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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악몽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다

  • 유가네 작은 별장에서, 서예지는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 장대비가 쏟아지는 밤, 하얀 커튼이 출렁이고 있었다. 한 줄기의 번개가 어지러운 침대와 그녀를 번쩍였다.
  • 문밖에서 두 남자가 말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그녀는 몸이 매우 뜨거워 힘들게 움직였다….
  • 갑자기, 그녀는 깜짝 놀랐다.
  • 그녀는…죽지 않았던가?
  • 그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주삿바늘을 뽑아버렸는데 그녀가 살아날 리 없었다.
  • 그리고 3년 동안 꼬박 누워만 있었는데, 지금 움직일 수가 있다고?
  • 서예지는 갑자기 정신이 들어 자신이 다리를 만져보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녀의 왼손에는 옥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 이건 유씨 집안이 그녀에게 준 약혼 선물이었는데… 18살이 되던 해에 빼앗겨 버렸었다!
  • 너무나 많이 놀란 나머지 그녀는 점점 정신이 또렷해졌다.
  • 큰비와 호화로운 집, 약에 취한 몸, 문밖의 남자….
  • 설마, 죽었다가 다시 환생한 건 아니겠지? 그것도 악몽이 일어난 그날 밤으로?!
  • 이러한 생각이 들자 그녀의 첫 번째 반응은 기쁨보다는 두려움이었다!
  • 만약, 정말로 그날로 돌아간 거라면… 문밖에서 말을 나누는 두 사람이 바로 그녀를 강제로 탐하려 했던 그 짐승들이 아닌가?!
  • 전생에 그녀는 약에 취해서도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그녀는 휴대전화로 한 사람의 이마를 찧었고 나중에는 상대방에게 맞아 기절했었다. 그때는 그들에 의해 반강제로 깨어났었는데 모든 게 다시 시작된 지금, 그녀는 그 모든 일이 발생하기 직전에 먼저 눈을 떴다!
  • 서예지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이대로라면 그녀는 곧 서예림이 보낸 사람들에게 성폭행당할 것이다.
  • 전생에 서예림은 이렇게 소리 없이 그녀의 결혼을 깨트렸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반드시 자신을 지켜야 한다!
  • 그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 침대에서 금방 내려왔는데 서예지는 바로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3년 동안 누워만 있어 어떻게 걷는지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 그녀가 넘어지는 소리에 문밖의 대화가 뚝 끊겼다!
  • “잠깐만, 방에서 소리가 나는 걸 보면 그 여자 깨어난 거 아니야?”
  • 악몽 같은 소리에 서예지는 눈을 질끈 감고 옷을 잡아 쥐고는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 창문을 닫지 않아 차가운 빗방울이 바로 그녀의 몸에 닿았다. 그녀는 얼굴을 구겼다. 서예지가 있는 곳은 2층이었다!
  • 이곳과 본채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오늘은 유가가 본채에서 연회를 개최한 날이니, 모든 도우미는 본채에서 일을 돕고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에 그녀가 목이 터지라 외쳐도 누구도 듣지 못하겠지.
  • 막다른 길에 놓인 그녀는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 그녀는 온몸이 쑤셔왔지만, 손발을 모두 동원하여 창가에 올랐고 4 미터 높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몸을 내던졌다!
  • 그녀는 힘을 빼는 방식으로 땅에서 한 바퀴 굴렀다. 하지만 떨어진 순간의 부서지는 듯한 아픔은 그녀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했다.
  • “큰일 났어! 그녀가 도망쳤다!”
  • 이 소리에 서예지는 아픔을 참고 다시 몇 바퀴를 굴러 수풀까지 들어섰다. 그리고는 온몸을 땅에 찰싹 붙였다.
  • 빗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가쁜 숨소리마저 크게 들려왔다.
  • 한 남자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그는 화가 치밀어 상대방에게 외쳤다.
  • “빨리 찾아! 빌어먹을,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야!”
  •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층계를 향해 뛰어갔다.
  •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이름 모를 약에 취한 서예지는 그들과 맞서기보다는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 다행히도 고통은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도와줬다. 그녀는 옷을 아무렇게나 껴입고 수풀의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 크고 작은 수풀과 비에 몸을 숨기고 그녀는 그 길로 본채까지 기어갈 생각이었다.
  • 그 두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정원을 계속 오갔고, 여러 번이나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몽둥이로 나뭇잎 사이를 휘저었다. 그러다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는 서예지는 상대방의 구두까지 보였다.
  • 그들의 행동이 더 조급해지고 서예지의 머리는 더욱 냉정해져 갔다.
