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시스템 요정
- 그 눈빛에는 미움이 가득했다. 분명히 두 사람이 같은 날에 시집왔는데 노부인은 심계향을 더 예뻐하고 있었다.
- 강슬기는 귀찮아서 아예 그쪽을 외면했다. 그녀의 수납공간에는 먹을 것이 가득했지만, 지금 꺼내기에는 불편했다.
- 그들과 승강이할 여유가 있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송호연에게 약을 먹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송호연에게 소염제를 먹여야 했다.
- 멀지 않은 곳에 작은 강이 보였다. 그녀는 나장들에게 허락을 받고 곧장 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나장들은 강이 멀지 않고 자기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그냥 가게 내버려두었다.
- “주인께서 60퍼센트의 저장 임무를 완수하신 것을 축하해요.”
- 갑자기 강슬기의 머릿속에 전자음이 울렸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 “누구야?”
-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시스템 요정이에요.”
- “시스템?”
- 강슬기는 물주머니를 쥔 손을 움츠렸다. 그녀는 얼른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았다. 곧 그녀의 의식이 수납공간으로 들어갔다. 역시 전생과 똑같이 거무칙칙한 공간이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공간에 금은보석과 물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적의 곳간을 턴 것이었다.
- 그리고 그녀가 전생에 보관한 물자도 있었다. 약품과 음식 등 없는 것이 없었다. 다만 그 양이 많지 않을 뿐이었다. 문득 그녀의 머리 위에 전광판이 떠올랐다.
- 전광판에는 진도표가 있고 거기에 60퍼센트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전자음은 계속 울렸다.
- “맞아요. 주인님께서 타임슬립으로 다른 세상에 오셨기 때문에 공간 요정이 업그레이드되었어요. 주인님께서 저장 임무를 완수하시기만 하면 이 공간은 재배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어요!”
- 강슬기는 전자음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생에는 이 수납공간을 오랫동안 이용하면서도 업그레이드되는 줄을 모르고 그냥 보관용으로만 썼다.
- 그녀는 마음이 약간 설레었다.
- ‘재배 공간이라니? 그럼 앞으로 내가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 물자를 갖게 되는 거잖아.’
- 강슬기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 “분명히 내 수납공간에는 예전에 무슨 시스템이라는 게 없었어. 네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 “정말이에요. 정말이에요!”
- 전자음은 급히 자기 말이 사실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슬기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예상 밖의 기쁨에도 놀라지 않는 것을 보고 풀이 죽었다.
- “난 믿을 수 없어!”
- 강슬기는 몸만 냇가에 쪼그려 앉아 있고 의식은 수납공간에 들어가 전자음과 입씨름하고 있었다.
- “네가 나한테 증명해 보이면 믿을게!”
- “그… 그… 그럼 증명해 보일게요.”
- 전자음은 하마터면 음이 깨질 뻔했고 수납공간이 흔들리며 강슬기의 의식도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했다.
- 몇 초 뒤, 수납공간 안에 맑은 샘물이 나타났다.
- 요정은 흐뭇하게 말했다.
- “이 샘물은 업그레이드되어야 나타나는 영천이에요. 주인님께서 열심히 저장하시기만 하면 앞으로 이 공간에 더 많은 물건이 생길 거예요.”
- “그렇구나. 이젠 믿을 수 있어. 그럼 이 영천은 무슨 효과가 있는 거야?”
- 강슬기는 궁금한 눈빛으로 영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너무 어두워 똑똑하게 볼 수 없었다. 어쨌든 수납공간 안은 아직 캄캄했다.
- 요정은 즐겁게 말했다.
- “이 영천은 비록 죽은 사람을 살리는 효능은 없어도 보약 효과는 있어요. 구체적인 것은 주인님께서 직접 시도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
- 강슬기는 의식이 수납공간에서 나와 슬그머니 영천수를 물주머니에 담고 몇 모금 마셔 보았다.
- 물은 아주 달콤했다. 마시자마자 몸속에서 맑은 기운이 흐르는 느낌이 들며 지친 몸에 힘이 솟구쳤다.
- 강슬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물주머니의 물을 반쯤 더 마시고 보통 물을 채워 넣었다.
- 이 보통 물은 그녀가 저택을 몰수당할 때 부엌간의 물을 담은 것인데 지금 마침 쓸 기회가 생겼다.
- 다른 한 물주머니에는 완전히 보통 물만 담겨 있었다. 그녀는 또 영천수를 섞은 물에 전생에 수납공간에 보관했던 소염제를 조금 넣었다.
- 그리고 송호연이 마신 뒤에 이상한 점을 눈치챌까 봐 포도당도 약간 섞었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심계향이 아직도 냇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또 쓸까슬렀다.
- “강슬기가 왜 아직도 안 오는 것입니까? 설마 도망갈 생각을 하는 것입니까?”
- 이 말은 대뜸 큰댁 사람들을 정신 차리게 했다. 심지어 나장들도 저도 모르게 그쪽을 바라보며 경계심을 품었다.
- “도망가기만 하면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야!”
- 송호진은 사납게 이를 악물었다.
- ‘어차피 갖은 수단을 써서 시집왔으면 반드시 우리 형님을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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