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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너희는 짐승만도 못해

  • 서재우는 서린은을 안은 팔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꽉 주었다.
  • ‘서연만 집으로 데려가면, 오늘 당한 수모는 반드시 갚아 주겠어!’
  • 서린은은 아픈 걸 꾹 참으며 기절한 척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비명이 터져 나올 뻔했다.
  • ‘다 서연 때문이야! 저 애만 아니었으면 오빠가 나를 이렇게 세게 안을 리 없잖아!’
  • 서연은 조금 아쉬웠지만, 서재우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그에게 사과를 받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자존심 강한 그가 먼저 고개를 숙여 부탁하는 것까지가 지금으로서는 한계일 테니까.
  •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 저 남자가 무릎까지 꿇고 자신에게 빌게 만들 것이다.
  • 30분 후, 서재우의 차가 서가 저택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 “아이고, 아가씨가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도련님, 어서요. 마침 채 선생님께서 다섯째 도련님 진료를 막 끝내셨습니다.”
  • 집사가 허둥지둥 달려나와 맞이하더니, 곧장 길을 터주며 안으로 안내했다.
  • 마치 그 누구도 서연의 존재 따위는 기억하지 못한 것처럼.
  • 서연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 별장 2층의 통유리창을 바라봤다.
  • 저 남자…… 역시 저기 있었어!
  • 그는 헐렁한 환자복 차림에 이마에는 붕대를 감고, 오른손에는 깁스를 한 채였다. 휠체어에 힘없이 몸을 맡긴 모습이었는데,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 전생에 죽음을 앞두고 있던 자신과 비교해도 나을 게 없을 정도였다.
  • 그러고 보니 전생의 그도 늘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 대체 어떻게 다친 걸까?
  • 그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그동안, 줄곧 해외에서 다리 치료를 받고 있었던 걸까?
  •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 서연의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이 남자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파헤쳐 볼 생각이었다.
  • 서연이 서가의 거실에 들어섰을 때, 마침 채 선생님이 서린은의 상처를 다 처치한 참이었다. 서린은도 어느새 ‘깨어난’ 상태였고, 곁에는 부모님과 서재우가 함께 있었다.
  • 참 웃기네. 친동생을 데려오는 날인데도 가족이 다 모인 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자신의 귀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생의 서연은 오빠들이 정말 바빠서 그러는 줄만 알았다.
  • “회장님, 사모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크게 다친 곳이 없습니다. 가벼운 찰과상에 조금 놀란 정도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 채 선생님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
  • 서연은 채 의사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서가의 전담 의사이자 병약한 다섯째 서재성만을 돌보던 남자. 전생에서 돈에 매수되어 서연의 상처에 소독약 대신 소금물을 발라 고통을 주었던 인간이었다. 그를 향한 복수 또한 서연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 "가벼운 찰과상이라고요? 서린이는 방금 기절까지 했단 말입니다!" 서재우가 발끈했다.
  • “오빠, 채 선생님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서 기절한 것뿐이에요.”
  • 그런데 말을 마친 서린은이 갑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무심코 뭔가를 말해버린 사람처럼.
  • 서 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고?”
  •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실수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거예요. 서연 언니와는 아무 상관 없어요.”
  • 서린은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면서도 시선은 은근슬쩍 뒤쪽에 서 있는 서연을 향했다.
  • 그제야 모두가 서연의 존재를 떠올린 듯 일제히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 “네가 서연이냐?” 서 회장은 십수 년 만에 처음 만나는 딸을 찬찬히 훑어봤다. 실제로 보니 TV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예뻤다.
  • 하얀 피부에 단정한 이목구비,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아들들과 닮은 눈매까지. 역시 서가의 피를 이어받은 모양이었다.
  • 하지만 어머니의 말투는 싸늘했다. “네가 린은이를 다치게 한 거니?”
  • “엄마, 서연이가 린은이를 계단에서 밀어버리는 걸 제가 직접 봤어요.” 서재우가 서둘러 끼어들었다.
  • “오빠, 그만해…….” 서린은이 말리려는 듯 서재우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 그러자 서재우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 “린은아, 네가 너무 착해서 맨날 당하는 거야. 내가 직접 봤는데 설마 거짓말이겠어?”
  • “서연! 무릎 꿇어!”
  • 어머니가 버럭 소리쳤다. 감히 자신의 금쪽같은 딸을 다치게 했으니, 절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 서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 “누구세요?”
  • “내가 네 엄마다!”
  • “아.”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 “서린은이 말하던 그 엄마구나. 아들 살리겠다고 내 신장 떼어주려고 했다는 그 독한 엄마?”
  • 서연은 혀를 차며 어머니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우스운 광대를 구경하듯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 “누가 너한테 그런 헛소리를 하라고 가르쳤어!”
  • 어머니는 분노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철렁했다.
  • 그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다섯째 아들 서재생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몇 년 전부터 신장 기능까지 급격히 나빠졌다. 그동안 적합한 신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기증자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 다른 아들들에게 신장을 기증해 달라고 하자니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서재생의 병은 계속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 그러던 중 얼마 전, 잃어버린 막내딸 서연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쾌재를 불렀던 터였다. 이는 아들들 중 몇 명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 "방금 말했잖아요. 서린은이 직접 제게 말해줬다고. 제가 이유 없이 사람을 발로 찼겠어요? ”
  • 서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서린은이 그러더군요. 이 집안 사람들 전부 짐승만도 못하고, 제대로 된 인간은 하나도 없다고요. 서가는 뼈까지 뜯어먹는 늑대 소굴이니까 절대 돌아오지 말라고 제게 경고하더라고요. “
  • “입이 어찌나 더럽고 험한지, 저도 모르게 한 대 걷어차버렸어요. 대신 화풀이 좀 해드린 셈이죠.”
  • 서린은은 화들짝 놀라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 “아니예요! 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
  • 그러고는 황급히 서재우의 팔을 붙잡았다.