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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소윤천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 “유이 씨, 당신은 빌리지 못 해요!”
  • 배설주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은행은 돈을 빌려주지 않을 거고, 당신은 팔 집도 없고 주위의 친구들은 더 가난한데. 3억, 이 거액을 어디에서 빌리려고요?”
  • “당신과 소윤천의 감정, 그가 마음에 둔 줄 알아요? 허, 당신도 느꼈죠. 만약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당신을 데리고 회사 동료한테 소개해 주진 않았겠죠.”
  • 배설주는 웃으며 계속하여 말했다.
  • “어이가 없네요. 회사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소윤천이 결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니, 당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죠?”
  • 이 간단한 한 마디가 유이 마음속의 장벽을 허물어뜨렸다.
  • ‘당연히 어이가 없지.’
  • 그녀가 소윤천한테 시집을 간 것부터가 웃음거리였다. 결혼식도 없었고 있는 거라곤 결혼증과 그가 만든 계약서뿐이었지만 그녀는 시집을 갔다.
  • “유이 씨, 현실을 받아들여요.”
  • 배설주는 앞으로 두 발자국 걸었고 오만한 태도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 “소윤천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과 그의 차이가 한두 가지도 아니에요.”
  • 유이는 고개를 들어 배설주를 보며 말했다.
  • “당신들 언제부터 같이 있은 거예요? 같이 살아요?”
  • 유이가 이런 문제를 물어볼지 생각하지 못한 배설주는 흠칫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는데 마치 모든 문제를 유이한테 남겨주고 유이가 생각할 나름이라고 알려주는듯했다.
  • 유이는 대충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배설주가 집고 있던 수표를 가져와 접어 찢었다.
  • 세 번 접어 수표를 갈기갈기 찢고는 손을 들어 배설주의 몸에 뿌렸다. 그녀는 나지막히 말했다.
  • “소윤천과 이혼하겠지만 이 수표는 당신이 가지세요.”
  • 유이는 어깨로 그녀를 치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 교양이 있는 배설주도 얼굴이 일그러져 유이를 행해 소리쳤다.
  • “당신 정말 주책이야!”
  • 유이는 무시했다.
  • 어머니와 거처에 돌아간 후 변호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며칠 뒤면 곧 재판이 열리는데 돈을 다 준비했는지 유이한테 물어보았다. 유이는 꼭 되도록 빨리 준비하겠다고 대답했고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쉬었다.
  • 그녀는 그렇게 오기 있게 수표를 찢지 말걸 하면서 조금 후회되었다. 어차피 소윤천과 이혼을 할 건데 배설주한테서 3억을 거저 가지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 유이의 어머니는 조심스레 물었다.
  • “유이야, 혹시 변호사가 다그치는 거야?”
  • “괜찮아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 유이는 어머니께서 안심하시도록 웃으며 말했다.
  • “어머니 저 옷 좀 정리해 주세요. 그럼 전 나가서 장 보고 와서 저녁 만들어 드릴게요, 네?”
  • “유이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방법이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네 아버지가 몇 년 더 감옥에서 있으면 되는 거지만 난 내 하나뿐인 딸이 힘들게 지내는 거 싫어.”
  • “어머니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 유이는 절대 도를 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재차 약속했고 그제서야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 문을 나선 후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 “선배, 시간 있으세요?”
  • 유이가 약속한 카페에 온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성동남도 도착하였다.
  • 그는 품에 대략 서너 살 돼 보이는 귀여운 여자애를 안고 있었는데 포동포동한 얼굴이 아주 깜찍했다.
  • 성동남은 앉은 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 “미안. 단단이가 오후에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유치원에 가서 데리고 왔는데 오는 길에 차가 막혔어.”
  • “괜찮아요.”
  • 유이는 여자애를 두 번 보았다.
  • “딸이 귀엽네요.”
  • 단단은 낯가림을 하는지 계속 성동남의 품에 숨었고 성동남이 인사를 해라고 해도 몸을 꼬면서 거부했다. 다만 가끔씩 그 동그란 두 눈으로 유이를 보았다.
  • 유이는 보면서 조금 부러웠다.
  • 소윤천한테 시집을 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주 부러웠다. 그리하여 머리를 쥐어뜯으며 방법을 생각했다. 예를 들어 콘돔에 구멍을 뚫거나 혹은 소윤천이 술을 마시면 유혹한다든가 등 방식으로 뜻밖의 사고로 아이를 갖게 하려고 시도했다.
  • 하지만 소윤천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더 총명하였고 그녀가 얼마만큼 시도를 하면 그는 그만큼 들추면서 그녀더러 터무니없이 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4년 안에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했으니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 4년이 지나면 이혼을 하니까 4년 안에 가지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도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