
  • 배설주는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
  • “당신 아버지 잡혔다는 소식 저도 들었어요.”
  • 유이는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버지가 잡힌 소식 온 도시가 다 아는데, 당신이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죠!”
  • 아침에 병원에서 소윤천을 기다리면서 핸드폰으로 배설주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아버지는 부동산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몸값이 몇 백억이 나갔으니 배설주는 그야말로 엄친딸이었다.
  • 이렇게 돈 많은 부잣집 딸이 다른 사람의 비서 노릇을 하고 있었으니 그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아챌 수 있었다.
  • 배설주도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당신 3억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당신이 소윤천과 이혼하면 이 3억은 제가 드리는 걸로 하죠.”
  • 그녀는 깔끔하게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쓰고는 손가락 두 개로 집어 유이한테 건네주었다.
  • 유이는 수표를 힐끔 보았다. 3억짜리 수표였고 위에 도장까지 있어 만약 그녀가 동의하면 바로 지금 수표를 들고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다.
  • 유이는 받지 않고 그저 그녀를 힐끗 보았다.
  • “소윤천 씨와 저,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이혼을 해야 되죠? 3억 제가 빌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