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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정체가 탄로 나는 거 아니겠지

  • 한바탕 비아냥거리는 말은 손정아로 하여금 심심해서 이 파티에 참석한 걸 후회하게 했다.
  • 차라리 지금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 하지만 손정아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서아연이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걸어왔다. 그녀는 손정아를 보며 마치 방금 화장실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어머니, 저 여자가 바로 성운이 약혼녀 손정아 씨죠! 손정아 씨, 안녕하세요. 난 서아연이에요.”
  • 지금의 서아연은 재벌가 규슈처럼 부드럽고 대범했다. 반대로 그녀에게 전혀 대꾸하지 않는 손정아는 되려 예의가 없어 보였다.
  • 최 사모님은 손정아를 노려보고 서아연에게 웃으며 말했다.
  • “아연아, 신경 쓰지 마. 시골에서 와서 그런지 예의라고는 하나도 몰라.”
  • “어머니, 괜찮아요. 참, 손정아 씨가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무대에 마침 피아노도 있으니 우리 실력을 겨뤄보는 게 어때요?”
  • 그 모습을 본 손정아는 서아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밖에는 그녀가 시골에서 온 촌뜨기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서아연은 어디서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은 거야.
  • 누가 봐도 자신을 망신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 서아연은 손정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곧장 무대 위 피아노로 걸어갔다.
  • 서씨 가문 아가씨이자 최성운의 죽마고우였던 그녀였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향했다.
  • 서아연은 아주 잘 치는 피아노곡을 선택했고 연주를 마치자 많은 사람이 잇달아 박수를 쳤다.
  • 무대에서 내려온 서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 “실력이 별로죠. 손정아 씨 차례예요.”
  • 서아연 옆에 있던 친구들이 옆에서 부추겼다.
  • “아연아, 네 실력이 어떻게 별로야!”
  • “손정아 씨, 왜 감히 올라가지 못하겠어요? 설마 피아노 칠 줄 모르는 건 아니죠! 최 대표님의 약혼녀가 피아노도 칠 줄 모른다면 너무 우스운 거 아니에요?!”
  •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고 모두가 웃음거리 보듯 손정아를 바라보았다.
  • 체면이 더없이 깎인다 생각했던 최 사모님은 손정아를 보는 눈빛이 더 아니꼬워졌다.
  • 손정아는 웃으며 말했다.
  • “파티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게 광대 같아서요. 하지만 당신들이 기어이 듣겠다고 하면 한 곡 연주할게요.”
  • 말을 마친 손정아는 술 잔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피아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그녀는 서아연과 똑같은 곡을 선택했다. 서아연은 그녀에게 망신을 주려 했지만 손정아가 열 살 때 이미 피아노 10급에 합격했다는 건 몰랐다.
  • 손정아를 망신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타난 적 없었다!
  • 듣기 좋은 피아노소리가 흘러나오고 무대 중앙에 있던 사람들은 손정아의 멜로디에 따라 춤을 췄는데 너무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일부는 피아노를 잘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손정아의 실력이 서아연보다 낫다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여간 나은 것이 아니었다.
  • 한창 손님을 맞이하던 최성운도 놀라서 피아노 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 옅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머리 뒤로 넘긴 그녀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만지고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 최성운뿐만 아니라 많은 하객도 멍해졌다.
  • 무대 아래에 있던 서아연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 손정아가 피아노를 칠 줄 알다니, 게다가 그녀보다 더 잘 연주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연주가 끝나자 손정아는 무대 밑으로 내려왔다.
  • “손정아 씨 실력이 정말 뛰어나네요,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 서아연은 대범한 척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 서아연이 시골 촌뜨기보다도 못해?
  • “서아연 씨 실력도 괜찮았어요.”
  • 손정아는 대충 대꾸했다.
  • 바로 그때,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 손정아는 그만 멍해졌다. 저 사람 저택의 안 집사 아냐? 그가 왜 왔지?
  • 설마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는 거 아니겠지!
  • 곧장 사람들 쪽으로 걸어온 안 집사는 손정아를 힐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뒤 최성운과 최 사모님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최 대표님, 최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손씨 가문의 집사 안유준이라고 합니다. 정말 송구스럽지만 어르신께서 몸이 불편하셔서 제가 대신 파티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 최 사모님이 얼른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안 사장님, 사양하지 마세요. 손 어르신 몸은 괜찮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