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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두 번째 비밀 게스트

  • 정장을 차려 입은 김시우가 먼저 차에서 내린 뒤, 한 손을 차 안으로 뻗었고 화려한 흰색 원피스를 입은 김서윤이 김시우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 두 사람을 보자마자 라이브 방송에 접속한 팬들이 들뜬 마음으로 너도나도 댓글을 남기기 바빴다.
  • [역시 비주얼 남매야, 어떻게 저렇게 잘생기고 예쁠 수 있지?]
  • [우리 우블리가 정장 입는 거 오랜만에 보네. 여동생 스타일링에 맞추려고 입었나 보다. 오빠가 천사네 천사야!]
  • [여동생 비주얼이 요정이 따로 없네.]
  • 윤혜성이 두 남매를 힐끗 쳐다보았다.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김서윤은 오늘 옷차림 또한 발랄하고 청순했기에 늘 유지하던 요정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렸다.
  • 등장하자마자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두 사람은 농촌 체험 예능을 찍으러 온 것보다는 연회에 참석하러 온 것 같았다.
  •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걸어오자 송예연이 웃는 얼굴로 주동적으로 인사를 하며 심지어 다정하게 김서윤의 팔짱까지 꼈다.
  • 송예연의 눈빛이 많이 조심스럽긴 했지만 윤혜성은 그녀가 계속 김시우를 힐끔거리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 송예연이 김서윤을 반긴 건, 김시우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 임미현과 소진도 김시우 남매와 반갑게 인사를 하긴 했지만 송예연 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다.
  • 윤혜성은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 김서윤이 굳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한 건, 프로그램 자체의 높은 화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윤혜성과 선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
  • 윤혜성은 왠지 김서윤이 김시우와 이세준을 이용해서 그녀를 계속 자극할 것만 같았다.
  • 그러다가 자극을 견디지 못한 윤혜성이 라이브 방송에서 이성을 잃고 사고라도 치길 바랐다.
  • 이렇게 되면 김시우와 이세준은 윤혜성에게 반감이 생길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도 그녀를 싫어하게 될 것이기에 그때가 되면 윤혜성은 바닥에 짓밟힌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 라이브 방송은 힘들게 만든 이미지가 들통나기 쉬웠기에 윤혜성은 애초부터 가식적인 이미지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가장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 그래서 김시우와 김서윤과도 일부러 친한 척할 마음도 전혀 없었다.
  • 김시우는 냉랭한 윤혜성의 태도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당당한 모습으로 김 씨 가문을 떠난 뒤, 그들은 아직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 하지만 윤혜성이 주동적으로 화해의 뜻을 보이기 전에 김시우는 절대 그녀를 먼저 돕진 않을 생각이다.
  •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김시우 팬들은 의외의 상황에 실시간 댓글을 남겼다.
  • [윤혜성이 우리 우블리를 열정적으로 반기고 들러붙을 줄 알았는데.]
  • [우리 우블리가 대꾸를 안 할 거라는 걸 눈치챘나 보지. 라이브 방송에서 체면이 깎이면 안 되니까 아예 시도도 안 하는 거겠지.]
  • [그래도 눈치는 빠르네.]
  • [밀당을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이제 시작이니까 두고 보자고.]
  • 몇 분 뒤, 차 두 대가 도착했고 도도하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이세준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 그를 발견하자마자 소진 등 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 하지만 김서윤 눈에는 놀라움이 아니라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세준이 비밀 게스트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 역시 윤혜성의 추측대로 두 사람은 진작부터 연락을 주고받은 게 틀림없다.
  • 몇몇 사람이 이세준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윤혜성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이세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곱게 차려 입은 윤혜성을 발견했고 그녀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신과 인사를 할까 궁금했는데 싸늘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을 줄은 몰랐다.
  • 송예연은 자신보다 예쁜 윤혜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그녀를 보며 물었다.
  • “윤혜성 씨, 연기 대상 이세준 씨를 보고 인사도 안 해요? 두 분이 어렸을 때부터 죽마고우라고 들었는데.”
  • 송예연의 의미심장한 말에 윤혜성이 대범하게 인정했다.
  • “저희가 절교를 해서 모르는 사이로 지내기로 했거든요.”
  • 윤혜성은 프로그램에서 이세준과 그 어떤 식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고 송예연의 질문을 빌려 두 사람 현재 관계를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알렸다.
  • 그녀의 대답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 윤혜성이 대범하고 당당하게 저런 말을 하다니. 그것도 라이브 방송에서!
  • 깜짝 놀란 송예연이 물었다.
  • “네? 절교를 했다고요? 왜요?”
