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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재벌녀의 귀환

리얼 재벌녀의 귀환

노란머리앤

Last update: 2024-04-08

제1화 그녀가 돌아왔다

  • 윤혜성은 눈을 번쩍 떴다.
  • 그녀는 기억 속과 똑같은 익숙한 방을 둘러보며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것을 실감 나게 느꼈다.
  • 침대 옆 탁자에서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해 보니 그날이었다.
  •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 이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려 정적을 깼다.
  • 문을 열어보니 잘생긴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 “왜 전화를 안 받아?”
  •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질책했다. 윤혜성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 “받기 싫어서.”
  • 그녀의 둘째 오빠 김성훈이다. 그녀의 현 매니저이기도 하다.
  • 김성훈은 이런 대답을 들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얼어붙었다.
  •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인내심을 잃은 듯 말했다.
  • “그만해라.”
  • “대사 좀 바꿔라, 뭘 자꾸 그만하래, 지겹다, 진짜.”
  • 이 집에 돌아온 이후 김 씨 가족 사람들, 어머니와 다섯 오빠 모두 그녀에게 이 말을 해왔다.
  • 그만하라고.
  • “서윤이가 그 예능에 나가고 싶다잖아, 그거 하나 양보 못 해줘?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온 집안 식구들이 네 눈치를 봐야겠어?”
  • “이 기회는 내가 어렵게 구해온 거야.”
  • 윤혜성은 냉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 “내 눈치 보는 건 내 알 바 아니잖아?”
  •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자란 사이가 아니다.
  • 4살 때, 다섯째 오빠가 데리고 나갔다가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 그 후 가족은 그녀와 비슷한 또래 어린 소녀를 입양했고 그녀에게 김서윤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 1년 전, 김 씨 가족은 친딸을 찾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지만 친딸보다 입양한 서윤이를 더 이뻐했다.
  • 무엇을 하든 그녀가 하면 장난이고 서윤이가 하면 괜찮다.
  • 전에 윤혜성은 자신의 노력과 천부적인 능력으로 1년 만에 투명한 배역에서 유명인으로 거듭났다.
  • 김 씨 가족은 그녀를 데려간 후, 직접 보살피겠다는 핑계를 대고 그녀 전 소속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렇게 윤혜성은 킴앤씨 엔터로 편입되었고 매니저도 자연스럽게 김성훈이 맡게 되었다.
  • 음악을 배우던 김서윤도 갑자기 연예계에 관심이 생겨 같은 소속사와 같은 매니저 밑에서 함께 하게 되었다.
  • 1년 동안, 김서윤은 엄청난 배경으로 좋은 프로그램에만 나가 자연스레 유명인으로 거듭났다.
  • 그러나 윤혜성은 김서윤이 거절한 프로그램에만 나갈 수 있었다.
  • 지난달, 우연히 감독 아내의 생명을 구해 화제를 모았던 새 버라이어티 쇼에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 김서윤도 이 예능에 나가고 싶어 했지만 게스트는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김서윤의 현 유명치로는 단독으로 추가되기 힘들었다. 그래서 김성훈과 집안사람들은 윤혜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권했다.
  •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김서윤이 일부러 자신만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을.
  • 그래서 제안을 거절했지만 가족은 그녀를 비난했다.
  • 어젯밤, 끝까지 버티고 양보하지 않은 그녀는 끝끝내 방안으로 돌아왔다.
  • 김성훈이 나타난 지금, 이 타이밍도 실은 윤혜성을 설득하기 위해서이다.
  • “내가 더 좋은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게 마련해 줄게. 그러니까 이젠 그만 양보해 주라.”
  • “못 해, 오빠 귀한 동생보고 그 프로그램에 나가라고 하면 되겠네.”
  • 윤혜성은 피식 웃으며 방문을 닫아 버렸다.
  • 김성훈은 닫힌 방문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집에 돌아온 후 자신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 “넌 애가 대체 왜 이러니?”
