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4화 제일 대단한 사람.

  • “빨리 봐, 빨리. 대표님 뒤에 있는 저 여자 누구야? 완전 예쁘고 분위기가 장난 아냐!”
  • “와와와, 다리가 엄청 곧고 말랐어! 언니, 나랑 결혼해줘요!”
  • “설마 대표님의 약혼자는 아니겠지!”
  • “설마 그럴 리 있겠어? 그럴 리 없어.”
  • 다들 손정아의 정체를 추측하며 그냥 협력 파트너일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손정아가 최성운과 갈라져 비서팀으로 가서 출근 체크를 하자 바로 회사 전체에 소문이 퍼졌다.
  • 방금 최 대표님과 함께 출근한 예쁘고 멋진 여자가 바로 손정아라는 것이다.
  • 사람들은 이 세상이 너무 판타스틱한 것 같았다. 혹시 시골물을 먹으면 저렇게 예뻐지나?
  • 손정아가 인사팀에 수속을 밟으러 가자 비서팀의 네 사람은 의논이 분분했다.
  • “손정아 씨 너무 예쁜 거 아니에요! 서아연 씨보다 더 예뻐요.”
  • 비서팀 팀장 하여름의 눈에 시답지 않는 눈빛이 스쳤다.
  • “예쁘면 뭐해? 시골에서 온 촌뜨기가 최 대표님에게 어울릴 것 같아?”
  • 마침 비서실로 돌아오다 그 말을 들은 손정아는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청아하게 입을 열었다.
  • “내가 안 어울리면 당신이 어울리겠어요?”
  • 하여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감히 손정아의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필경 상대는 약혼자라는 신분이 있으니 말이다.
  • “최 대표님이 말씀하시길 당신이 비서팀에 온 이상 비서팀 일원으로서 모든 걸 다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어요. 여기 오늘 최씨 그룹이 촬영할 광고인데 손정아 씨가 맡아요.”
  • 손정아는 웃으며 파일을 받고 떠났다.
  • 사람들이 다시 몰려왔다.
  • “여름 언니, 임하민이 찍는 그 광고예요? 손정아 씨가 망치지 않을까요?!”
  • 하여름의 눈에 빛이 번뜩였다. 임하민은 한창 핫한 남자 연예인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성질이 더럽고 트집을 많이 잡는 탓에 버틸 사람이 없었다. 손정아가 출근 첫 날 광고 촬영을 망치는 것이 더없이 좋았다.
  • 광고 촬영 과정을 살펴보던 손정아는 임하민이라는 이름에 어딘가 귀에 익어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 그때 최성운 사무실 안, 조수가 입을 열었다.
  • “대표님, 하 비서장이 오늘 임하민 씨의 촬영을 손정아 씨에게 맡겼던데 다른 사람으로 바꿀까요?”
  • 최성운은 임하민의 형과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기에 자질구레한 나쁜 버릇이 많은 임하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손정아가 적잖이 시달릴 것이다.
  • 최성운은 멈칫하다가 아침에 여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괜찮아.”
  • 그는 손정아가 고생하는 것이 좋았다.
  • 광고 촬영은 최씨 그룹에서 진행되었기에 손정아는 일부 책임자들과 함께 임하민 마중하러 밑으로 내려왔다.
  • 검은색 벤틀리가 회사에 도착하고 선글라스를 쓴 임하민이 차에서 내렸다. 열아홉 살인 그는 이미 천만 팬을 보유했고 온 몸에서 자유로움과 제멋대로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 손정아가 앞으로 걸어가 마중했다.
  • “임하민 씨,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촬영 책임자인 손정아라고 합니다.”
  • 임하민은 손정아의 말은 전혀 듣지도 않고 입을 열자마자 구시렁거렸다.
  • “날이 이렇게 더운데 다들 나한테 우산 씌워줄 줄도 몰라? 촬영 현장은 준비됐어? 맞다, 먼저 가서 커피 한 잔 사와, 시내에 있는 가게…”
  •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임하민은 깜짝 놀랐다.
  • “미친, 정아 누나! 나 꿈꾸는 거 아니지!”
  • 임하민은 선글라스를 벗고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그는 흥분해서 손정아를 와락 안았다.
  • “정아 누나? 누나가 왜 여기 있어요? 책임자? 누나는 지금쯤 세계여행을 하거나 5미터짜리 침대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손정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웃으며 말했다.
  • “꼬맹아, 오랜만이야. 맞다, 방금 뭘 마시고 싶다고?”
  • “아니에요! 나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누가 뭐 마시고 싶어요? 내가 사다 줄까요?”
  • 사람들은 그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 임하민이 손정아를 껴안았고 손정아는 임하민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며 임하민이 손정아에게 마실 것을 사준다고?
  • 우리가 아는 임 갑질이 맞아?
  • 설마 손정아가 최성운의 약혼녀라는 이유로 임하민 태도가 이런 걸까? 그럴 리 없잖아, 임하민은 최성운 앞에서도 제멋대로였다.
  • 손정아는 임하민을 알게 된 지 2년이 되었다.
  • 당시 겨우 17살이었던 임하민은 마침 손정아 집 부근에서 영화 촬영 중이었다.
  • 그때 임하민이 납치를 당했는데 뜻밖에 손정아가 그를 구해준 것이다.
  • 한 여자아이가 두말하지 않고 납치범을 때려눕히는 걸 본 임하민은 그녀가 더없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 손정아가 그를 집에 데려갔을 때 궁전보다 더 큰 저택을 본 순간 임하민은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정리해 보면 손정아는 임하민 눈에 그야말로 제일 대단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