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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저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 “저한테 미안한 게 아니라 어머니한테 미안하셔야죠.”
  • 유이는 말했다.
  • “어머니께서 이 일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셔서 불면증에 걸리셨어요. 지금은 또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으세요.”
  • “미안해, 이 못 난 아버지 때문에.”
  • 유이의 아버지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 “변호사 말이 태도가 좋으면 감형할 수 있대요.”
  • 유이의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가 유이의 아버지가 물었다.
  • “너, 윤천이 하고는 잘 지내고 있어?”
  • “아뇨, 우리 이혼하려고요.”
  • 유이는 숨기지 않았다.
  • 유이의 아버지는 흠칫하더니 죄책감에 말했다.
  • “다 내 잘못이야. 그때 아버지가 소윤천한테 너와 결혼하라고 등 떠밀지 않았다면 지금 네가 이렇게 즐겁지 않지 살진 않겠는데.”
  • 유이는 고개를 저었다.
  • 반대로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 당시 그녀가 그저 소윤천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아버지는 두말없이 소 씨네를 찾아갔다. 마침 소 씨네가 유이의 아버지한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었고 이 결혼은 정해졌다. 아버지는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가 뭘 가지려고 하던 모두 주었다.
  • 그녀는 아버지한테 고마웠다. 소윤천과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완전히 체념했고 이혼한다고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 않았다.
  • 면회를 끝낼 시간이 되자 교도관은 재촉했다. 유이는 아쉬운 마음으로 아버지와 인사를 했다.
  • 교도소를 떠난 뒤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갔다.
  • 휴식을 잘 못한 탓인지 유이는 가슴이 답답해 났고 아랫배도 아파 났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점점 의식을 잃었고 깨어났을 땐 이미 병원이었다.
  • “아가씨, 임신 중이면 휴식을 잘 하셔야 해요.”
  • 간호사는 유이가 깨어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 “임신하신지 얼마 안 되셔서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요.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시면 유산되기 쉬워요.”
  • 간호사는 유이가 택시 안에서 기절하여 택시 기사가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고 했다.
  • 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간호사가 검사하게 했다. 간호사가 갈 수 있다고 말하고 나서야 신발을 신고 천천히 병실을 떠났다.
  • 긴 복도에 사람들이 오고 갔는데 사람마다 표정이 달랐다. 기뻐하는 표정과 근심 어린 표정들이 있었다.
  • 그녀는 부부 한 쌍이 아이를 안고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포대기에 있는 아이는 포동포동 하였고 아주 귀여웠다. 손가락으로 장난하는 남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여보, 입이 당신을 많이 닮았어.”
  • 아내는 불만스러운지 그를 툭 쳤다.
  • “당신 지금 제 입이 크다고 하는 거예요?”
  • “그럴 리가, 여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야!”
  • 부부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유이는 가슴이 아파 났고 저도 모르게 손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이곳에서 작은 생명 하나가 성장하고 있고 이후에 똥그란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볼 수 있었다.
  • 천천히 유이는 벽에 기대어 조금씩 땅에 꿇어앉았고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 “미안해, 미안해.”
  • 유이가 성동남의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그가 돌아와 단단과 놀고 있었다.
  • “미안해. 협력 건에 관해서 담판을 하느라 이틀이나 늦었어.”
  • 유이가 자신을 도와 단단을 이렇게 오래 돌봐 주어 성동남은 조금 미안했다. 이윽고 유이의 얼굴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
  • 유이는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짜냈다.
  • “선배,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어요?”
  • 소윤천은 아직도 유이를 찾는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정작 그녀를 찾으려 하니 그는 유이에 대해 아는 것이 아주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몰랐고 유이 어머니의 집과 회사에서도 그녀를 만나지 못하자 그는 차를 몰고 목적 없이 돌아다니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
  • 그도 왜 자신이 이렇게 조급하고 짜증이 나는지 몰랐다. 그저 이혼을 해도 유이가 아닌 그가 먼저 얘기를 꺼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먼저 말하면 자신이 그녀를 괴롭히는 매정한 남자 같아 보였다.
  • 소윤천이 해커의 도움을 받아 유이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 유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고 생각한 그는 급히 받았다.
  • “유이?”
  • “저예요.”
  • 유이는 응하고 대답을 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 “소윤천 씨, 오늘 저녁 우리 어머니 집으로 와서 밥 먹어요.”
  • “그래, 갈게.”
  • 소윤천은 드디어 한숨을 돌렸다.
  • 유이가 전화를 걸었다는 건 이 일이 아직도 의논의 여자가 남았다는 뜻이었다.
  • 하지만 소윤천은 깜짝 놀랐다. 유이의 어머니가 사시는 곳에 왔는데 그에게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유이의 어머니도 유이도 아닌 키가 아주 큰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