  • 그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지만, 윤혜성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자리를 떴다.
  • 문을 닫은 윤혜성의 마음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 전생의 그녀는 가족의 애정을 갈망했기에 가족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었다. 약도 지어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함께 연기 연습도 하고 무용도 연습했다.
  • 그러나 납치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윤혜성보다 김서윤을 먼저 구했고 친딸인 그녀는 결국 납치범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 그녀는 가족이라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망했다.
  • 그러나 다행히도, 죽고 난 그녀는 시스템과 얽매이게 되었다. 여러 세계로 이동해 퀘스트를 수행했고 보상으로 생명력을 얻었으며 끝끝내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윤혜성은 오른손을 뻗어 손바닥을 보았다.
  • 얼마 남지 않은 생명력,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1년뿐이다.
  • 시스템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생명의 연장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얻어야 한다고 힌트를 주었다.
  •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또는 그녀가 누군가를 도와 많은 사람의 호감을 얻을수록 생명력을 추가로 연장받을 수 있다.
  • 신앙심으로 생명력을 바꾸는 셈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 생명력을 연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그녀는 지금 김 씨 가족 사람들과 싸울 시간이 없다.
  • 그녀는 급히 옷을 차려입고 자신이 이 집에 가져온 물건들을 모두 캐리어에 넣었다. 집사가 사준 물건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 그녀는 장부를 꺼내 이 집에서 사용한 비용을 계산했다.
  • 그러고는 아버지가 줬었던, 하지만 한 푼도 쓰지 않은 은행 카드를 꺼냈다.
  •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 거실에 앉아 있던 가족들은 캐리어를 들고 내려오는 윤혜성을 보며 모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 어머니 서주희는 윤혜성을 째려보며 질책했다.
  • “또 무슨 소란을 피우려는 거니? 네가 온 이후로 집안이 조용한 날이 없구나.”
  • “전 돌아오고 싶다고 한 적 없어요, 저를 직접 데리러 오셨잖아요? 그리고 제가 무슨 소란을 피웠다고 이러세요? 제가 어렵게 구해온 이 소중한 기회를 양보하지 않은 게 소란을 피운 건가요? 그렇다면 김서윤도 지금 도가 지난 요구를 하는 거 아닌가요?”
  • 서주희는 윤혜성의 반박을 예상하지 못한 듯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 “서윤이는 그 예능을 좋아할 뿐이야. 넌 김 씨가문의 딸이지만 서윤이는 그 신분을 잃었잖니, 네가 양보해 주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 왜 자꾸 서윤이랑 싸우려는 거니?”
  • 셋째 오빠 김하준도 한 마디 보탰다.
  • “너 서윤이 싫어하지? 맨날 서윤이한테만 화풀이하고 말이야.”
  • 넷째 김지호도 불쾌한 듯 말했다.
  • “그냥 조용히 김 씨 아가씨 역할이나 할 것이지 왜 자꾸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니?”
  • 전생의 그녀였다면 매우 슬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달랐다.
  • “우선, 전 서윤이의 것을 빼앗은 적 없어요. 걔가 나 대신 김 씨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렸죠. 그리고, 당신네가 절 잃어버린 거잖아요, 양심이란 게 있기는 하나요? 저한테 빚진 사람은 당신들이에요. 전 아무에게도 빚진 적 없어요, 그러니 당연히 갚을 필요도 없죠.”
  •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 “그리고 그 귀한 김 씨 아가씨네 자리는 다시 걔한테 돌려줄게요, 전 하라 해도 하기 싫으니까.”
  • 서주희는 윤혜성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 깜짝 놀랐다.
  • “뭐라고?”
  • “김 씨 가족과 연을 끊겠다고요. 앞으로 만나도 모르는 척 지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식구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 “당신네가 그토록 귀하게 여기는 양녀에게 아가씨 자리를 주겠다고요. 맘 편하시겠어요, 다시는 김서윤의 물건을 뺏으려는 사람이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