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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옷에 감춰진 흔적

  • 허철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 상대방의 말뜻을 들어 보면 서예지가 자신이 먼저 유혹한 일이 다른 사람한테 들켜버리자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추악한 만행이 들통날까 봐 일부러 자신을 낭패스럽게 하여 간부를 감옥에 처넣으려고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둘이나.
  • 대중들의 시기에 서예림은 속으로 득의양양했지만 겉으로는 훌쩍이며 말했다.
  • “언니, 어쩐지 화가 많이 나 있더라, 나는 언니가 스스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믿어! 그 사람들이 언니한테 강박한 것일 거야!”
  • 이렇게 나오면 자의든 타의든 서예지가 순결을 잃은 일은 사실로 되는 것이다.
  • 허철의 말을 들은 서백호는 창피함을 마다하지 않고 다급히 서예지한테 따졌다.
  • “예지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 임은숙은 기회를 놓칠세라 얍삽하게 말했다.
  • “예지야, 예전엔 과일주만 마셔도 취한다 했잖아. 내가 너 걱정해서 다른 사람더러 널 부축하여 별채에 가서 쉬어라 했건만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이야….”
  • 그들이 가시 돋는 말을 한마디씩 내뱉을 때면 서예지는 마치 전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서예림이 데리고 온 사람들한테 옷이 찢기고 두 남자한테 능욕을 당했던 그 지옥 같던 시간.
  • 전생에도 이 두 남자는 이런 식이였다. 그들은 자신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딱 잘라 말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유 씨 가문의 미래의 사모님이 얼마나 방탕한지를 알렸다. 자신의 약혼자의 집에서 두 남자한테 아양을 떨고 하룻밤을 보냈으니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수군거렸다.
  • 그 당시 그녀는 18살에 불과했고 성격 또한 나약했으며 사람들의 비웃음과 질타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
  • 그 결과 소문은 점점 더 극성을 부리며 퍼졌고 그녀는 명성이 실추된 채 약혼이 파기되었다.
  • 이런 그녀가 하필 그날 밤으로 환생하다니 이건 하느님이 뜻이었다.
  •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절대 나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 집사는 상황이 곤란한 걸 보아 얼른 사모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 주위의 의논 소리가 점점 커지자 서예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 그러고는 전생에 한이 맺힌 두 원수를 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 “당신들 이러는 거 내가 당신들의 악행을 알고 있어서 이러는 거잖아요. 이렇게라도 나를 죽이고 입 다물게 하려고 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 서예지의 차가운 목소리에 주위의 웅성거림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 허철은 멈칫하더니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 “서예지 씨, 말 돌리지 말지. 아까 당신 이렇지 않았잖아. 남자 못 본 사람처럼 얼마나 열정적이었어, 몸매가 아주 죽이던데….”
  • 서예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 사람들은 서예지가 미쳤다고 여겼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다니.
  • 그녀의 웃음소리는 홀을 맴돌았고 홀에는 냉기가 서려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갑자기 굳어지더니 입을 열었다.
  • “도대체 누가 말을 돌리는 거죠? 삼 개월 전 교외에서의 댄스파티에서 당신들이 만취 상태에서 류 씨 가문의 막내딸을 욕보이는 바람에 그녀가 돌에 머리를 박아 자살했잖아! 당신들은 그 일이 들통날까 봐 그녀의 시체를 주요문의 별장의 정원에 숨겼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 “헛소리하지 마!”
  • 허철은 얼굴을 찡그리고 서예지의 말을 끊었다.
  • “그냥 한번 잔 것 가지고 감히 우리를 이렇게 모함해?”
  • 허철은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침착한척했다.
  • “모함?”
  • 서예지의 시선은 주요문 쪽으로 향했다.
  • “지금 이 사람의 꼴을 보고도 내가 당신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 갑작스러운 반전에 홀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 살인사건이 성 추문보다 더 자극적인 건 사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주요문을 보았다. 키가 180 넘는 주요문은 불안함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러자 구석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내 딸!”
  • 류 씨 가문 사람들도 왔던 것이었다. 막내딸이 행방불명되어 류 사장님이 사모님의 지쳐가는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나왔는데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다니!
