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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네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

  • 유이의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말했다.
  • “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꼭 너도 좋아하고 상대방도 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슬픈 건 한때이니 네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
  • 유이는 코를 훌쩍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 “소윤천은 무조건 절 찾아올 거지만 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때가 되면 어머니께서 이혼 협의서를 그한테 주고 사인해라고 하세요.”
  • “알았어.”
  • 유이는 성동남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집에서 지낼 수 있냐고 완곡하게 말했고 성동남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유이는 단단을 데리고 어머니의 집을 떠났다.
  • 이튿날 오후, 소윤천은 진성에서 돌아오자마자 운전을 해서 곧바로 유이의 어머니 거처로 갔다.
  • 유이의 어머니가 문을 열었고 그의 담담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 “무슨 일이야?”
  • “어머니, 유이 여기 있어요?”
  • 소윤천은 성질을 죽이고 물었지만 마음속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 그는 어제 회사에 도착서야 영신의 대표가 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사무실에 반지를 두고 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울면서 단호한 태도로 이혼을 하겠다고 했다.
  • 소윤천은 회의가 몇 개 더 잡혀 오늘 오후가 돼서야 비행기를 타고 왔다.
  • “여기 없어, 하지만 남기고 간 물건이 있어.”
  • 유이의 어머니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이 틈을 타 소윤천은 방을 관찰했고 정말 유이가 없는 것을 발견하지 더욱 좌절감을 느꼈다.
  • 유이의 어머니는 문서를 꺼내 소윤천에게 줬다.
  • 위에 있는 몇 글자를 본 소윤천은 얼굴색이 점점 나빠졌다.
  • “어머니, 전 유이와 이혼할 생각이 없어요.”
  • “하지만 유이는 너와 이혼하고 싶어 해.”
  • 유이의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 “윤천아, 우리 집에서 널 푸대접한 적도 없었고 유이도 너한테 일편단심이었어. 하지만 너희들이 잘 지내지 못하니까 방법이 없지.”
  • “제가 일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 알아요. 제가 말......”
  • “일이 바쁜 거야?”
  • 유이의 어머니는 그의 말을 끊었다.
  • “윤천아, 넌 내 딸을 사랑한 적이 있어?”
  • 소윤천은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이 모습을 본 유이의 어머니는 말투가 더 차가워졌다.
  • “윤천아, 내 딸도 여자야. 애도 낳고 늙어 갈 거야. 더 이상 낭비할 청춘은 없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그녀를 보내 줘.”
  • 유이의 어머니는 이혼 협의서를 그한테 주고는 내쫓았다.
  • 소윤천은 이혼 협의서를 손에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
  • 그는 분명 유이한테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이혼에 관한 얘기를 하자고 말했었는데 별안간 유이의 태도가 단호해졌다.
  • 소윤천은 점점 더 이유 모를 짜증이 났다. 유이의 회사가 생각난 그는 운전을 해서 그녀의 회사로 찾아갔지만 유이가 진작 휴가를 냈고 며칠 쉬는지도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마치 그가 이혼 협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다.
  • 두 군데서 모두 그녀를 만나지 못 한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혼 협의서를 갈기갈기 찢었다.
  • ‘왜 유이가 결혼한다면 결혼해야 되고, 지금 이혼하겠다면 내가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해야 되는데? 내 의견은 물어본 적 있어?’
  • 그는 반드시 유이를 찾아내 똑똑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휴가를 낸 며칠 동안 유이는 줄곧 성동남의 집에 단단과 함께 있었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 유이의 어머니는 전화로 그녀가 떠난 이튿날 소윤천이 진성에서 돌아와 그녀를 찾았고 심지어 회사까지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유이는 그저 우스웠다.
  • 결혼 후, 그녀와 소윤천은 마치 두 세계 사람 같았고 두 사람의 라이프는 평행선을 걷는 것처럼 마주칠 일이 없었고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났다. 하지만 지금 이혼을 하려고 하니 소윤천이 그녀를 찾고 있다니 너무 우스워서 어이가 없었다.
  • “어머니, 만약 그이가 다시 찾아오면 문을 열어 주지 마세요.”
  • 유이는 이렇게 말하고 평온하게 병원에 가서 유산 수술을 예약했다.
  • 아이한테 완전한 가정을 주지 못 한다면 그녀는 차라리 낳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유이는 변호사한테 연락하여 도움을 청했고 아버지를 면회하러 교도소에 갔다.
  • 한참을 기다려서야 유이는 아버지가 두 경찰과 함께 접견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 유이의 아버지는 이 몇 달을 잘 지내지 못했는지 머리가 절반이나 하얘졌고 등도 구부정하였다. 그는 유이를 보자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유이는 눈가가 조금 시큰해짐을 느꼈다. 그녀는 수화기를 가리켰고 아버지가 전화를 들자 그제야 말했다.
  • “제가 물건들을 가져왔으니까 이따가 사람을 불러 드리라고 할게요. 판결이 내려왔어요.”
  • 유이의 아버지는 전화기를 잡은 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했다.
  • “유이야, 아버지가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