  • 서예지는 그녀가 왜 여기로 돌아왔는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다만 그 모든 게 다시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사 이게 꿈이라고 해도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었다!
  • 붉은 두 눈이 잎사귀 사이로 본채의 빛나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 달라질 수 있어, 들어만 간다면 인생이 달라질 거야!
  • 큰비 속에 1,500평의 토지를 소유한 유가 저택의 기세가 호기로웠다.
  • 으리으리한 홀에서 연회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 참가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각 분야에서는 톱인 분들이었다. 그곳은 가히 상위 1%들의 모임이었다.
  • 서씨 가문이 이 연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만 두 가문 아이들의 혼인을 약속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 그러다 보니 서백호는 이 자리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빨리 집에 돌아가지 못해 안달인 속이었지만 그의 계처와 작은 딸만이 신이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 그 순간 대문이 펑하고 열렸다!
  • 모든 사람이 멈칫하며 의아한 눈길로 문쪽을 바라보는데 인파 속에서 서백호만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 “예지야!”
  • 천둥과 번개가 그녀의 뒤로 번뜩였다.
  • 서예지는 온몸이 진흙과 상처로 뒤덮인 채로 홀에 나타났다. 머리도 산발이어서 마치도 빗속에서 나올 법한 귀신 같았다.
  • 그녀는 유가 안주인만 가질 수 있다는 그 반지 덕분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죽어도 이런 꼴을 유가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했을 것이다.
  • 하지만 지금은….
  • 서예지는 차갑게 웃고 두 눈은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훑다가 시선이 서예림에게 닿았을 때 그녀의 눈은 딱딱하게 굳었다.
  • 그 순간, 그녀는 온몸의 피가 끓어번지는 것 같았다.
  • 서예림은 서예지를 바라보다 잠시 멈칫했다. 저 바보 같던 언니한테서 이런 무서운 눈길이 나올 수 있다니?
  • 그리고 허철과 주요문은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다 잡아준 여자를 이렇게 놓치다니!
  • 그녀는 몰래 허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놀란 얼굴로 달아나갔다.
  • “언니! 술에 취해 별장에서 쉬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이런 몰골이 되었어요? 어떤 사람이 언니한테 나쁜 짓이라도 한 거예요?”
  • 서예림은 입만 열면 그녀를 끌어내리기 바빴다. 이렇게 또 모든 이들의 관심을 이상한 데에 집중하게 했다.
  • 그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서예림의 말 한마디에 바로 생각이 다르게 흘러갔다.
  • 서예지 얼굴의 부자연스러운 홍조, 아무렇게나 걸쳐진 옷, 어찌 보면 딱 누군가에게 당한 꼴이었다.
  • 누군가 낮게 읊조렸다.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유가 도련님의 약혼녀 아닌가?
  • 유가네 연회에, 도련님의 약혼녀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정말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 이제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서로서로 낮게 수군거렸다.
  •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자 서예림은 그만 조급해져 또 한마디 보탰다.
  • “언니, 힘세잖아요. 경호원 몇 명 정도는 언니 상대도 안 되는데… 얼마나 많이 마신 거예요?”
  • 술을 마셔 반항하지 못했다? 그래서 술에 취해 강간 당한 거다?
  • 서예림의 말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더 부추겼다. 서예지의 눈빛은 더욱 가시가 돋쳤다.
  • 수군거림이 더 높아지자 서예림은 얼굴이 빨개지고 마지막에는 아예 큰 소리로 외쳤다.
  • “아이고! 아무튼, 언니 무서워 하지 마! 유씨 아저씨가 꼭 언니 편에 서서 복수해 줄 거야!”
  • 서예지는 그녀의 연기에 탄복했다. 몇 마디 말로 여론을 조성하는 이 수법으로 서예지를 그렇게 비참하게 죽게 했다!
  • 마침내 서예지가 입을 열었고, 그녀는 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 “네 말뜻은… 내가 누군가에게 당한 거라는 걸 암시하는 거니?”
  • 그녀는 온몸이 거지 꼴이 되었지만, 표정만큼은 침착했다. 사람들에게 마치도 이 모든 게 오해라는 기분이 들게 했다.
  • 그러자 그 찡찡거리던 “동생”이, 입만 열면 구정물이 쏟아지던 그 “동생”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 생각하지도 못했던 서예지의 대답에 서예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바로 억울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 “언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온몸에 상처가 있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빨리 가서 쉬어. 지금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언니 이런 모습을 아저씨가 보게 된다면 언짢아하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