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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길에서 꿀빠는 법

유배길에서 꿀빠는 법

월급없는작가

Last update: 2025-04-15

제1화 곳간을 털다

  • “어떡해? 저택이 곧 망하게 생겼잖아. 우리도 유배될지 몰라.”
  • “나리께서 궁에 불려 가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어. 우리 같은 하인들이 무슨 방법이 있겠어?”
  • “유배 가면 죽을지도 몰라. 분명히 우리 나리께서 승전하셨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야?”
  • 강슬기는 천천히 눈을 떴다. 파란색 옷차림의 소녀 두 명이 급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바깥은 누가 무슨 물건을 부수는 듯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 이 장면은… 사극을 찍는 촬영장 같았다.
  • 하지만 초능력이 있는 그녀는 이미 임무를 수행하다가 이미 죽었다.
  • ‘설마 여기가 저승인 거야?’
  • 강슬기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상한 기억이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분명히 그녀의 기억이 아니었다. 머리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결국 그녀는 이 상황을 두 가지로 판단했다.
  • 첫째, 그녀는 타임슬립 했다. 책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집가던 여 조연의 몸에 들어왔다.
  • 둘째, 그녀에게 큰 재난이 닥칠 것이다. 혼례 이튿날에 시댁과 함께 유배될 테니까. 원주는 온갖 잔꾀를 부리다가 결국 이런 꼴을 당했다. 아마도 화가 나서 죽었을 것이다.
  • 인제 너무 많은 정보를 더듬을 겨를이 없었다. 강슬기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시댁과 함께 유배 가는 곳은 세상과 동떨어진 야만적이고 황폐한 땅이다. 그녀는 절대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 다행히 원주는 이 저택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지금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강슬기는 곧장 초능력으로 곳간에 들어가 자기 혼수를 모두 수납공간에 넣었다.
  • 사실 그녀는 초능력자일 뿐만 아니라 의료 수납공간도 가지고 있는 신의였다. 의료 수납공간에는 그녀가 전생에 수도 없이 목숨을 건진 각종 약과 의료기가 들어 있었다.
  • 황폐한 곳으로 유배 가면 살기가 힘들 것이므로 지금 서둘러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다.
  • 강슬기는 약간 불쾌했다. 원주의 아버지는 정말 좀스러웠다. 이렇게 많은 혼수 중에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 그러나 강슬기는 하찮은 물건도 함부로 버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가치가 없어도 가지고 가야 했다. 곧 그녀는 곳간을 나섰다. 저택은 여전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모든 사람이 뜨거운 가마 속의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갑자기 한 여인이 그녀를 보고 오만상을 찡그리며 사납게 말했다.
  • “강슬기, 다 너 때문이야. 무슨 체면으로 나온 것이냐? 네가 나를 해쳤단 말이야.”
  • 강슬기는 원주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 여인은 원주의 앙숙 심계향이었다. 심계향은 원주의 신랑에게 시집가지 못하게 되자 바로 원주 신랑의 사촌 동생 송천과 혼인했다.
  • 게다가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원주와 같은 날에 혼례를 치렀다.
  • “나리가 궁으로 불려 가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판에 넌 어떻게 해결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귀찮게 하다니? 너 설마 머릿속이 텅 빈 거야?”
  • 강슬기는 그녀와 승강이하고 싶지 않아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녀는 아직 할 일이 많았다.
  • 그러나 심계향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강슬기는 화가 나서 곧장 그녀를 발로 걷어차며 사납게 경고했다.
  • “날 건드리지 마!”
  • 그녀는 바람처럼 휭하니 자리를 떴다. 만약 기억 속의 원주가 송호연에게 신세 진 일이 없다면 그녀는 지금이라도 도망갈 수 있었다!
  • 그러나 원주의 몸을 가졌으니 반드시 원주를 대신해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은인의 불행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지금 송호연이 궁으로 불려 갔으니 곧 재산을 몰수한다는 어명이 내릴 것이다. 그녀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 “강슬기!”
  • 심계향은 강슬기에게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지며 장신구가 다 떨어져 여기저기 널리고 옷차림도 헝클어졌을 뿐만 아니라 머리를 부딪혀 혹까지 생겼다.
  • 그녀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강슬기는 이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 강슬기는 지금 서둘러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챙겨야 했다. 또 심계향 같은 사람을 만나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면 순간 이동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 강슬기는 신랑의 사재 곳간을 빼고 저택이 모든 곳간을 싹쓸이했다. 심지어 부엌간의 물건도 남겨두지 않았다.
  • 저택의 사람들은 모두 허둥지둥하며 그녀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강슬기는 또 원주의 친정인 상서부로 순간 이동했다. 책에서는 원주의 혼수를 모두 계모가 삼켜 버렸다. 강슬기는 절대 남에게 밑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 그녀는 순식간에 상서부의 사재 곳간으로 들어갔다. 능라 주단, 금은보석, 장서… 좋은 물건이 가득했다.
  • 이 상서 부인은 원래 첩 출신이었다. 이 물건들은 분명히 원주의 어머니가 남긴 것이었다. 강슬기는 사소한 것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조리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