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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 잘못된 결혼생활을 앞당겨서 끝내자

  • 실망을 한 유이는 침착하게 혼자서 퇴원 수속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바로 침실에 들어가 힘껏 옷장을 열었다.
  • 그녀는 애초에 소윤천의 집으로 이사 올 때 물건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기에 30분도 되지 않아 두 캐리어에 물건들을 다 담았다. 다만 코트 몇 개는 너무 무거워 옷장에 버렸다.
  • 유이는 마지막으로 그녀와 소윤천이 함께 살았던 아파트를 보았고 곳곳에 그들의 그림자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열쇠를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캐리어를 끌고 미련 없이 떠났다.
  • 전화를 걸어 그 여자가 받고 나서부터 어제저녁 우연히 마주친 일까지, 이 일들을 통해 그녀는 모든 것을 알았다. 그녀가 3년 동안 남자의 마음을 녹이지 못했지만 다른 여자는 가능했다.
  • ‘이 결혼은 원래부터 잘못된 것이니까, 내가 앞당겨서 끝내자!’
  • 소윤천의 거처에서 나온 유이는 바로 물건들을 끌고 어머니한테 갔다. 그녀는 소윤천과 함께 지내고 싶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 그녀가 호텔에 돈을 쓰는 건 무리였다.
  • 유이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한참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 전화는 곧 연결이 되었다.
  • 유이는 어머니 측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 “어머니, 집에 안 계세요?”
  • “어? 응. 지금 밖에서 운동하고 있어.”
  • 유이의 어머니는 말을 더듬었다.
  • “유이야, 무슨 일인데? 별일 없으면 좀 늦게 내가 전화할게.”
  • 믿지 못한 유이는 얼른 캐물었다.
  • “어머니 어디서 운동하시는데요? 제가 찾아갈게요.”
  • “거리가 꽤 멀어. 오지 마.”
  • 유이의 어머니가 말을 더듬으며 말하고 있을 때 귀가 밝은 유이는 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었다.
  • “야, 손님이 갔는데 가서 테이블 치우지 않고 여기 서서 무슨 전화를 해!”
  • “어머니, 저 다 들었어요!”
  • 유이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 “주소 알려주세요.”
  • 유이는 돈 9만 원을 주면서 캐리어를 맞은켠 이웃집에 맡기고는 택시를 타고 바로 유이의 어머니가 말한 레스토랑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어머니가 허리를 굽히고 테이블을 닦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반평생을 호강하며 산 남성 제1법관의 부인이 지금은 레스토랑에서 남의 종업원으로 일하다니, 그 모습을 보던 유이는 콧등이 찡했고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 “어머니.”
  • “유이야, 왔어?”
  • 유이를 보자 유이의 어머니는 조금 민망해났다. 재빨리 테이블을 치우고 조장한테 한마디 알리고는 유이와 함께 구석에 갔다.
  • 유이는 어머니의 왼손이 빨갛게 부은 것을 보고 팔을 잡으며 물었다.
  • “왜 이렇게 된 거예요?”
  • “별거 아니고 그냥 덴 거야.”
  • 유이의 어머니는 입으로 괜찮다고 말하며 감추려고 했지만 유이는 참지 못하고 어머니를 끌고 레스토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그녀의 결정은 정확하였다. 의사는 꽤 엄중한 화상이라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곪는다고 말했다.
  • “어머니, 집에 계시라고 했잖아요.”
  • 유이는 약을 가져와 어머니의 상처에 발라주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 “제가 먹여살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 “나도 집에서 심심해서 그런 거야. 레스토랑에서 일하면 하루에 적어도 십만 원은 벌어.”
  • 말하면서 유이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 “네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한 가족 지금 즐겁게 지내고 있을 텐데. 그러면 나도 이렇게 하루 종일 겁이 나서 잠도 자지 못하진 않겠지.”
  • “그만둬요. 앞으로 가지 마시고 돈이 부족하면 제가 드릴게요.”
  • 유이는 말을 이었다.
  • “우리 집이 아무리 초라해져도 어머니를 고생시키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일은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 “어떻게 너한테 이렇게 큰 짐을 지게 해.”
  • 딸의 속 깊은 말에 유이의 어머니는 위안을 받았지만 돈 때문에 눈물을 훔쳤다.
  • “3억...... 아예 네 아버지 감옥에서 죽게 내버려 둬. 우리 상관하지 말자!”
  • 유이는 어머니께서 홧김에 한 말이고 사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속으로 아주 조급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어머니, 제가 무조건 기한 내에 돈을 빌려서 보태겠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유이의 어머니는 좋은 집안의 딸이었는데 열여덟 살에 유이의 아버지를 만났고 스무 살에 시집을 갔다. 유이를 낳고 나서 가정주부로써 줄곧 극진히 그녀를 키웠고 돈벌이는 모두 유이의 아버지에게 의지하였다. 하여 유이의 아버지가 무너지자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다행히 딸은 아주 침착했다.
  • 딸이 이렇게 말하자 유이의 어머니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일주일 치의 약을 가진 유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가려고 하였다. 허나 엘리베이터에서 나서는 순간 생각지 못 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