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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은자로 물주머니를 바꾸다니?

  • 강슬기는 정신이 흐리멍덩한 송호연을 힐끗 보며 슬그머니 일깨워 주었다.
  • “그 금창약은 제가 특별히 숨겨 둔 거예요. 독이 없어요. 송호진, 어서 형님에게 발라 줘요!”
  • 큰 부인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약이 없었다. 나빠지면 여기서 얼마나 더 나빠지겠는가?
  • 그녀는 아들이 힘겹게 버티는 모습을 차마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만약 강슬기가 아들을 음해한다면 그녀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 송호진은 망설였다. 이때 송호연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 “그 약을 바르거라.”
  • 비록 그도 잔꾀만 부리는 이 강슬기를 믿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에게는 그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가 죽으면 이 사람들은 다시 경성으로 돌아갈 희망이 없을 것이다.
  • 송호진은 그제야 마지못해 자세를 바꾸어 나장들의 눈길을 가리고 송호연의 상처에 재빨리 금창약을 뿌렸다.
  • 강슬기는 미간을 찌푸렸다. 상처를 깨끗이 처리하지 않고 이렇게 약을 뿌리면 감염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
  • 송호연은 아파서 죽을 지경이면서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강슬기는 그의 굳센 의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곧 나장이 시커먼 찐빵 몇 개를 들고 와 한 사람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이것이 그들의 점심 식사였다.
  • 여태껏 호강만 누리던 사람들이 어찌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우거지상이 되었다.
  • “이… 이것을 어떻게 먹습니까?”
  • “예전에 우리 집 마부도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먹었습니다!”
  • “전 목이 메어 못 먹겠습니다. 안 먹겠습니다. 안 먹겠습니다.”
  • “…”
  • 여태껏 고생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도련님과 아가씨들은 아직도 음식을 가릴 여유가 있었다.
  • 심계향은 친정 식구들이 보내 준 보따리에서 금비녀 하나를 꺼내어 나장에게 주고 하얀 밀가루 찐빵과 바꾸었다.
  • 그리고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부러 큰댁을 빼고 둘째 댁과 셋째 댁 사람들에게만 그 찐빵을 나누어 주었다.
  •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나장들에게 물건을 주고 먹을만한 음식으로 바꾸었다. 오직 큰댁 사람들만 잠자코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아직 나이가 어린 송호숙은 하얀 밀가루 찐빵을 보고 군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큰 부인을 바라보았다.
  • “어머니.”
  • 그녀는 배가 고팠다. 피곤한 데다가 배가 너무 고팠다.
  • “호숙아, 어미한테도 은자가 없다.”
  • 큰 부인은 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슬기에게는 아무리 매정해도 어쨌든 친정이 있지만, 큰 부인은 아예 친정이 없었다. 이것도 예전에 노부인이 둘째 댁과 셋째 댁을 편해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 송호숙은 또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강슬기를 힐끗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 “차라리 심계향이 우리 큰 성님이었으면 좋겠네.”
  • 그러면 그녀도 지금 밀가루 찐빵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큰 오라버니만 동의하면 안 될 것도 아니에요.”
  • 강슬기는 곧바로 차갑게 빈정거렸다. 그녀는 원주가 송호연에게 신세 진 일이 있기 때문에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을 참아 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 역시 송호숙은 화가 나서 강슬기의 얼굴을 긁고 싶었다. 하지만 큰 부인에게 손목을 잡혔다.
  • “호숙아, 너도 채찍에 맞고 싶은 것이냐?”
  • 유배 가는 도중에 문제를 일으키면 나장들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이미 예전의 귀한 신분이 아니니까.
  • 송호숙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강슬기는 마음이 약간 편했다. 다행히 큰 부인은 사리에 밝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주먹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 그녀는 슬그머니 수납공간에서 은자를 조금 꺼내어 들고 한 나장 앞으로 다가갔다.
  • “나리, 이 은자로 물주머니 두 개를 바꿀 수 있을까요?”
  • 그 나장은 강슬기의 손에 은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까짓 값싼 물주머니로 이렇게 많은 은자를 바꾸면 득이 아니겠는가? 곧 나장은 굳어진 표정으로 동의했다.
  • “그리하시오.”
  • 나장은 말을 마치고 새 물주머니 두 개를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아직 인간 세상의 고통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녀가 은자로 먹을 것이 아니라 달랑 물주머니 두 개를 바꾸는 것을 보고 너도나도 빈정거렸다. 특히 심계향의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 “은자로 먹을 것을 바꾸지 않고 물주머니를 가지다니. 강슬기가 미친 거 아니야?”
  • 둘째 부인 왕씨도 밀가루 찐빵을 먹으며 심계향이 고마워 얼른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
  • “그러게. 역시 계향이가 똑똑하단 말이야. 지금 우리는 배를 불리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걷겠느냐?”
  • “그렇게 여윳돈이 있으면서 왜 할머님께 효도하지 않는 것이야?!”
  • 셋째 부인 허씨는 애교스럽게 웃으며 노부인의 비위를 맞추었다. 원래 기분이 언짢은 노부인은 대뜸 차가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