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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널 괴롭혀?

  • 그녀는 소윤천과의 결혼이 떠올랐다. 결혼한 지 3년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마치 종이 한 장과 계약서에 의해 묶인 남남이 같은 지붕 아래서 지내는 것 같았다.
  • 소윤천의 냉정함과 자제를 마주하면서 모든 일을 함께하지 않는 이 남자와 어떻게 3년이란 시간을 보냈는지 그녀도 모른다.
  • 바로 이때 유이의 아랫배가 아파나더니 얼굴이 창백해졌고 다리가 나른해져 넘어질 뻔했다.
  • 성동남은 급히 부축하였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근심스레 물었다.
  • “어디 아파? 같이 병원에 갈까?”
  • “괜찮아요.”
  • 유이는 손을 저었고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 “사실 저는 선배가 부러워요. 맞지 않으면 이혼하고.”
  • “너와 소윤천 씨는......”
  • 성동남은 비록 몇 년간 돌아오지 않았지만 자주 유이의 아버지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유이가 소윤천한테 시집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듣는 말에 의하면 별로 좋은 집안이 아니라고 했다.
  • “널 괴롭혀?”
  • 유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소윤천이 그녀를 괴롭히고 하루 종일 비웃어도 좋을 텐데. 차가운 모습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돌아오니 마치 그한테‘집’이란 존재는 없는 것 같았다.
  • 유이가 뭐라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 슈트를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비즈니스 엘리트로 보이는 몇몇 남자들이었는데 제일 앞에 선 남자는 어두운 회색 슈트에 검은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겨 아주 품위가 있어 보였다. 누구나 이런 남자를 보면 몇 번 더 돌아볼 것이다.
  • 유이의 눈에 그의 옆에 서있는 날씬한 누군가가 보였는데 그와 같은 회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피부색이 하얀 그녀에게 쿨톤은 유독 잘 어울렸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있었다.
  • 유이는 그대로 굳어졌다. 그녀는 소윤천의 옆에 있는 여자가 바로 그녀와 통화를 했던 그 여자라고 생각했고 곧 확신했다.
  •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소윤천도 유이를 보았다.
  • 그녀가 어느 한 남자와 함께 서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고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옆에 선 여자가 룸의 문을 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소 사장님, 안으로 가시죠.”
  • 유이는 속으로 역시나 저번에 그녀와 통화했던 여자이고 목소리가 통화를 할 때 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다.
  • 소윤천이 다른 사람들을 거닐고 자신의 옆을 지나갔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자 유이는 옷자락을 꽉 쥐었다.
  • 그녀도 시크하게 걸으며 떠나고 싶었지만 아랫배가 너무 아파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 “유이야!”
  • 룸에 들어가고 있던 소윤천이 성동남의 다급한 부름 소리에 밖을 내다보았고 유이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카펫에 쓰러진 것을 보았다.
  • 그는 옆의 사람들을 밀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 “그 손 놔요.”
  • 소윤천은 강제적으로 성동남을 밀고 그녀를 들어 안았고 얼굴이 굳어진 채 호텔을 나갔다.
  • 누구인지 알아챈 성동남은 뒤따라가지 않고 그저 눈을 껌벅거렸다.
  • 소윤천은 그녀를 안고 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 기다리면서 그는 책임자인 배설주한테 연락하여 그녀더러 오늘 저녁의 협상을 취소해라고 했다.
  • 밖에서 10여 분을 기다리자 병실의 문이 열렸다.
  • 의사는 나와서 마스크를 벗고 바로 소윤천에게 물었다.
  • “당신이 그녀의 남편인가요?”
  • 소윤천은 머리를 끄덕였다.
  • “네.”
  • “아내분이 술과 담배를 끊게끔 신경 좀 써주세요.”
  • 의사는 책망하는 말투로 말했다.
  • “본래 자궁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일과 휴식 시간을 조절하지 않고 몸을 잘 챙기지 않으면 이후에 애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제가 약을 지었으니까 꼭 제때에 챙겨 먹으라고 하세요.”
  •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 의사는 자리를 떠났지만 아직도 그 말이 소윤천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그는 미간을 주물렀다.
  • 가족의 핍박에 의해 부득불 유이와 결혼한 것이기에 자연스레 이 결혼에 대해서 매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혼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결혼할 당시 두 사람의 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계약을 했다.
  • 하지만 유이가 병에 걸릴 만큼 이렇게 나쁘게 지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그녀도 그저 20살이 넘는 여자애였기에 그가 보살펴줘야 했다.
  • 소윤천은 내려가 병원의 마트에서 뜨끈한 죽 한 그릇을 샀다.
  • 병실에 들어가자 마침 유이가 금방 깨어나 앉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보였다.
  • “움직이지 마.”
  • 소윤천은 죽을 탁상에 놓고 편하게 기댈 수 있게끔 베개를 그녀의 등 뒤에 놓았다.
  • “담배 가끔씩 핀다며 왜 인이 박힌 거야?”
  • ‘안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