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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녀는 어둠을 두려워해

  • “손정아? 손정아!”
  • 최성운은 그녀를 안고 얼굴을 두드렸다.
  •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 손정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혼잣말을 하는지 최성운에게 답을 하는지 모를 말로 중얼거렸다.
  • “너무 어두워… 가지 마… 가지 마…”
  • 어두워?
  • 그녀는 어두운 것을 무서워했다!
  • 최성운은 갑자기 예전 어린 여자아이가 떠올라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도 어둠 속에서 겁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로 그의 곁에 웅크리고 있었다.
  • 최성운은 저도 모르게 불쌍한 마음이 들어 부드럽게 말했다.
  • “두려워하지 마, 괜찮아. 내가 집에 데리고 갈게.”
  • 그의 말을 들은 손정아는 아니나 다를까 몸이 덜 심하게 떨렸다. 입으로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중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던 최성운은 그저 급히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
  • 차로 돌아가는 내내 최성운은 위로했다.
  •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어.”
  • 손정아를 조수석에 내려놓았지만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것을 본 최성운은 아예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 낮과 완전히 딴판인 나약한 그녀를 본 최성운은 마음속에 짙은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 만약 손정아의 번호를 저장해서 메시지를 봤을 때 바로 연락했으면 좋았을걸.
  • 그가 와서 다행이지, 만약 그녀 혼자 이곳에서 밤을 보낸다면 어떤 후과가 생길지 몰랐다.
  • 최성운은 손정아를 안고 그녀 방으로 돌아갔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준 그가 떠나려는데 손정아가 바지를 꽉 움켜쥐었다.
  • 고개를 돌리자 매우 불안정하게 잠이 든 손정아가 보였다. 비록 회복되긴 했지만 안색이 여전히 창백했다.
  • 최성운이 손을 올려 손정아의 손을 내리려는데 손정아가 되려 그의 손을 품에 끌어안았다.
  • “가지 마… 옆에 있어줘, 응…”
  • 약간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갑지 않고 애교부리듯 앳되었다.
  • 그녀를 보고 있던 최성운의 머릿속에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여자아이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더 닮은 것 같았다.
  • 머뭇거리던 최성운은 결국 손을 거두지 않고 침대 옆에 앉았다.
  • 부드러운 눈빛으로 손정아를 바라보던 최성운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그의 약혼녀가 그때 그 여자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틀림없이 평생 그녀를 아껴주고 그녀가 두려워하는 어두운 밤마다 옆에서 지켜줬을 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 손정아가 깼을 때는 이미 날이 훤히 밝아있었다.
  • 그녀는 어리둥절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궁금해 하다가 최성운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최성운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 그는 다급하게 손을 내려놓고 앉았다.
  •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 말을 마친 순간 그녀는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
  • 어젯밤 그녀는 휴대폰 전원이 곧 꺼질 것 같고 또 컨디션 난조로 인해 기절할 것 같아서 아예 통화를 할 수 없자 마지막 남은 약간의 의식으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최성운의 피곤한 얼굴과 눈에 선명한 핏발을 보니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손정아는 기절했을 때의 일을 열심히 떠올리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 “당신이 데려온 거겠네요, 고마워요… 다만 왜 아직도 내 방에 있어요?”
  • 아무리 데려왔다 해도 방에 데려다주고 나가면 되지 하룻밤을 꼬박 지킬 필요가 있었을까?
  • 최성운은 평소처럼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 “어젯밤 누가 내 손을 잡고 가지 못하게 했는지 잊었어?”
  • “…”
  • 손정아는 더욱 부끄러웠다.
  • “하… 하지만… 그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당신은 제정신이었잖아요. 내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내 손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잖아요.”
  • “그래서 내가 밤새 돌 봐준 것도 잘못된 거야?”
  •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 다만 그의 행동이 평소 그의 스타일 답지 않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 최성운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서 어제 남아서 그녀 곁을 지킨 걸 후회했다.
  •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리기 힘들까 걱정돼서 그런것 뿐이니 김칫국 마시지 마!”
  • 비록 최성운의 말이 듣기 불편했지만 손정아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거야말로 최성운이 할 말 같았다.
  • 그녀는 최성운을 흘기며 말했다.
  • “그건 당신이 쓸데없는 생각한 거예요, 나는 김칫국 마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