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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불어 통역

  • 언제 잠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의식이 조금 있기 시작할 때 아랫배가 아파지기 시작하였다.
  • 그녀는 생리가 오기 전에 나타나는 증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전에 왔을 때에는 모두 소윤천이 있었을 때라 이번에도 유이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찾았다.
  • “여보, 저 아랫배가 아파요......”
  •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다치지 못했다.
  • 유이는 어렴풋이 눈을 떴고 그제서야 옆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가 꽤 오래전에 나간 건지 그가 누웠던 자리가 차가웠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메모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 【비행기 시간 맞춰야 해서. 3일 동안 출장.】
  • 소윤천의 글씨체는 본인의 성격처럼 반듯하고 단정하였고 매 한 글자 사이의 간격마저 딱 맞았다.
  • 유이는 메모지를 품에 꼭 안았다. 속으로 억누르고 있던 줄이 끊어져 머리를 숙이고 울었다.
  • 3년 동안 그가 오지 않은 무수히 많은 나날들을 그녀 혼자 보냈지만 한번도 지금처럼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듯 아픈 적은 없었다.
  • 생리의 고통과 부주의로 걸린 감기가 더해져 유이는 온몸이 괴로웠다. 회사에 연락하여 휴가를 낸 후 핸드폰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만 잤고 배고프면 배달을 시켰다.
  • 이틀 후, 감기가 다 낫자 몸도 편안해졌다.
  • 유이는 일어나 샤워를 했고 몸이 개운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주임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임림아,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 주임림이 물었다.
  • “무슨 일인데?”
  • “돈 좀 빌려주면 안 될까?”
  • 유이는 주임림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모님 모두 일하시고 있는데 한 달 월급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 “아버지 일 때문에?”
  • 유이는 응하고 대답했다.
  • 남성의 제1법관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곳곳에 퍼져 거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 “나 야근이라 나가기 힘들어.”
  • 주임림이 말했다.
  • “핸드폰으로 천만 원 보내줄게. 비록 적지만 지금 내가 빌려줄 수 있는 돈은 이것뿐이야. 나머지는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방법을 찾아보면 돼.”
  • 유이는 가슴이 먹먹하여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 “임림아 큰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마워.”
  • 주임림은 우스운 듯 말했다.
  • “널 알고 지낸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 맞다, 너 불어 배웠잖아. 내 고객님 중 한 분이 마침 불어 통역이 필요한데 하룻밤에 2천만을 준대. 해볼래?”
  • “2천만?”
  • 한차례의 협상을 통역하기만 하면 2천만을 벌수 있다니, 이 일은 현재 돈이 필요한 유이한테 있어서 생명줄과 같았다.
  • “할 거야! 연락처를 보내줘.”
  • “근데 그분들 술 많이 마신다고 하더라, 너 괜찮겠어?”
  • “당연히 괜찮지. 우리 전에 학교 다닐 때도 많이 마셨잖아, 내 주량 알지?”
  • “그럼 알겠어.”
  • 두 사람은 몇 마디하고 전화를 끊었고 주임림이 번호를 보내왔다.
  • 유이는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임림의 이름을 말하자 상대방은 바로 알았다. 그녀더러 옷을 차려입고 저녁 6시에 화열 호텔에서 만나자고 했고 유이는 메모를 하였다.
  • 3분 만에 협의하여 높은 보수의 일일 통역을 맡게 된 유이는 기분이 너무 좋아 소리를 지를뻔했다.
  • 빌린 돈과 번 돈을 합치면 그녀는 모두 3천만을 가질 수 있다!
  • 이 일일 통역의 일을 신중하게 대한 유이는 옷장을 뒤지며 몇 시간을 고르다가 사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신속히 화장을 한 후 가방과 열쇠를 들고나갔다.
  • 약 10분 뒤, 택시는 화열 호텔에 도착하였다.
  • 유이가 종업원에게 번호를 말했을 뿐인데 종업원은 어느 룸의 고객인지 알았고 그녀를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긴 복도에 깔린 폭신한 레드 카펫은 밟을 때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 룸에는 네 사람뿐이었다. 유이는 한눈에 누가 리더인지 알아내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진 사장님, 저는 이번 불어 통역을 맡게 된 유이에요.”
  • “아, 오셨군요.”
  • 유이는 들어오자마자 자신한테 인사를 하고 또 잘 차려입은 모습에서 품위가 느껴져 그녀를 높이 평가한 진 사장은 그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 진 사장은 간단하게 두세 마디로 주위의 사람들을 유이한테 소개했고 오늘의 협상은 상품 수출과 관계되고 상대방의 대표는 프랑스 사람이기에 통역사가 필요했다고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