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유배 가다
- 이런 집에서 도대체 무엇을 몰수한단 말인가?
- 이 기회에 슬그머니 한몫 챙기려던 여 부장은 얼굴이 시퍼렇게 굳어졌다!
- 저택의 사람들도 근위군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곧이어 모든 사람의 눈길이 송호연에게 쏠렸다.
- ‘설마 나리께서 미리 알아차리시고 재물을 숨긴 것일까?’
- 여 부장도 같은 생각을 하며 송호연을 바라보았다.
- “군신… 아니, 이제는 군신이 아니지. 송호연, 재물을 감추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아느냐?!”
- “난… 숨기지 않았다.”
- 송호연은 궁으로 불려 가기 전에 이미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내놓지 않은 것은 밖에 숨겨 둔 사재뿐이었다. 저택 안의 물건은 옮길 기회가 전혀 없었다.
- 지금 그도 어리둥절했다.
- 여 부장은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손에 든 검을 송호연에게 겨누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슬기가 잽싸게 발을 뻗어 그 검을 날려 버렸다.
- “전하께서 이미 벌할 만큼 다 했어요. 장군이 뭔데 또 제 서방님에게 칼을 겨누는 거예요!”
- 송호연은 원주의 은인이다. 강슬기는 원주의 몸을 가진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송호연을 힘자라는 데까지 지켜 주고 싶었다.
- 송호진은 이때야 반응했다. 그는 송호연을 필사적으로 감싸며 성난 늑대처럼 사나운 눈빛으로 여 부장을 노려보았다.
- 여 부장은 깜짝 놀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때 갑자기 근위군이 달려왔다.
- “장군, 큰일 났습니다. 궁과 여섯째 왕자의 저택에 도둑이 들었답니다. 지금 전하께서 장군을 부르십니다.”
- “이 사람들을 잘 지키거라. 이 저택의 모든 재물은 국고에 넣을 것이다. 절대 이들이 가져가게 하면 아니 된다!”
- 여 부장은 오기 전에 전하에게서 절대 사정을 두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 그래서 심지어 안식구들이 몸에 지니고 패물까지 모조리 벗게 했다.
- 강슬기는 머리에 꽂은 비녀를 만져 보았다. 다행히 그녀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비녀가 눈에 띄지 않게 했다.
- 강슬기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송호연의 의아한 눈빛과 눈길이 마주쳤다.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수납공간에는 가루약과 금창약이 가득했지만, 지금 근위군 앞에서 꺼낼 수 없었다.
- “호연아!”
- 이때 기절했던 큰 부인이 깨어나 송호연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 다친 사람은 아들이고 가슴 아픈 사람은 어머니였다. 큰 부인은 급히 계집종에게 약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지금 저택의 어디에 약이 있겠는가?
- 설령 있다고 해도 약자를 깔보는 근위군이 그 약을 쓰지 못하게 할 것이다.
- 역시 근위군은 상황이 약간 혼란스러워지자 바로 조용히 하라고 호통쳤다. 이번에 강슬기는 송호연이 관직을 삭탈당하고 폐서인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 만약 죄인의 낙인이 찍혀 노예로 끌려가게 되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그 자리에서 도망갔을 것이다. 은혜는 나중에 다시 갚으면 되니까!
- “어서, 베옷으로 갈아입으시오!”
- 이들을 유배지로 끌고 갈 임무를 맡고 달려온 나장이 거친 베옷을 던져 주며 감때사납게 소리쳤다. 저택의 사람들은 평소에 입고 있는 것도 비단옷이어서 팔면 꽤 값을 받을 수 있었다.
- 그런데 이런 옷도 벗으라니. 사람들은 달갑지 않았지만, 순순히 거친 베옷으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 송호연만 예외였다. 그의 옷은 이미 피에 흠뻑 젖어 볼품없이 되었기 때문에 바꾸든 안 바꾸든 별반 다르지 않았다.
- 곧 모든 사람이 베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내몰렸다. 저택에서 나온 뒤 그들을 맞이한 것은 수많은 사람이 던지는 썩은 채소와 달걀이었다.
- “쌤통이야.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면 주상이 될 줄로 알았나?”
- “이게 다 죗값이야.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관리는 호되게 혼나야 한단 말이야.”
- “이런 인간들은 제명을 다 살지 못할 것이야!”
- “…”
- 귀 따가운 욕설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타임슬립으로 온 강슬기는 충격이 별로 심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은 모두 서리 맞은 병아리 같았다.
- 특히 여태껏 최선을 다해 나라와 백성을 지켜 온 송호연은 많은 사람의 욕설과 비난에 너무나도 화가 나서 그대로 기절했다.
- “형님!”
- 송호연을 업은 송호진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 강슬기는 자기 몸으로 그들에게 날아오는 썩은 채소를 막았다. 그러나 저택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좋은 눈빛으로 보지 않았다.
- 모두가 자기를 돌보기에만 급급했다. 여태껏 사치스럽게 살며 남의 존경만 받아오던 그들이 어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곧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 성 밖으로 나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간신히 성문 앞에 이르렀을 때 모든 사람의 몸은 이미 더럽기 그지없었다.
- 그들을 압송하는 나장은 당연히 근위군이 아니었다. 그리고 유배 가는 사람은 군신부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다른 명문가의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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