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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녀 탓이 아니다

  • 배설주는 손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더니 득의양양한 미소가 지으며 말했다.
  • “윤천 오빠 아직 오지 않았어요. 제가 모시고 밖을 구경시킬게요.”
  • “방금 올라오면서 그를 봤어요. 하지만 만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 모든 것을 꿰뚫은 후 유이는 마음이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 그녀는 손에 낀 열이 나는 것 같은 반지를 빼서 배설주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 “그 사람이 산 건데. 전 필요가 없으니까 대신 돌려주세요.”
  • 유이가 떠나는 모습을 보던 배설주의 얼굴색도 점점 어두워졌다.
  • 그러고는 그녀는 손에 낀 반지를 빼서 케이스에 넣고 유이의 것도 옆에 두었다.
  • 그녀는 택배를 찾아온 후 티파니 브랜드의 케이스에 반지가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에 껴 보았다. 하지만 끼자마자 유이가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그녀는 소윤천이 이걸 선물했다는 말을 한적 없었고 그저 침묵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었는데 유이 혼자서 오해를 했다.
  • 그러니 그녀 탓이 아니었다.
  • 유이는 단단의 손을 잡고 화태 빌딩을 나서자마자 바로 계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 “계 사장님, 다른 사람을 참석시키세요. 전 담판하는 이 일이 맞지 않아요. 돈도 필요 없어요.”
  • 계 사장님이 뭐라 말하기 전에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 화태 빌딩에 들어가서부터 나오기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유이는 마치 한 세기를 겪은 것 같았다.
  • 단단은 유이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고 그녀를 안았고 포동포동한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만졌다.
  • “난 괜찮아.”
  • 유이는 웃으며 말했지만 목이 멘 목소리였다.
  • “배고프지, 우리 가서 점심 먹을까?”
  • 단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 유이는 단단을 피자헛에 데리고 갔다. 단단은 편식하지만 이런 레스토랑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고 피자와 스파게티도 잘 먹었다.
  • 점심시간대라 사람이 많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휴식 구역에서 자리를 기다리고 있어 조금 시끄러웠다.
  • 음식들이 나왔지만 유이는 식욕이 없었다. 단단은 피자 한 조각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 유이는 마지못해 웃었다. 그러고는 피자를 입으로 가져갔지만 차마 베어 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은은하게 풍겨 오는 그 해산물 냄새에 그녀는 계속 구역질이 났고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 아침에 먹은 것이 없어서 물만 토해 냈다.
  •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유이는 이런 이상한 구역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알아채고 얼굴이 조금씩 창백해졌다.
  • 유이는 식사를 마친 단단을 데리고 함께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오줌을 참았다.
  • 임신 테스트기 위의 두 줄이 그녀의 눈을 자극했고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 간호사는 그녀 옆에 서 있던 단단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 “딸이 이렇게 큰데, 이때 둘째를 가져도 좋죠.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되도록이면 하이힐을 신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 “고맙습니다.”
  • 유이는 벤치에 쓰러져 앉아 한참을 멍해 있었다.
  • 소윤천이 아이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섹스할 때 그렇게 조심스러웠는데도 아이가 생기다니,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 유이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 건 맞지만 지금 그녀는 소윤천과 이혼을 하려고 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할 순 없었다.
  • 소윤천한테서 전화가 왔다.
  • “당신 어디야, 찾으러 갈게.”
  • 유이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눈물을 뚝뚝 떨구더니 독하게 말했다.
  • “소윤천 씨, 저 이혼할 거예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이혼만 하면 돼요. 동의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만나는 거로 하죠.”
  • 전화를 끊은 후 유이는 그의 번호와 카카오톡을 모두 차단했다.
  • 소윤천은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믿고 해결하려 할 게 분명했다.
  • 한바탕 울고 난 뒤 유이는 속이 많이 후련해졌다.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고 단단을 데리고 공항으로 갔다.
  • 그녀는 티켓을 구매하고 그날 저녁 7시 반에 남성으로 돌아왔다.
  • 성동남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 유이는 단단을 어머니가 사시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단단은 4억을 빌려준 성동남의 딸이라고 알려주었다.
  • 유이한테서 단단의 정황을 알게 된 유이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 “아이고, 네 선배도 참 쉽지 않네. 바쁘면 내가 애를 돌봐 줄 수 있는데. 우리한테 이렇게 많은 돈을 빌려주었으니.”
  • “괜찮아요. 저도 가끔 단단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어요.”
  • 어머니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후 유이는 본론에 들어갔다.
  • “어머니, 저 소윤천 씨와 이혼할 거예요.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부끄럽네요.”
  • 어차피 뱃속의 아이는 지우려고 했기에 그녀는 임신한 일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