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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결혼 생활 잘 지냈잖아

  • 이런 기억을 떠올린 유이는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되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가 자신과의 아이를 원할 리가 없다. 그녀는 계획이 성공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만약 아이가 생겨도 완전한 가족이 없으니 말이다.
  • “너 부족할까 봐 4억 적었어.”
  • 성동남은 수표를 꺼내 유이에게 주었다.
  • 유이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확인을 한 후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차용증을 적어 성동남에게 주었다.
  • “선배, 제가 되도록 1년 안에 모두 갚을게요.”
  • “이건 나한테 있어서 별거 아니야.”
  • 성동남은 차용증을 돌려주고 웃으며 말했다.
  • “그리고 선생님의 일이니까. 빌린 돈은 갚을 수 있으면 갚고, 급해 하지 마.”
  • “아뇨, 차용증을 받지 않으시면 이 돈 저도 빌리지 않을 거예요.”
  • 성동남이 이렇게 나오자 유이도 수표를 돌려주며 입장을 굳혔다.
  • 성동남은 할 수 없이 차용증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 “그럼 받을게. 이자는 필요 없어.”
  • 유이는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성동남이 먼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했다.
  • “만약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되면 시간 날 때 단단이 글 가르쳐주는 걸로 그 이자를 갚아. 딸이 유치원에 가는 거 싫어하거든.”
  • 유이는 조금 생각해 보더니 동의했다.
  • “그래요. 저 이래봐도 예전에 공부 엄청 잘했어요.”
  • “당연하지, 전시 1등으로 서울대에 붙었잖아!”
  • 성동남도 따라 웃었다.
  • 성동남이 돈을 빌려준 것을 감사하게 여긴 유이는 그한테 맛있는 밥 한 끼 사주고 싶었지만 떠날 때 성동남은 회사에서 그더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 “이번엔 일이 바빠서 다음번에 밥 먹자.”
  • “괜찮아요. 선배 일 있으면 먼저 가세요.”
  • 유이는 이해할 수 있음을 표시했다.
  • 성동남이 단단이를 안고 떠나는 것을 보고 난 뒤 유이도 떠났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데 뜻밖에도 소윤천의 차를 보았다. 차에 기대고 있는 그의 얼굴은 조금 어두웠다.
  • “당신 왜 왔어요?”
  • 유이는 1미터 되는 곳에 서서 물었다. 묻는 동시에 그때 어머니한테 셋집을 구해드릴 때 소윤천에게 어머니의 주소를 알려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속으로 후회했다.
  • 소윤천이 고개를 돌려 유이를 보았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성큼성큼 걸어와 따지는 말투로 말했다.
  • “왜 옷들을 다 가져간 거야? 그곳에서 지내지 않으려고?”
  • “그곳은 당신의 집이니까 제가 지낼 필요가 없죠.”
  • 유이는 최대한 큰일을 피하고 작은 일을 골라 말했다.
  • “그리고 어머니께서 불면증이 심하셔서 제가 와서 더 잘 챙겨드리려고요.”
  • “그럼 이건 뭔데?”
  • 소윤천은 문서를 유이의 눈앞에 들어 올렸다. 앞표지에 눈에 거슬리는 ‘이혼 협의’이 몇 글자가 씌어 있었는데 그는 아주 짜증이 났다.
  • 회사에 일이 많아 다 처리하고 나니 오후가 되었다.
  • 그는 유이가 혼자 퇴원했으리라 생각하고 장을 보고 돌아갔지만 집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 침실에 들어가서 텅 빈 탁자를 보고는 그는 유이가 자신의 물건들을 모두 가져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옷장에는 코트 두 개밖에 없었고 침대 머리맡에는 유이가 사인을 한 이혼 합의서가 놓여있었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는 당황했고 유이가 왜 이렇게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3년간의 결혼 생활 잘 지냈잖아?’
  • 그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지만 유이가 그를 차단했는지 몇 번이나 걸어도 받지 않았다. 화가 난 그는 옷장을 발로 찼고 점점 더 짜증이 났다.
  • 조금 냉정해진 후 소윤천은 유이가 어머니에게 셋집을 찾아준다고 말하면서 주소를 준 것이 기억났다. 그는 바로 서랍을 뒤져 그 메모지를 찾은 뒤 운전을 하여 곧장 유이의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아파트 단지로 갔다. 하지만 유이의 어머니가 정확히 몇 층에 사시는지 몰랐던 그는 계속 밑에서 기다렸다.
  • “당신이 본 그대로에요.”
  • 유이는 이혼 합의서를 힐끗 보더니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 “저 당신과 이혼할 거예요.”
  • “유이, 너!”
  • 그녀의 평온한 얼굴에 소윤천은 더 짜증이 났다. 손을 내밀고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유이의 손에 쥔 비닐봉지가 떨어져 채소들도 온 바닥에 떨어졌다.
  • “4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자격으로 이혼한다고 하는 거야?”
  • “저 힘들어서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 하루 종일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유이가 폭발했고 눈을 부릅뜨고 그를 보았다.
  • “4년 되지 않으면 뭐 어때서요. 서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이혼을 못 한다는 거예요?”
  • 소윤천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유이는 계속하여 물었다.
  • “소윤천 씨, 당신은 절 사랑한 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