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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돈을 빌리다

  • 한참 지나서야 유이는 일어나 평온한 표정으로 주방에 가서 그릇을 깨끗이 씻어 소독 상자에 넣었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차고에 가서 차를 꺼내 30분 동안 운전을 하여 회사에 도착하였다.
  • 직원들은 유이를 보자 모두 인사를 했다.
  • “유 팀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 “좋은 아침.”
  • 유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사무실에 들어와 외투를 벗으며 비서에게 물었다.
  • “계 사장님 오셨어?”
  • “네, 사무실에 계십니다.”
  • 유이는 사장님의 사무실에 도착했고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 “유 팀장, 왔어?”
  • 계 사장님은 유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는 차를 우렸다.
  • “유 팀장은 무슨 일로 왔어?”
  • “사장님한테 돈을 빌리는 일 말이에요.”
  • 유이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녀의 말투에는 간절함이 들어있었다.
  • “계 사장님, 이 회사를 3년이나 다녔는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잖아요. 3억을 저한테 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에 계 사장님은 놀라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유 팀장, 회사의 일을 다 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야. 설령 이렇게 큰돈, 내가 동의한다고 해도 다른 이사장님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럼 사적으로 빌리면 안 될까요?”
  • 유이는 말을 이었다.
  • “걱정하지 마세요. 길어서 반년 안에, 5%의 이자도 포함해서 돈을 꼭 갚을 거예요.”
  • “유 팀장, 나도 어쩔 수 없어. 내 돈은 모두 아내가 관리하고 있고 내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걸 알면 난 쫓겨나.”
  • 계 사장님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유이에게 물었다.
  • “참, 남편이 투자를 하시는 분이라고 기억하는데. 그러면 3억은 별거 아닐 텐데 왜 남편한테 얘기를 하지 않고 그래?”
  • “그 사람은 그저 작은 금액의 투자를 하는 거라, 얼마 안 돼요.”
  • 이 말을 하면서 유이는 가슴이 아파났다.
  •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소윤천이 투자자라는 것만 알고 있고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매달 얼마씩 버는지에 대해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계약서에도 그의 돈은 그의 것이라도 적혀있었다.
  • “유 팀장, 나도 도와 싶은데 방법이 없네.”
  • 계 사장님은 유이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 “그럼 내가 채무 팀에 다음 달 월급을 좀 올려라고 말해 놓을게. 요즘 고생이 많잖아.”
  • 유이는 더 말해도 별 의미가 없음을 알고 일어나서 자리를 떴다.
  • “계 사장님 이렇게 오래 폐 끼쳐서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 “괜찮아, 난 도와준 게 없는데, 혹시 은행에서 대출이 되는지 시도해봐.”
  • “고마워요.”
  • 사장님의 사무실 나 유이는 초조해났다.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는 작은 칸에 들어가 주머니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더듬어 꺼내 담배 한대에 불을 붙였다.
  • 그녀는 담배에 인이 박힌 사람이 아니고 그저 가끔씩 놀며 피우는 게 다였다. 소윤천과 결혼한 뒤 그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것을 안 다음부터는 다시 손을 대지 않았지만 최근에 담배를 다시 피게 되었는데 조금 인이 박혔다.
  • 변기 뚜껑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유이의 안색은 어두웠다.
  • 그녀는 어릴 때부터 줄곧 법관인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대학시절에도 법학전공을 지망했지만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여 결국 금융을 선택했다.
  • 사실 그녀는 예전부터 집이 아주 부유하다고 느꼈다. 결혼할 때 그녀의 혼수도 충분히 많은 데다 그들 식구는 또 3 층 별장으로 이사를 가서 그저 아버지께서 돈을 많이 버신다고 생각하고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 하지만 한 달 전,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지 않고 뉴스에서 그가 거액의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유이는 아버지가 체포되다는 것을 알았다.
  • 어머니는 하루 종일 울었고 급해 난 나머지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했다.
  • 하지만 유이는 아주 침착했다. 어머니를 위로하는 한편 변호사와 연락하여 방법을 찾아 뇌물로 받은 돈을 조금씩이라도 돌려주려고 했다.
  • 가지고 있던 집 몇 채를 팔았고 혼수인 집과 차도 다 팔아 그녀는 할 수 없이 소윤천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그래도 3억이 모자랐다. 친척들도 괜한 일에 엮일까 봐 그녀를 피했으니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
  • 이 보름 동안 연락할 수 있는 친한 친구들한테 다 부탁을 했지만 돈을 한 푼도 빌리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