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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너무한 제작진

  • 한구운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에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댓글을 남겼다.
  • [운느님을 모셔오다니. 제작진이 꽤 대단하네.]
  • [역시 비밀 게스트답게 클래스가 어마어마하네.]
  • [클래스가 남다르지 그럼. 이 대상님이든 운느님이든 소유하고 있는 팬들만 몇 천만 명인데.]
  •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좀처럼 예능에서 보기 힘든 우리 베이브운을 섭외하다니.]
  • [근데 평소에도 깔끔하고 귀하게 자란 우리 베이브운이 이곳 생활과 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 [당연히 적응 못하겠죠. 진땀 빼는 우리 베이비운의 모습이 기대되네요.]
  • [저도요, 저도요!]
  • [우리 운느님을 이런 곳에서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으라는 건 좀 잔인한 거 같은데!]
  • [나중에 팀 미션이 있을 거 같기도 한데. 누가 우리 베이비운이랑 같은 팀이 될지 벌써부터 그 사람이 불쌍하네.]
  • [그러네요. 팀원이 누굴지 참 안타깝네요.]
  •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다른 연예인의 팬들과 네티즌들은 한구운 팬들의 말에 흠칫 놀란 듯했다.
  • 한구운 팬들의 컨셉이 왠지 다른 연예인 팬들과는 많이 다른 듯했다.
  • 이때, 한구운이 걸어오자 사람들이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 김시우는 한구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라이브 방송 도중에 얼굴을 붉히기는 싫었기에 언짢은 기분을 꾹 참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 게스트가 한자리에 전부 모이자 피디가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여러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이곳에서 3주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겁니다. 3주 동안 여러분의 일상 생활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저희 제작진은 여러분들에게 지낼 곳과 주방 용품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도구들만 제공할 겁니다.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마련해야 돼요.”
  • 김시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출연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 “저희가 어떻게 알아서 마련해요? 개인 돈을 써도 되는 건가요?”
  • “당연히 개인 돈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피디가 순진 무구한 김시우를 보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 “그리고 여러분들이 소지하고 있는 핸드폰도 잠시 거둬갈 겁니다. 핸드폰은 새것으로 다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 생각해 봐야 해요.”
  • 피디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하는 말에 소진이 궁금한 듯 물었다.
  • “그럼 제작진에서 어떤 기본적인 도구를 제공해주는 거예요?”
  • 그는 예전에 생존 버라이어티 예능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그들에게 세가지 물건만 제공한 채 다른 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보조 도구는 저희가 최대한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 이 프로그램을 런칭한 제작진은 게스트를 괴롭히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기에 다른 프로그램과는 차이점이 좀 있을 것이다.
  •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하면 저희는 그물망이나 낚시대를 제공해드릴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불을 피운다고 하면 저희는 도끼를 제공하겠죠. 말 그대로 모든 게 제로부터 시작인 겁니다. 여러분들이 돈을 한 푼도 지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지켜보는 거죠.”
  • 피디의 말에 김시우는 어이가 없었다.
  • “한 푼도 없는데 저희가 어떻게 살아남아요? 먹고 마시는 건 뭘로 사요? 그럼 제작진에서 가끔 미션을 주시는 거예요? 저희가 그 미션에 성공하면 상금도 받고 그런 건가요?”
  • 김시우는 이곳에 오기전에 비슷한 예능을 모니터한 적이 있었는데 보통 제작진이 미션을 주고 게스트가 그 미션을 성공하면 상금을 받거나 나가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런 형식이었다.
  • 이때, 피디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 “아니요. 이 3주 동안 저희는 여러분들에게 그 어떤 미션도 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간섭 또한 전혀 안 할 겁니다. 여러분은 그저 자유롭게 생활하시면 돼요. 그리고 먹고 마시는 문제는 여러분들이 직접 물건을 찾아 이곳 주민분들과 물물교환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은 직접 주민분들에게 찾아가 도울 거리가 없는지 물어보고 노동을 대가로 음식을 받으셔도 됩니다.”
  • 피디가 제안을 했다.
  • 다른 비슷한 생활 예능은 제작진이 게스트에게 미션을 전달하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그림을 만들고 싶어서 1회부터 모든 걸 게스트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 어찌 됐든 이 예능은 라이브로 방송되는 것이기에 차라리 이 방법이 더욱 화제성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리고 만약 1회의 예능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면 다음 회차부터 미션을 추가하면 그만이니까.
  • 게스트들도 피디의 뜻을 눈치챈 듯했다.
  • “자, 이제 다들 개인 핸드폰은 저희에게 제출해주시길 바랍니다.”