  • “송예연 씨와는 상관없는 일인 거 같은데요.”
  • 윤혜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세준이 송예연을 힐끗 쳐다보며 대꾸했다. 그는 두 사람의 절교에 대해 깊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 창피해서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이세준이 윤혜성을 위해 나설 줄은 몰랐던 송예연이 난감한 표정으로 괜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전 단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
  • [나도 궁금하네. 윤혜성이 왜 이세준과 절교를 했지?]
  • [설마 윤혜성이 이세준을 꼬시려고 하다가 이세준에게 접근 금지를 받은 거 아니야?]
  • [윤혜성이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거 보니까 이세준이 먼저 절교하자고 한 건 아닌 거 같아.]
  • [뭔가 있는 게 확실해. 이세준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윤혜성이 말을 했을 거 같은데.]
  • 이때, 이세준의 팬들이 화가 나서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 [윤혜성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우리 오빠랑 절교를 했다는 말을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 누가 뭐 자기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줄 아나?]
  • [내 말이, 고상한 척은 혼자서 다 하고 있네. 우리 세준 오빠는 너 같은 여자를 진작 멀리하고 싶어 했을 거야!]
  • [처음부터 대놓고 절교했다고 했으니 앞으로 절대 우리 오빠한테 들러붙지 마!]
  • [또 모르지. 나중에 염치도 없이 친한 척할 수도 있지.]
  • 이때, 뒤따라오던 차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낀 젊은 남자가 유유히 내렸다. 건장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 남자는 야생마와 같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
  • 선글라스로 얼굴 절반 정도를 가리고 있긴 했지만 새하얀 피부에 높은 콧대는 여전히 티가 났다. 윤곽이 분명한 얼굴은 미남이 틀림없었다.
  • 윤혜성은 전생에 이 프로그램의 초반 부분을 본 적이 있기에 이 비밀 게스트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 이름은 한구운, 서울의 슈퍼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이다. 한 씨 가문은 김 씨 가문보다 훨씬 어마어마하고 대단한 가문이다.
  • 한구운은 이스포츠 저번 시즌의 우승자일 뿐만 아니라 인기가 어마어마한 게임 비제이로써 이스포츠 팬들은 그를 운느님이라고 불렀다.
  • 하지만 손에 부상을 입은 관계로 세계 챔피언을 따낸 뒤로부터 이스포츠계를 떠나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 이스포츠계에서 몇 천만 명의 팬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이 잘생긴 데다가 노래실력과 춤실력도 꽤 뛰어났기에 연예계에 진출한지 1년만에 탑급에 오르게 되었다.
  • 연예계에 발을 들인 뒤로부터 엄마 팬과 누나 팬들이 많이 생겼으며 그들은 한구운을 ‘베이비운’으로 불렀다.
  • 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매니저가 한구운의 팬층을 넓히기 위한 결정일 것이다.
  • 윤혜성은 한구운에 대해 인상이 깊었다. 한구운은 유일하게 김서윤에게 관심이 없고 심지어 그녀에게 독설까지 했던 남자 게스트이기 때문이다.
  • 나머지 사람들은 두 번째 비밀 게스트가 한구운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그가 나타나자 다들 이세준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란 듯했다.
  • 이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한 이 도련님에 대해 다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 행동이 건방지고 오만한 한구운은 기분이 언짢아지면 그 누구의 체면도 고려하지 않기로 유명했으며 심지어 독설도 스스럼없이 날렸다.
  • 하지만 한구운 가문 배경이 너무도 막강했기에 그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 대신 한구운 이 남자를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그도 이유 없이 권력으로 행패를 부리거나 일부러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 그뿐만 아니라 한구운의 수많은 엄마 팬들과 누나 팬들은 굉장히 이성적이었으며 그와 똑같이 독설가들이기에 한구운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 다들 까다로운 게스트의 등장에 골치가 아팠다. 앞으로의 방송에서 한구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한편, 김시우는 한구운을 보자마자 안색이 확 굳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 김시우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건 저번 연회에서 김서윤이 주동적으로 나서서 한구운의 편을 들었는데 한구운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서윤을 여기저기 꼬리를 치고 다니는 여자로 여겼다.
  • 심지어 예의도 없이 김서윤에게 독설을 날리기까지 했다.
  • 김서윤도 갑자기 나타난 한구운의 모습에 깜짝 놀란 듯했다. 감독님과 스텝들이 사전에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두 번째 비밀 게스트가 한구운인 줄은 몰랐다.
  • 전에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한구운의 모습과 그의 어마어마한 배경을 생각하자 원피스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
  • 한구운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김서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줄 것이고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