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돈을 빌려주지 않을 거고, 당신은 팔 집도 없고 주위의 친구들은 더 가난한데. 3억, 이 거액을 어디에서 빌리려고요?”
“당신과 소윤천의 감정, 그가 마음에 둔 줄 알아요? 허, 당신도 느꼈죠. 만약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당신을 데리고 회사 동료한테 소개해 주진 않았겠죠.”
배설주는 웃으며 계속하여 말했다.
“어이가 없네요. 회사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소윤천이 결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니, 당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죠?”
이 간단한 한 마디가 유이 마음속의 장벽을 허물어뜨렸다.
‘당연히 어이가 없지.’
그녀가 소윤천한테 시집을 간 것부터가 웃음거리였다. 결혼식도 없었고 있는 거라곤 결혼증과 그가 만든 계약서뿐이었지만 그녀는 시집을 갔다.
“유이 씨, 현실을 받아들여요.”
배설주는 앞으로 두 발자국 걸었고 오만한 태도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소윤천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과 그의 차이가 한두 가지도 아니에요.”
유이는 고개를 들어 배설주를 보며 말했다.
“당신들 언제부터 같이 있은 거예요? 같이 살아요?”
유이가 이런 문제를 물어볼지 생각하지 못한 배설주는 흠칫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는데 마치 모든 문제를 유이한테 남겨주고 유이가 생각할 나름이라고 알려주는듯했다.
유이는 대충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배설주가 집고 있던 수표를 가져와 접어 찢었다.
세 번 접어 수표를 갈기갈기 찢고는 손을 들어 배설주의 몸에 뿌렸다. 그녀는 나지막히 말했다.
“소윤천과 이혼하겠지만 이 수표는 당신이 가지세요.”
유이는 어깨로 그녀를 치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교양이 있는 배설주도 얼굴이 일그러져 유이를 행해 소리쳤다.
“당신 정말 주책이야!”
유이는 무시했다.
어머니와 거처에 돌아간 후 변호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며칠 뒤면 곧 재판이 열리는데 돈을 다 준비했는지 유이한테 물어보았다. 유이는 꼭 되도록 빨리 준비하겠다고 대답했고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그렇게 오기 있게 수표를 찢지 말걸 하면서 조금 후회되었다. 어차피 소윤천과 이혼을 할 건데 배설주한테서 3억을 거저 가지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유이의 어머니는 조심스레 물었다.
“유이야, 혹시 변호사가 다그치는 거야?”
“괜찮아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유이는 어머니께서 안심하시도록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저 옷 좀 정리해 주세요. 그럼 전 나가서 장 보고 와서 저녁 만들어 드릴게요, 네?”
“유이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방법이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네 아버지가 몇 년 더 감옥에서 있으면 되는 거지만 난 내 하나뿐인 딸이 힘들게 지내는 거 싫어.”
“어머니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유이는 절대 도를 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재차 약속했고 그제서야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문을 나선 후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선배, 시간 있으세요?”
유이가 약속한 카페에 온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성동남도 도착하였다.
그는 품에 대략 서너 살 돼 보이는 귀여운 여자애를 안고 있었는데 포동포동한 얼굴이 아주 깜찍했다.
성동남은 앉은 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 단단이가 오후에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유치원에 가서 데리고 왔는데 오는 길에 차가 막혔어.”
“괜찮아요.”
유이는 여자애를 두 번 보았다.
“딸이 귀엽네요.”
단단은 낯가림을 하는지 계속 성동남의 품에 숨었고 성동남이 인사를 해라고 해도 몸을 꼬면서 거부했다. 다만 가끔씩 그 동그란 두 눈으로 유이를 보았다.
유이는 보면서 조금 부러웠다.
소윤천한테 시집을 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주 부러웠다. 그리하여 머리를 쥐어뜯으며 방법을 생각했다. 예를 들어 콘돔에 구멍을 뚫거나 혹은 소윤천이 술을 마시면 유혹한다든가 등 방식으로 뜻밖의 사고로 아이를 갖게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소윤천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더 총명하였고 그녀가 얼마만큼 시도를 하면 그는 그만큼 들추면서 그녀더러 터무니없이 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4년 안에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했으니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