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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우현, 당신 방금 날 죽이려고 한 거야?

  • 신지수는 고개를 들고 강우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 “왜 돌아온 거야?”
  • “네가 돌아오라며?”
  • 원래부터 새까맣던 강우현의 두 눈이 지금 이 순간에는 조금의 핏발이 서있었다. 오랜 시간 타인보다 높은 지위에 있던 그에게서는 화를 내고 있지 않음에도 위협적인 힘이 느껴졌다.
  • 강우현은 문손잡이를 잡아 힘주어 문을 열더니 집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 “어젯밤 나한테 보낸 메시지는 무슨 뜻이야?”
  • 살짝 멍해져 있던 신지수는 이내 그 말에 반응하고는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이혼 때문에 찾아온 거였구나. 봐, 어젯밤까지만 해도 모욕적인 말들을 해대며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던 남자가 이혼하자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침부터 집에 돌아오다니, 얼마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으면 이러겠어.’
  •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웃음에 강우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 그러다 신발장 옆에 놓여있는 한 쌍의 남성용 구두를 발견한 그의 눈동자 속에 순간 음험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 애초부터 기분이 극히 좋지 않은 상태였던 강우현은 현재 화가 나다 못해 누구라도 붙잡고 두드려 패고 싶었다.
  • 그의 성격은 줄곧 좋지 않았었고 화가 나도 종래로 참지 않았다. 그는 단숨에 신지수의 손목을 움켜잡더니 바닥에 놓인 신발에 향해 있던 시선을 옮겨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화장까지 한 그녀의 모습에, 그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더욱 차가워졌다.
  • “왜 갑자기 이혼 얘기를 꺼내나 했더니, 결국에는 딴 놈이 생긴 거였나 보네? 왜? 나 하나로는 이제 만족이 안 돼?”
  • 그 말에 신지수는 발끈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
  • “우현 씨, 당신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 “나더러 내일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 건 오늘은 집에 외간 남자를 불러들였기 때문인 거지?”
  • 강우현은 신지수를 강제로 거실로 끌고 들어갔다. 강하게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그의 힘에 그녀는 손목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 그녀를 소파 위로 던져놓은 그는 곧이어 몸으로 그녀를 내리누르더니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 “난 그런 적 없…”
  • 신지수는 강우현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깊게 가라앉아있는 그 눈빛은 상대를 막연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게 만들었다. 두려움으로 인해 팔다리가 경직되어 버린 그녀는 몸 안의 모든 공기가 다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에 입을 벌린 채 숨을 헐떡였다.
  • 강우현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는 것을 가장 증오했다. 그녀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가 안았던 여자이기에 버렸더라도 그녀는 그의 것이었고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 이에 신지수가 집안에 몰래 남자를 숨겨두었다는 생각만 하면 그는 화가 치밀었다. 하다못해 지금 당장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 신지수는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갑갑한 가슴으로 인해 손가락 끝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살고자 하는 본능에 그녀는 손을 들어 강우현의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보잘것없는 힘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의 손을 떼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그녀는 눈앞이 서서히 캄캄해져 왔다. 그렇게 곧 숨 막혀 죽어버릴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두 사람의 실랑이 소리를 들은 장 변호사가 다급히 달려 나와 강우현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 “강 대표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 이에 강우현이 시선을 돌렸다.
  • “당신이 바로 신지수가 숨겨둔 남자야?”
  • 그 말을 들은 장 변호사는 곧바로 강우현이 오해를 했음을 알아채고는 급히 설명했다.
  • “아닙니다. 괜한 생각 마세요. 제가 오늘 이곳에 온 건 단지 강 대표님과 신 대표님의 이혼 협의서를 작성하기 위해서입니다.”
  • 혹시라도 강우현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그는 급히 명함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 이에 강우현은 그녀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신지수는 숨을 헐떡이며 소파 위에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 그가 손을 뗀 것을 본 장 변호사 역시 안도하며 용기 내어 한마디 물었다.
  • “강 대표님, 괜찮으시면 우선 신 대표님과 이혼 후 재산 분할에 대해 상의해 보시겠습니까?”
  •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순간, 강우현의 분위기가 또다시 차가워졌다. 뜬금없이 솟구친 그 감정에 그 자신조차도 왜 화가 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자신을 쏘아보는 그의 음험한 눈동자에 장 변호사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계속 이곳에 남아있을 수도, 그렇다고 가버릴 수도 없는 현재 상황에 그는 차마 눈길조차 함부로 돌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 강우현이 입술을 열어 ‘꺼져’라는 한마디를 내뱉은 뒤에야 그는 다급히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응접실에 놓아둔 노트북조차 그대로 버려둔 채 말이다.
  • 신지수의 몸 상태는 예전 같지 않았다. 강우현에게 그렇게 목이 졸리고 나자, 그녀의 새하얗고 가는 목에는 곧바로 붉은 자국이 한바퀴 생겨났고 한참을 추스른 뒤에야 호흡도 다시 원활해졌다.
  • 그제야 그녀는 스스로가 아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 강우현에게 목을 졸리며 협박을 당했던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도 비록 괴롭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한참이 지나도 힘을 쓰지 못하지는 않았었다.
  • “우현 씨, 당신 방금 날 죽이려고 한 거야?”
  • 신지수는 강우현이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항상 냉랭하기만 했고 화를 낼 때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오늘처럼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은 그녀로서는 평소 생각조차도 한적 없던 모습이었다.
  • ‘강우현은 왜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거지? 이혼 때문인 건가? 아니면 내가 누군가를 숨겨두고 있다고, 자신처럼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오해해서?’
  • 강우현은 신지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소파에 기대어 곁눈질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보고 있자니 마치 한 마리의 토끼 같아 꽤나 가여웠다.
  • “왜 갑자기 이혼 얘기를 꺼내는 거야?”
  • 방금 전 그녀를 대했던 그의 태도와 지금 그의 말투로 보면,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바람을 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한 것이 그녀라고 생각할 것이다.
  • 이에 신지수는 하마터면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그녀는 목은 감싼 채 몸을 일으켜 앉았다.
  • “당신이 항상 나랑 이혼하고 한예은이랑 당당하게 함께하고 싶어 했었잖아? 이제 내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데 당신 표정을 보니 왠지 굉장히 내키지 않는 것처럼 보이네?”
  • “난 네가 왜 이혼을 하고 싶은 건지 묻고 있는 거야!”
  • 강우현은 조금 더 강해진 말투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