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뜻을 들어 보면 서예지가 자신이 먼저 유혹한 일이 다른 사람한테 들켜버리자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추악한 만행이 들통날까 봐 일부러 자신을 낭패스럽게 하여 간부를 감옥에 처넣으려고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둘이나.
대중들의 시기에 서예림은 속으로 득의양양했지만 겉으로는 훌쩍이며 말했다.
“언니, 어쩐지 화가 많이 나 있더라, 나는 언니가 스스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믿어! 그 사람들이 언니한테 강박한 것일 거야!”
이렇게 나오면 자의든 타의든 서예지가 순결을 잃은 일은 사실로 되는 것이다.
허철의 말을 들은 서백호는 창피함을 마다하지 않고 다급히 서예지한테 따졌다.
“예지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임은숙은 기회를 놓칠세라 얍삽하게 말했다.
“예지야, 예전엔 과일주만 마셔도 취한다 했잖아. 내가 너 걱정해서 다른 사람더러 널 부축하여 별채에 가서 쉬어라 했건만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이야….”
그들이 가시 돋는 말을 한마디씩 내뱉을 때면 서예지는 마치 전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서예림이 데리고 온 사람들한테 옷이 찢기고 두 남자한테 능욕을 당했던 그 지옥 같던 시간.
전생에도 이 두 남자는 이런 식이였다. 그들은 자신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딱 잘라 말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유 씨 가문의 미래의 사모님이 얼마나 방탕한지를 알렸다. 자신의 약혼자의 집에서 두 남자한테 아양을 떨고 하룻밤을 보냈으니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수군거렸다.
그 당시 그녀는 18살에 불과했고 성격 또한 나약했으며 사람들의 비웃음과 질타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
그 결과 소문은 점점 더 극성을 부리며 퍼졌고 그녀는 명성이 실추된 채 약혼이 파기되었다.
이런 그녀가 하필 그날 밤으로 환생하다니 이건 하느님이 뜻이었다.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절대 나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집사는 상황이 곤란한 걸 보아 얼른 사모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주위의 의논 소리가 점점 커지자 서예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 그러고는 전생에 한이 맺힌 두 원수를 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 이러는 거 내가 당신들의 악행을 알고 있어서 이러는 거잖아요. 이렇게라도 나를 죽이고 입 다물게 하려고 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서예지의 차가운 목소리에 주위의 웅성거림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허철은 멈칫하더니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서예지 씨, 말 돌리지 말지. 아까 당신 이렇지 않았잖아. 남자 못 본 사람처럼 얼마나 열정적이었어, 몸매가 아주 죽이던데….”
서예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서예지가 미쳤다고 여겼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다니.
그녀의 웃음소리는 홀을 맴돌았고 홀에는 냉기가 서려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갑자기 굳어지더니 입을 열었다.
“도대체 누가 말을 돌리는 거죠? 삼 개월 전 교외에서의 댄스파티에서 당신들이 만취 상태에서 류 씨 가문의 막내딸을 욕보이는 바람에 그녀가 돌에 머리를 박아 자살했잖아! 당신들은 그 일이 들통날까 봐 그녀의 시체를 주요문의 별장의 정원에 숨겼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헛소리하지 마!”
허철은 얼굴을 찡그리고 서예지의 말을 끊었다.
“그냥 한번 잔 것 가지고 감히 우리를 이렇게 모함해?”
허철은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침착한척했다.
“모함?”
서예지의 시선은 주요문 쪽으로 향했다.
“지금 이 사람의 꼴을 보고도 내가 당신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갑작스러운 반전에 홀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살인사건이 성 추문보다 더 자극적인 건 사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주요문을 보았다. 키가 180 넘는 주요문은 불안함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러자 구석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내 딸!”
류 씨 가문 사람들도 왔던 것이었다. 막내딸이 행방불명되어 류 사장님이 사모님의 지쳐가는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나왔는데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다니!
“아니야…. 이년아! 우리를 모함하지 마!”
