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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어

  • “…”
  • 최성운은 속에서 들끓는 분노에 손을 들어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그를 더 화나게 만든 건 최성운 자신이었다. 그녀와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 그 순간 그는 조금 전 왜 차 안에 침묵이 감돈다는 이유로 화제를 찾아 그녀와 얘기를 나누려 했는지 생각할수록 괴로웠다.
  •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차가 입구에 멈추자마자 최성운은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손정아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우아하게 차에서 내려 문으로 들어갔다.
  • 최성운은 거실 소파에 앉아 손에 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손정아는 그를 지날 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 최성운은 컵을 쾅 하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손정아는 그 소리를 듣고도 전혀 기복 없이 계속 위층으로 올라갔다.
  • 겨우 그 정도 우스갯소리에 이렇게 화를 내? 속이 좁아터진 남자네!
  • 이런 사람이 최씨 그룹 대표님이라고? 집안 사업을 망칠까 두렵지도 않은 걸까?
  •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할 때 손정아는 또 최 사모님과 최지연 두 사람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 손정아는 두 사람을 공기 취급하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 예상한 효과를 얻지 못한 최 사모님과 최지연은 도리어 본인들이 더 화가 났다.
  • 손정아는 어릿광대 구경하듯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아침을 먹은 뒤 바로 회사로 출근했다.
  • 손정아의 업무능력은 아주 대단했다. 일개 비서 업무는 그녀에게 일도 아니었기에 오전 일찍 업무 처리를 마치고 점심 시간에는 잠시 쉬기도 했다.
  • 오후 세 시, 그녀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책상 위에는 서류 한 무더기가 더 늘었다.
  • 하여름이 옆에 서 있는 것을 본 손정아는 그녀의 걸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 “이게 뭐예요?”
  • 하여름이 명령조로 말했다.
  • “이 서류들은 오늘 내에 전부 컴퓨터에 입력해요. 원래는 다른 동료가 정아 씨와 함께 분담했어야 하는데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휴가를 냈으니 혼자 할 수밖에 없겠네요. 기억해요! 반드시 오늘 완성해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해요. 내일 써야 하니까요.”
  • 손정아는 대충 서류를 넘겨보았다. 전부 하나하나 컴퓨터에 입력하는 자질구레한 일은 시간이 많이 들었기에 만약 오늘 그녀 혼자 완수하려면 야근을 할 것이 뻔했다.
  • “급한 거면 왜 나한테 일찍 주지 않았어요?”
  • 하여름은 당당하게 말했다.
  • “원래 계획에 변화가 생겨서 나도 방금 지시를 받았어요. 업무에 돌발상황이 생기는 것도 정상이지, 지금 태도가 왜 그래요? 설마 불평하는 거예요? 손정아 씨, 비록 당신이 최 대표님의 약혼녀이긴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러 왔으니 응당 자신의 직책을 다 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해야 하지 않겠어요?”
  • 하여름이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손정아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미 회사에 온 이상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해야 했다.
  • “당연하죠.”
  • 말을 마친 손정아는 자리에 앉아 서류를 넘겼다.
  • 하여름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는 일찍 위에서 하달한 통지를 받았지만 일부러 이제서야 손정아에게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하여름은 또 일부러 다른 직원에게 휴가까지 주었다.
  • 이 업무량이면 10시까지 야근하지 않으면 오늘 내에 완수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 허리가 시큰거리고 삭신이 쑤시겠지.
  • “기억해요, 꼭 자세하게 한 번 또 한 번 체크해야 해요. 어떠한 오차도 없이 모든 숫자가 다 정확해야 해요. 아니면 나중에 어떤 숫자 하나 때문에 최종 데이터 통계에 오류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 손정아는 귀찮은 듯 하여름을 흘겨보았다.
  • “다른 일 남았어요? 할 말 있으면 한 번에 얘기해요.”
  • “없어요.”
  • “없으면 가 봐요. 하여름 씨는 할 일이 없어요?”
  • 하여름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손정아가 아무리 최 대표님의 약혼녀라 해도 지금은 일개 비서일 뿐이고 그녀는 비서장인데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다니.
  • 시골에서 온 촌뜨기가 뭐가 이렇게 오만해. 그녀는 목을 빳빳하게 쳐들고 있는 손정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하여름은 손정아를 매섭게 노려보고 돌아서서 떠나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 ‘흥! 천천히 해, 이 정도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 다른 것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너 같은 사람은 여기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