  • “아니야…. 이년아! 우리를 모함하지 마!”
  • 허철은 한편으로는 말하며 한편으로 주요문더러 전화를 걸어 시신을 처리하라고 손짓했지만, 그때는 이미 류 씨 가문 사람들이 이미 덮쳐 온 후였다! 류 씨 가문 사모님은 주요문을 잡고서 따졌다.
  • “당신들이 우리 딸 죽였어?!”
  • 장면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소란 속에서 서예지는 류 사장님한테 말했다.
  • “류 사장님, 얼른 전화를 걸어 시신을 찾지 않는다면 저 사람들이 시신을 처리할게 분명합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 딸의 생사가 걸린 일이었기에 류 사장님은 서예지를 한번 보더니 고민할새도 없이 얼른 전화를 들었다.
  • 다른 한편, 주요문은 류 씨 가문 사모님의 추궁에 멘탈이 무너졌다.
  • 주요문은 머리를 감싸 안고 웅크리고 앉아 발악했다.
  • “내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년이 스스로 돌에 부딪친 거라고!”
  • “내가 당신들을 죽여버릴 거야!”
  • 주요문의 말에 이성을 잃은 류 씨 가문 사모님은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주요문에 대해 무차별 폭행을 저질렀다.
  • 그제서야 허철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서예지가 저 일을 어떻게 알고 있지? 서예지가 알 리가 없잖아!
  • 서예지는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전생에 저 두 사람은 10년을 즐기며 살다가 이 사건 때문에 감옥으로 들어갔다. 그때의 서예지는 이미 초라하였지만 그 소식을 들을 때 얼마나 속 시원했는지. 이번 생은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법적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집사는 두 남자를 잡으며 핸드폰을 앗아갔다.
  • 핸드폰까지 뺏긴 그들은 소식을 알릴 경로마저 없어지자 허철의 멘탈은 무너져 갔다.
  • 그는 경비원의 손을 뿌리치고 서예지한테 덮쳐 목을 조르려 했지만 경비원한테 다시 붙잡혔다.
  • “이년아, 네가 감히 나를 모함해! 내가 널 가만히 안 둬! 겉으로는 고상한척해도 어차피 벗으면 우리가 남긴 흔적뿐이잖아! 네가 아무리 변명해봤자 우리와 잔 건 사실이잖아!”
  • 허철은 마치 짐승이 발톱을 세우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서예지의 목과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 서예지는 한걸음 물러섰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서예지는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복수의 짜릿함인가?
  • 그녀는 자신의 서늘할 정도로 냉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 “당신은 성폭행죄, 고의살인죄로 잡혀 들어갈 거야, 지옥으로 가게 된 걸 축하해!”
  • “이 미친년이!”
  • 허철은 서예지를 발로 차려고 시도를 했지만 경호원에게 끌려갔다. 허철이 자신과 멀어지는 걸 바라보다가 서예지는 불현듯 웃으며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 서예지의 미소를 본 서예림은 소름이 끼쳤다. 서예림은 느꼈다, 서예지가 달라졌다는걸. 그녀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 서예림은 이를 갈며 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몰래 가슴을 두드리다가 이내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언니… 저 사람 말 사실 아니지? 언니 설마 진짜로….”
  • 서예림의 뼈 있는 한마디가 사람들의 주의력을 다시 끌어왔다. 역시나, 서예지가 망가지지 않는 걸 그대로 내버려 둘 서예림이 아니었다.
  •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 유 씨 가문의 사모님이 황급히 달려오며 말했다. 그녀는 멀리서부터 서예림의 말을 듣고 화가 나 있었다.
  • 이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던 이은영은 자신이 일찍 간 걸 후회하였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며 말했다.
  • “오늘 밤의 일은 모두 우리 유 씨 가문의 책임입니다. 이런 범죄자가 몰래 침입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의 유 씨 가문이 여러분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 이 말을 끝으로 이은영은 집사더러 넋이 나간 류 씨 부부를 경찰서로 모시게 하였다.
  •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성 추문일 줄만 알았던 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번지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서예림은 이은영이 오는 걸 보더니 재빠르게 자신을 꼬집고는 이내 엉엉 울면서 뛰쳐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