  • 피디가 보조 스텝에게 게스트 이름이 적힌 비밀번호 잠금 상자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 “핸드폰은 각자 이름이 적힌 상자에 넣어주세요. 기존 비밀번호는 000000입니다. 핸드폰을 넣은 뒤 비밀번호는 각자 알아서 재설정하시면 됩니다. 이번 회차가 끝나면 여러분들이 직접 설정한 비밀번호로 상자를 오픈하면 돼요.”
  • 이런 방식은 게스트들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진에서 몰래 그들의 핸드폰을 엿보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 이때, 한구운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 “저희에게 새로운 핸드폰을 제공해주실 거면 왜 그냥 저희 개인 핸드폰을 쓰면 안 되는 거죠?”
  • “여러분들에게 제공하는 새 핸드폰은 전문 기술자에게 의뢰하여 그 어떤 앱도 설치 못하게 설정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이트에도 접속하지 못하게 막아 놨거든요. 그리고 모든 게스트분들의 새 핸드폰에는 임시적인 채팅 앱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에서 여러분들을 위해 미리 서로 친구 추가를 다 했을 뿐만 아니라 연락하기 편하시라고 단체방도 만들었습니다.”
  • 이렇게 하면 일부 게스트가 함부로 다른 사람의 개인 연락처를 추가하여 프로그램이 끝나서도 귀찮게 하는 행동을 예방하기도 했다.
  • 게스트들은 피디의 뜻을 또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녹화하는 도중 자신이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지 말라는 뜻이다.
  • 애초에 게스트들을 섭외할 때부터 개인 핸드폰을 제출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 있었고 그들의 동의 하에 계약한 것이다.
  • 때문에 아무도 반대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 그들은 제작진의 요구에 따라 핸드폰은 상자에 넣은 뒤 카메라를 피해 새로운 비밀번호를 설정했고 제작진이 제공한 새로운 핸드폰을 받게 되었다.
  •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한구운이 불만을 표출했다.
  • “이 핸드폰은 연락처와 내비게이션 외에는 아무 기능도 쓸 수가 없네요!”
  • 이 3주 정도 되는 시간을 심심해서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 “저희 제작진은 여러분들에게 전자제품이 없는 생활을 체험하게 해드리고 싶은 겁니다. 가장 진실되고 가장 원초적인 일상을 즐기는 거죠.”
  • 피디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한구운은 갑자기 매니저의 꼬드김에 넘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이 후회되었다.
  • “다들 더 궁금하신 거 있으신가요? 없으면 이제 여러분들이 앞으로 지낼 곳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피디가 묻자 게스트들이 고개를 저었다.
  • “없습니다.”
  • 피디가 사람들을 데리고 산길을 향해 걸어갔다.
  • “여러분들이 지낼 곳이 산 위에 있어요. 산길이 많이 울퉁불퉁하니까 여러분들 조심하셔야 합니다.”
  • 직접 두 발로 걸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 심하게 가파른 산길을 보자마자 김서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의 착장은 산길을 걷기엔 너무 불편했던 것이다.
  • 이곳에 오기전에 둘째 오빠가 그녀에게 요정처럼 꾸미고 가라고 했다. 시청자들에게 요정 이미지를 확 굳혀야 한다는 말에 김서윤도 마음이 흔들려서 잔뜩 꾸미고 온 것이다.
  • 하지만 녹화 장소가 산꼭대기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고 너무한 제작진은 귀띔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불만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던 김서윤은 손으로 원피스를 들고 사람들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 그러다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할 때 일부러 발목을 삐끗한 척하며 김시우 쪽으로 휘청거렸다.
  • 순간, 김시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주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 “서윤아, 괜찮아?”
  • “응, 나 괜찮아 오빠, 근데 신발이 산길을 걷기엔 살짝 불편해.”
  • 김서윤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눈살을 확 찌푸린 김시우가 피디를 보며 물었다.
  • “피디님, 저희 차로 마을까지 갈 수는 없어요?”
  • “위로 올라갈수록 산길이 가파르고 좁아서 차로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 피디의 대답에 김서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 그녀는 5 센티미터나 되는 힐을 신고 산길을 올라가기 싫었으며 올라갈 수도 없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었기에 김시우에게 억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 “오빠, 나 괜찮아. 계속 걸을 수 있어.”
  • 그녀를 걱정하는 김시우는 절대 그녀를 계속 이대로 올라가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 아니나 다를까 김시우가 진지한 얼굴로 반대했다.
  • “너 이 신발 신고 올라가면 발이 작살날 거야.”
  • 서윤이가 이렇게 높은 힐을 신고 어떻게 산길을 올라갈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원피스도 길어서 언제든 힐에 밟힐 수도 있는데!
  • 굽이 하나도 없는 구두와 정장을 입고 있는 김시우조차도 이 길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