허철은 한편으로는 말하며 한편으로 주요문더러 전화를 걸어 시신을 처리하라고 손짓했지만, 그때는 이미 류 씨 가문 사람들이 이미 덮쳐 온 후였다! 류 씨 가문 사모님은 주요문을 잡고서 따졌다.
“당신들이 우리 딸 죽였어?!”
장면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소란 속에서 서예지는 류 사장님한테 말했다.
“류 사장님, 얼른 전화를 걸어 시신을 찾지 않는다면 저 사람들이 시신을 처리할게 분명합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딸의 생사가 걸린 일이었기에 류 사장님은 서예지를 한번 보더니 고민할새도 없이 얼른 전화를 들었다.
다른 한편, 주요문은 류 씨 가문 사모님의 추궁에 멘탈이 무너졌다.
주요문은 머리를 감싸 안고 웅크리고 앉아 발악했다.
“내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년이 스스로 돌에 부딪친 거라고!”
“내가 당신들을 죽여버릴 거야!”
주요문의 말에 이성을 잃은 류 씨 가문 사모님은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주요문에 대해 무차별 폭행을 저질렀다.
그제서야 허철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서예지가 저 일을 어떻게 알고 있지? 서예지가 알 리가 없잖아!
서예지는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전생에 저 두 사람은 10년을 즐기며 살다가 이 사건 때문에 감옥으로 들어갔다. 그때의 서예지는 이미 초라하였지만 그 소식을 들을 때 얼마나 속 시원했는지. 이번 생은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법적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집사는 두 남자를 잡으며 핸드폰을 앗아갔다.
핸드폰까지 뺏긴 그들은 소식을 알릴 경로마저 없어지자 허철의 멘탈은 무너져 갔다.
그는 경비원의 손을 뿌리치고 서예지한테 덮쳐 목을 조르려 했지만 경비원한테 다시 붙잡혔다.
“이년아, 네가 감히 나를 모함해! 내가 널 가만히 안 둬! 겉으로는 고상한척해도 어차피 벗으면 우리가 남긴 흔적뿐이잖아! 네가 아무리 변명해봤자 우리와 잔 건 사실이잖아!”
허철은 마치 짐승이 발톱을 세우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서예지의 목과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서예지는 한걸음 물러섰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서예지는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복수의 짜릿함인가?
그녀는 자신의 서늘할 정도로 냉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당신은 성폭행죄, 고의살인죄로 잡혀 들어갈 거야, 지옥으로 가게 된 걸 축하해!”
“이 미친년이!”
허철은 서예지를 발로 차려고 시도를 했지만 경호원에게 끌려갔다. 허철이 자신과 멀어지는 걸 바라보다가 서예지는 불현듯 웃으며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서예지의 미소를 본 서예림은 소름이 끼쳤다. 서예림은 느꼈다, 서예지가 달라졌다는걸. 그녀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서예림은 이를 갈며 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몰래 가슴을 두드리다가 이내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언니… 저 사람 말 사실 아니지? 언니 설마 진짜로….”
서예림의 뼈 있는 한마디가 사람들의 주의력을 다시 끌어왔다. 역시나, 서예지가 망가지지 않는 걸 그대로 내버려 둘 서예림이 아니었다.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유 씨 가문의 사모님이 황급히 달려오며 말했다. 그녀는 멀리서부터 서예림의 말을 듣고 화가 나 있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던 이은영은 자신이 일찍 간 걸 후회하였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며 말했다.
“오늘 밤의 일은 모두 우리 유 씨 가문의 책임입니다. 이런 범죄자가 몰래 침입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의 유 씨 가문이 여러분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이은영은 집사더러 넋이 나간 류 씨 부부를 경찰서로 모시게 하였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성 추문일 줄만 알았던 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번지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서예림은 이은영이 오는 걸 보더니 재빠르게 자신을 꼬집고는 이내 엉엉 울면서 뛰쳐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