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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시골 촌뜨기

  • 손정아가 배시시 웃으며 떠나자 최지연은 더더욱 화가 치밀었다.
  • “시골에서 온 촌뜨기가. 내가 경고하는데 난 당신이 절대 우리 오빠와 결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
  • 막 말을 마친 그때 최성운도 방 안에서 나왔다.
  • 그를 본 최지연은 바로 풀이 죽었다.
  • “오빠.”
  • 최성운의 얼굴이 어둡게 굳은 걸 보니 화가 난 게 분명했기에 최지연도 더 이상 못된 짓을 할 수 없었다.
  • 손정아는 도우미더러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라고 한 뒤 물건을 정리하고서야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 식탁에는 최 사모님과 최지연 그리고 최성운이 앉아있었다.
  • 그때 최 사모님이 비꼬며 말했다.
  • “내려와서 아침 차릴 줄도 모르고 이렇게 늦게 내려오다니, 정말 자기가 최씨 가문 작은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아나 봐.”
  • 손정아는 최 사모님을 슬쩍 흘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제가 최씨 가문 도우미도 아니잖아요.”
  • 아침을 차리게 하려고? 꿈 깨!
  • 처음부터 끝까지 최성운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도 손정아를 싫어한다는 건 보아낼 수 있었다.
  • 식사 내내 그들은 서로가 아니꼬웠다. 식사 후, 최 사모님이 손정아에게 카드 한 장 건넸다.
  • “카드에 백만 원 있으니까 이따가 회사 가기 전에 그럴싸한 옷이나 몇 벌 사 입어. 귀띔하는데 회사에서 분수를 알고 성운이에게 민폐 끼치지 마.”
  • 최성운과 손정아의 감정을 키우기 위해 최 어르신은 손정아에게 회사에 출근해서 최성운의 비서직을 맡으라고 제안했다. 손 어르신도 단숨에 허락했고 손정아는 도무지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3개월만 지나면 되지 버틸 수 있었다.
  • 하지만 백만 원은… 최 사모님 진짜 누구 무시해?! 손정아는 비꼬듯 말했다.
  • “아주머니, 감사하지만 필요없어요.”
  • 그녀의 옷은 전부 다 전문가를 청해 맞춤 제작한 옷이니 최씨 가문 사람들은 당연히 무슨 브랜드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손정아도 그들과 따지기 귀찮았기에 말을 마치고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 위층에 올라가자마자 휴대폰이 울리고 85억 원이 이체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은행카드에는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0이 보였다.
  • 이어 손정아는 또 손 어르신이 보낸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 “귀염둥이 손녀야, 자신을 잘 보살피고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사. 누군가 괴롭히면 꼭 할아버지한테 얘기하고.”
  • 손정아는 입술을 끌어올리며 답장을 보냈다.
  • “할아버지, 최씨 가문 사람들이 다 나를 괴롭혀요. 완전 재미없어요.”
  • 어르신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 “모처럼 감히 너를 괴롭히는 사람이 나타났네. 괜찮아, 좋아. 할아버지는 낚시하러 간다.”
  • “…”
  • 출근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손정아는 최씨 가문을 나섰다. 기사가 문을 열어주는 차에 탄 손정아는 차에 최성운도 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나한테 전혀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최씨 그룹에 내 비서로 출근하는 거야?”
  • 남자의 중후한 목소리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 손정아는 그를 힐끗 흘겨보았다.
  • “할아버지한테 당신과 3개월 지내겠다고 약속했어요. 3개월 뒤면 우리의 혼약은 파기 되는 거예요.”
  • “허.”
  • 최성운이 냉소를 지었다.
  • “3개월 안에 나를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되지 않아? 때가 돼서 최씨 가문에 눌러앉아서 안 간다고 하지 마.”
  • 손정아는 최성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 “소문에는 도도하고 차갑기 그지없다던 최 대표님이 이렇게 자신감이 폭발하네요? 말하지만 3년이 지나도 나 손정아는 당신을 좋아할 일이 없어요. 평생 가도 없어요.”
  • 손정아의 눈에 최성운은 잘생긴 것만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 최성운은 손정아의 말에 얼굴이 확 굳어졌다.
  • 평생 그를 좋아할 일 없다고?
  • “손정아, 당신이 오늘 한 말을 꼭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 최성운은 손정아가 밀당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왜 최씨 가문에 들어왔어?
  • 손정아는 자본주의 미소를 지었다.
  • “네, 최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3개월 뒤 우리는 다시 볼 일이 없을 거예요. 맞다, 회사에 가서도 우리는 서로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도 있으니까요.”
  • 최성운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 하지만 손정아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미 외부에는 최성운에게 혼약이 있고 약혼녀는 촌뜨기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 그때의 최씨 그룹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 “그거 들었어? 최 대표님의 약혼녀가 최씨 그룹에 와서 출근까지 한대! 심지어 최 대표님 비서래.”
  • “엄청 못생긴 시골 촌뜨기라고 하지 않았어? 무슨 지잡대를 졸업했는지 파일 알아볼 줄이나 알겠어?”
  • “하하하하하하, 알아보는 건 둘째고 컴퓨터 기본 조작도 모르는 거 아냐?!”
  • 손정아가 최성운과 함께 회사에 들어간 뒤 사람들은 다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