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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왠지 낯이 익은데

  • 최성운은 갑자기 화가 나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 문을 나서자마자 최성운은 최지연과 마주쳤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사이 최지연은 침대에 누워있는 손정아를 발견했다.
  • “오빠, 왜 이 시간에 손정아 씨 방에서 나와요?”
  • 최성운은 대꾸하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떴다.
  • 최지연은 더 궁금해졌다.
  • “설마 어젯밤에 저 여자 방에서 잔 건 아니죠? 두 사람 뭐 했어요?”
  • 아침부터 시끄럽게 떠드는 최지연의 소리를 들은 손정아는 짜증 나서 머리를 만지며 일어나서 욕실로 가서 한바탕 정리했다.
  •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어젯밤 자신의 몰골이 엉망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최성운이 보게 됐으니 그가 이제는 분명 그녀의 약점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손정아는 마음이 불편했다.
  • 만약 앞으로 그가 이 핑계로 자신을 비웃으면 너무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
  • 이게 다 그녀를 갖고 논 하여름 탓이었다.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손정아는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 다이닝 룸으로 내려갔다. 최성운은 그녀를 보더니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 그의 행동이 익숙해진 손정아는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 어젯밤 일을 겪은 그녀는 지금 아주 피곤했기에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많이 먹어야 했다.
  • 조금 전 감히 최성운에게 성질을 부릴 수 없었던 최지연은 최성운이 떠나자 바로 손정아에게 따졌다.
  • “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우리 오빠 꼬셔요? 말해 봐요, 우리 오빠랑 뭐 했어요? 오빠가 왜 오늘 아침에 당신 방에서 나와요?”
  • 최 사모님도 그 말을 듣고 손정아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 “그런 일이 있었어? 손정아, 너 대체 뭐 하려는 거야? 그리고 어젯밤 그렇게 늦게까지 어디 가서 뭐 한 거야?”
  • 두 사람의 질문에 손정아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비웃음 가득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성인 남녀가 단둘이 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면 뭘 했겠어요?”
  • “당신!”
  • 최지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 “하루 종일 남자나 꼬시고, 염치없이!”
  • “입 똑바로 놀려.”
  • 손정아는 젓가락을 들고 우아하게 아침을 한 입 먹었다.
  • “내가 약혼자와 당당하게 밤을 보냈는데 뭐가 꼬셨다는 거야?”
  • 최지연은 손정아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는 탁하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 두 주먹을 꽉 쥔 최지연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 최성운처럼 훌륭한 남자가 왜 하필 저 시골 촌년이랑 결혼하는 거야?
  • 손정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 손정아가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기사가 앞으로 다가왔다.
  • “손정아 씨, 도련님께서 회사까지 모시라고 분부하셨습니다.”
  • 손정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 최성운이 기사에게 그녀를 회사까지 데려다주라 했다고?
  • 해가 서쪽에서 떴나?
  • 손정아가 입을 열려는데 최 사모님이 헛기침을 하더니 손정아를 매섭게 노려보고 기사에게 말했다.
  • “이 기사, 롯데 백화점에 데려다줘.”
  • “하지만 사모님, 도련님께서 저더러 손정아 씨를 모시라고 했습니다.”
  • 기사는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랐다.
  • “고맙지만 그냥 당신네 사모님 모셔요. 난 알아서 출근하면 돼요.”
  • 손정아도 기사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웃으며 말하고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최씨 그룹으로 향했다.
  • 하지만 가는 길에 큰길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아주 위험하게 씽씽 달리는 차들 속을 배회하는 모습이 보였다.
  • “기사님, 잠시 차 세워주세요.”
  • 손정아는 다급하게 차에서 내려 강아지를 안으려 했다.
  • 할아버지가 많은 유기견을 거둔 덕분에 손정아는 어려서부터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 손정아가 어린 강아지를 향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빨간색 스포츠카가 빠르게 강아지를 향해 돌진했다.
  • 큰일이야!
  • 차가 강아지를 치겠어!
  • 손정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강아지에게 몸을 날려 강아지를 품에 꼭 껴안았다.
  • 길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고 스포츠카가 손정아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 곁을 지나던 그때 운전석에서 스타일리시하게 꾸민 여자가 머리를 내밀고 욕설을 퍼부었다.
  • “미친 거 아냐?! 죽으려면 얌전히 죽어!”
  • 저 여자, 왠지 낯이 익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