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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혼약 관계

  • 두 사람이 최씨 그룹 안으로 들어갔고 이번 촬영은 일사천리로 순조로웠다.
  • 옷이 별로라고 투정을 부리던 임하민은 예쁘다는 손정아의 말 한마디에 불평을 거두었다.
  • 임하민이 트집을 잡으면 손정아는 눈길 한 번으로 제압하여 감히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 꼬맹이가 이렇게 겁에 질린 건 손정아가 때리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 원래 다섯 시간으로 예정됐던 촬영은 임하민의 협조 하에 두 시간 만에 끝이 났다.
  • 촬영이 끝나자 임하민은 손정아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 “정아 누나, 정아 누나. 가요, 가요. 내가 밥 살게요!”
  • “안 먹어, 나 아직 퇴근도 안 했어!”
  • 손정아는 시크하게 그를 거절했다.
  • 옆에 있던 회사 동료들은 바로 단톡방에서 의논이 분분했다.
  • “대박! 임 도련님이 손정아 씨에게 밥을 산다고 했는데 거절당했어!”
  • “미친, 손정아 씨 정체가 뭐야? 시골 촌뜨기가 예쁜 것만 아니라 이렇게 대단해?”
  • “꼬맹아, 나를 사줘! 나는 파업을 해서라도 너랑 먹으러 갈게! 아아아!”
  • 거절당한 임하민은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 “아니, 정아 누나. 궁전 같은 저택에서 여행하면 되지, 왜 최씨 그룹에 와서 출근해요? 아니면 손씨 가문이 곧 파산해요? 내가 먹여살릴게요!”
  • 손정아는 그를 흘겨보았다.
  • “너는 누나의 세계를 몰라!”
  • 이어 손정아는 비서팀으로 돌아가서 일을 계속했다.
  • 사람들은 임하민이 화가 나서 돌아갈 거라 예상했지만 더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질색인 임 도련님이 글쎄 휴게실에서 계속 손정아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 퇴근 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나온 최성운이 맞은편에 있는 손정아에게 말했다.
  • “할아버지가 식당을 예약했으니 우리 둘이 가서 밥 먹으래, 가자.”
  • 최성운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얼마 전 심장병이 발작해서 입원한 할아버지가 영상 통화를 하면서 호통을 쳤기에 어쩔 수 없었다.
  • “네가 가지 않으면 나 주삿바늘 뽑아버릴 거야.”
  • 어쩔 수 없었던 최성운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바로 그때 임하민이 걸어 나왔다.
  • “정아 누나, 정아 누나. 퇴근했죠! 밥 먹으러 가도 되죠?”
  • 임하민은 들어온 뒤에야 최성운도 있는 걸 발견했다.
  • “성운 형?”
  • 정아 누나? 최성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 손정아는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
  • “같이 갈래?”
  • 결국 세 사람은 함께 최 어르신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 가는 내내 임하민은 쉴 새 없이 조잘거렸고 손정아는 이따금씩 그의 말에 대꾸했다.
  • 식당에 도착하자 임하민은 더 정성스레 손정아의 의자를 당겨주고 음식을 집어주었다.
  • 최성운은 자신이 남처럼 느껴졌다.
  • “참, 정아 누나. 왜 갑자기 최씨 그룹에 와서 출근해요? 누나 성운 형이랑 무슨 사이예요?”
  • 임하민은 두 사람이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 손정아는 최성운을 흘겨보았다.
  • “할아버지가 불러서 온 거야. 나랑 저 사람? 혼약 관계가 있지.”
  • 임하민은 금방 마셨던 물을 뿜을 뻔했다.
  • “뭐라고요?”
  • 잠시 멈칫하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소문으로 들은 시골에서 온 형의 약혼녀가 누나였어요?!”
  • 손정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전에 많은 소문이 돌았지만 임하민은 한 마디 거들 수밖에 없었다. 손정아는 확실히 시골에서 왔지만 그 시골은 가치가 수백억에 달하고 별장이 몇십 채인 곳이었다…
  • “두 사람…”
  • 임하민은 놀라워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 “감정은 없어, 3개월 뒤면 혼약은 파기될 거야.”
  • 손정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 임하민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직설적인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러면 됐어요, 성운 형이 어떻게 누나한테 어울리겠어요! 차갑고 재미도 없고, 차라리 나보다 못해요.”
  • 그때 최성운은 조용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 “?”
  • 그가 손정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 “임하민. 너희 형이 네가 전에 마음에 들었던 차를 선물하겠다고 나에게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내가 보기엔…”
  • “아니에요, 아니에요. 형, 그런 뜻이 아니에요.”
  • 임하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 식사 자리는 나름 유쾌했다. 손정아와 최성운은 식당 입구에서 임하민과 인사를 나누었다.
  • “정아 누나, 잘 가요! 시간 있으면 누나 찾아갈게요.”
  • 손정아는 또 자애롭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꼬맹아, 잘 가. 가는 길에 조심해!”
  • 음, 뭔가 집에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만지는 느낌이군.
  • 그녀의 행동을 본 최성운의 눈빛이 달라졌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차에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 “나를 좋아할 리 없다고 확신했던 이유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