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도련님, 조심하세요. 넘어질 수 있어요. 아가씨는 아직 자고 있어요. 괜히 떠들어서 깨우지 마세요.”
은하가 그를 붙잡았다.
올해 여덟 살인 셋째 도련님 유보름은 이름 그대로 정월 대보름날에 태어났고 얼굴도 통통하게 살이 쪄서 보름달 같았다.
유보름은 고집이 세고 공부를 싫어하며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유원택에게 자주 욕을 먹었다.
유보름은 바로 입을 틀어막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조용히 할게. 내 누이는 어디 있어?”
영설은 웃으며 칸막이 안에 있는 요람을 가리켰다.
“어머니,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안색이 이렇게 안 좋으십니까?”
유보름은 겨우 여덟 살이지만, 허씨에게 아주 효성스러웠다.
허씨는 억지로 웃었다.
“오늘은 좀 피곤하구나. 푹 쉬면 괜찮을 것이다. 넌 오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느냐?”
허씨는 문득 뭔가 생각나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또 공부를 땡땡이친 것이냐?”
유보름은 헤헤 웃었다.
“어차피 아버지도 소자를 못 때리실 거 아닙니까? 할머니께서 감싸 주시니까요… 소자는 원래 책 읽는 게 재미없습니다.”
그는 공부하기 싫어해서 매도 적지 않게 맞았다.
허씨는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돋았다.
그녀는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보름아, 너도 철 좀 들거라. 그러면 네 아버지께서… 너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하지 않겠느냐?”
허씨는 아직 마음속에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유보름은 콧방귀를 뀌었다.
“공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 읽기가 죽기보다 싫습니다!”
‘나더러 책을 읽으라는 건 말도 안 돼!’
허씨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보름은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엎드려 통통한 얼굴을 유신단의 눈앞에 들이댔다.
유신단은 깜짝 놀랐다.
[아, 우리 바보 셋째 오라버니잖아… 씩씩하게 생긴 모습이 정말 귀엽네.]
유보름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둘러보았다. 허씨는 좀 멀리에 있어서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 여기까지 들릴 리가 없었다.
유보름은 코를 만지작거렸다. 남은 사람은 눈앞의 유신단뿐이었다.
‘야, 오라버니는 정말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야.’
유보름은 유신단의 마음을 들은 것 같았다! 그는 빙그레 웃었다.
[불쌍한 우리 셋째 오라버니는 정말 비참해… 어릴 때부터 나쁜 버릇을 배워 책 읽기를 싫어하더니… 쓰레기 아버지의 미움을 사고 충용후부도 창피하게 여기는 멍청이가 됐잖아. 분명히 충용후부의 아들인데 글을 몰라 강성 전체에 망신거리가 되고 말았어. 셋째 오라버니는 똑똑하지 못하나 봐. 어쩐지 나중에 그처럼 비참하게 죽더라니…]
유보름은 손가락을 떨었다.
‘내가 비참하게 죽는다고?’
[산 채로 혀를 뽑히고, 귀를 잘리고, 코를 잘리고, 입이 찢어지고, 팔다리를 잘리고, 큰 항아리에 담겨 고깃덩어리가 될 거야! 정말 비참해…]
유신단의 세 오라버니는 하나같이 비참하게 죽는다.
유신단은 느긋하게 유보름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어리석은 이 유보름은 누군가의 음해로 목숨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