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마음이 복잡해

  • 손정아는 미심쩍은 얼굴로 최성운을 바라보았다.
  • “하지만 얘기하는데 당신과 나는 아직 혼약이 존재하고 임하민은 연예인이니 두 사람 스캔들이 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최씨 가문 명성에 누를 끼칠 거니까.”
  • 그제야 손정아는 자신이 임하민을 좋아한다고 최성운이 오해했다는 걸 알아챘다.
  • 이 남자 눈이 삔 거 아냐?
  •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자면 임씨 가문도 문턱이 아주 높아. 어쨌든 당신이 임하민보다 두 살 더 많으니까.”
  • “그만해요.”
  • 점점 신이 나서 얘기하네!
  • “내가 누굴 좋아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왈가왈부하지 마요.”
  • 최성운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릴 때까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최성운은 속으로 손정아가 부정을 하지 않은 건 묵인한 거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손정아는 그의 말 때문에 화가 난 상태였다.
  • 그날 밤, 최성운은 평소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 13살 때 뜻밖에 납치를 당해서 불빛 하나 없는 방에 갇힌 뒤로 최성운은 습관성 불면증에 걸렸다.
  • 하지만 다른 점은 오늘 밤은 머릿속에 온통 손정아였다.
  • 웬일인지 최성운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모습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손정아를 안고 잤다?
  • 생각할수록 최성운은 더 마음이 복잡했다.
  •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를 좋아하다니 손정아 눈이 삔 거야?
  • 남자는 짜증난 듯 담뱃불을 붙였다.
  • 이어진 며칠 동안 손정아는 최씨 그룹에서 별 탈 없이 지냈다. 다만 매일 출퇴근하는 생활은 저도 모르게 예전이 떠오르게 했다. 역시 세계 여행을 하거나 저택에 누워있는 것이 편했다.
  • 이내 최씨 그룹 창립기념일이 다가왔다. 저녁 무렵, 손정아는 최씨 가문 사람 손에 이끌려 메이크업을 받고 드레스를 갈아입은 뒤 최성운과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
  • 아주 성대하게 주최한 최씨 그룹 파티에는 적지 않은 상업계 유명 인사들이 도착했다.
  • 최성운은 대표로서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빴기에 손정아는 화장실로 향했다.
  • 막 화장을 수정하고 나오려던 그때 한 여자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 “당신이 손정아 씨예요?”
  • 손정아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디올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어느 부잣집 아가씨인 것이 확실했다.
  • “무슨 일 있어요?”
  • “난 서아연이라고 해요.”
  • 여자가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 최씨 그룹에 온 뒤로 손정아는 소문을 통해 서아연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 있었다.
  • 서씨 가문 큰 아가씨이자 최성운과는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처럼 함께 자란 그녀는 지금까지 최성운 주변의 유일한 여자였다.
  • 서아연과 최성운은 사람들 눈에 더없이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전에는 계속 두 사람이 틀림없이 결혼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갑자기 손정아가 등장할 줄은 몰랐다.
  • “그래서요?”
  • 서아연은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고 도도하게 말했다.
  • “카드에 20억 있으니 오늘 밤 파티에서 당신이 성운이와 혼약을 파기한다고 발표해요.”
  • 그 말을 들은 손정아는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 왜 서울에 왔더니 자꾸 돈으로 자신을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을까? 하지만 최 사모님의 백만 원에 비하면 서아연은 정말 통이 컸다.
  • 서아연은 그녀의 미소를 보며 얼굴을 약간 찌푸렸다.
  • “20억이면 당신이 남은 반평생을 걱정없이 먹고 살 수 있어요. 알겠지만 성운이는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 지금 할아버지 병세 때문에 당신을 최씨 가문에 불러들인 거니 할아버지 병이 나으면 바로 쫓아버릴 거예요. 그때가 되면 당신은 한 푼도 받지 못해요.”
  • “하!”
  • 손정아는 냉소를 지었다.
  • “남은 반평생을 걱정없이 먹고 살 수 있다고요? 서아연 씨, 이까짓 돈은 내가 한 달 용돈으로도 부족해요.”
  • 말을 마친 손정아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떠났다.
  • 뒤에 있던 서아연은 믿을 수 없었다. 손정아 저거 미친 거 아냐? 어디 시골에서 온 게 한 달에 20억이 부족하다니.
  • 서아연의 얼굴에 서늘함이 스쳤다.
  • ‘손정아, 네가 분수를 모른다면 내가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탓하지 마.’
  • 그때, 최성운은 이미 무대에 올라가서 말을 마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손정아가 나오자 최 사모님은 바로 그녀를 찾아와 경고를 퍼부었다.
  • “손정아, 함부로 뛰어다니지 말고 저기 얌전하게 앉아있어. 우리 최씨 가문 체면 깎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