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진 사장님의 전화를 받았는데 추가해야 할 데이터가 있다고 했어요. 내가 지금 가져다줄 테니 기다려요.”
“그럼 데이터를 보내줘요, 당신이 오는 걸 기다리려면 너무 늦어요.”
“안 돼요, 정아 씨가 해본 적도 없는데 내용이 복잡해서 잘못하면 큰일이에요, 귀찮아하지 말고 기다려요. 나도 지금 집에 도착했는데 바로 다시 돌아가서 같이 야근해야 해요, 당신이 불평할 게 뭐가 있어요. 진 사장님이 갑자기 연락한 거라서 나도 어쩔 수 없어요!”
“알았어요.”
하여름이 단순하게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하여름 자기 개인 시간까지 희생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말이다. 손정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손정아는 음악을 들으며 미니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다시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40분이 지났지만 하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손정아는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뒤 계속 휴대폰 게임을 놀았다. 다시 20여 분이 지났지만 하여름이 여전히 오지 않자 손정아는 전화를 걸었다.
“언제 도착해요?”
“시간 아끼려고 택시를 탔는데 방금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한참 막혀 있었어요. 이제 반 시간 정도면 도착해요. 오늘 진짜 너무 재수 없어요, 다 진 사장님이 너무 늦게 통지해서 내가 이렇게 늦게 회사에 가야 하고 길까지 막힌 거예요. 저기요, 기사님. 좀 빨리 가요, 저 급하단 말이에요!”
하여름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손정아는 슬슬 머리가 아파져서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럼 빨리 와요.”
하여름은 자기 집에서 손정아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고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갔다.
실컷 기다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거니까.
또 40분이 지났지만 하여름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손정아는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났다.
그녀는 또 하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여름 씨, 오늘 나를 회사에서 재울 생각이에요?”
그 순간, 하여름은 팩을 바르고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볼멘 소리를 했다.
“뭘 그렇게 서둘러요, 나는 조급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서두르면 뭐 하겠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10여 분 더 기다리면 나 무조건 도착해요. 네? 저기 기사님, 빨리 서둘러요.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도착할 수 있죠? 네, 나…”
“그럼 10분이에요. 10분 뒤에도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나는 갈 거예요. 추가할 데이터는 당신이 입력해요.”
손정아가 전화를 끊은 것을 본 하여름은 냉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옆에 던져놓고 유유자적 포도를 한 알 먹었다.
직감이 손정아에게 이상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던 손정아는 하여름의 전화번호를 누군가에게 전송했다.
“이 사람 위치 추적해.”
5분 뒤, 그 사람이 답장을 보냈다.
하여름의 위치가 한 아파트인 것을 본 손정아는 문득 크게 깨닫고 속에서 분노가 차올랐다!
하여름, 감히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갖고 놀다니!
그녀가 너무 착해서 하여름 같은 사람이 일 때문에 퇴근했다가 다시 회사로 온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손정아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며 속으로 어떻게 복수할지 계획했다. 하지만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불이 갑자기 꺼졌다.
텅 빈 사무실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손정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시 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가방에서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어 휴대폰 후레쉬를 켰다.
그녀는 어둠이 두려웠다. 항상 두려웠다.
그런 공포는 뼛속 깊이 우러나온 것이었다.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손발이 차가워지며 식은땀이 쉴 새 없이 돋았다.
그녀는 무릎을 껴안고 책상 밑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휴대폰 후레쉬 불빛이 있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주변이 칠흑같이 어둡고 이곳에 그녀 혼자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워서 어쩔 줄 몰랐다.
어떻게 된 일이지?
정전이야?
그럼 언제 불이 오지?
그녀는 회사 경비원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경비원 연락처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너무 긴장했던 탓에 그녀의 머릿속은 거의 백지장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